냉전 50년의 벽을 뚫고 북한에 대해 최초로 개입정책을 선언한 것은 노태우 정권 말기였습니다. 그 뒤 20여 년간 우리의 대북 정책은 개입정책(Engagement Policy)과 봉쇄정책(Containment Policy)을 마치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해온 셈인데, 이제 우리에게 맞는 옷이 어떤 것인지 따져볼 시점인 것 같습니다. 더구나 북한이 서해안에 평시해상사격구역 및 항행금지구역을 선포하고 훈련을 빙자해 수시로 해안포를 쏴대는 지경에까지 이른 지금이야말로 점검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 정부의 대북 브레인들이 남북관계의 정상화를 주장하며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개입정책을 수정할 때 바라던 것은 ‘받는 쪽이 오히려 큰 소리 치는 관계를 바로잡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정권 주변의 브레인들은 여전히 “그동안 북한을 압박해온 결과 이제 북한이 무릎 꿇고 올 날이 멀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사이에 우리의 안보 분야에서 과거에는 볼 수 없던 중대한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정권에서 북한은 핵무장의 이유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거론해왔는데, 여기에다가 남쪽으로부터 오는 안보위협을 새롭게 추가했습니다. 이는 곧 북·미 관계가 개선된다 해도 남쪽의 안보위협이 사라지지 않으면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최근 남북관계 전문가들 사이에는 북한이 앞으로 남북 간에 상당한 규모의 국지전을 일으키려할지 모른다는 견해가 조심스럽게 제기되곤 합니다. 이 같은 국지전에서 북한이 이기면 이기는 대로 좋고 지더라도 북한의 재래식 전력 열세를 부각해 핵무장의 근거로 활용하고자 한다는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최근의 서해상 해안포 훈련을 그 첫걸음으로 보기도 합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변화는 바로 남한이 북한의 핵 공격 목표 중 하나로 포함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7월5일 북한이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노동미사일 사거리를 원산에서 서울까지 거리인 420km 수준으로 줄여서 발사실험을 함으로써 그 의중이 드러난 바 있습니다. 지난 정권 당시 북한은 그 속마음이야 어떻든 “어떻게 같은 동족에게 핵을 겨눌 수 있겠는가”라며 남한은 북한의 핵 공격 목표가 아니라고 강하게 부인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노골적으로 남한을 겨냥한 핵미사일 실험을 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보수정권이 등장하면 적어도 안보문제는 걱정 안 해도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봉쇄정책 3년 째에 접어든 지금 우리의 안보가 밑동부터 흔들리고 있습니다. 
남문희(bulgo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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