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결심 무리하게 세우는 건 철드는 것과는 무관한 연례 행사인가보다. 다이어트 작심삼일이 지겨워 올해부턴 연예가십성 낚시글을 물지 않겠다 다짐했건만, 새해 벽두를 밝힌 ‘미녀와야수’ 풀 러브스토리와 ‘전라신’ 보도 때문에 마우스 쥔 검지손가락이 자꾸 멈칫한다. 

신년 결심 빡세고 야무지기로는 보건복지가족부(복지부)만 한 데도 없다. 무려 3년짜리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부처 기혼 직원의 평균 출산율 1.63명을 2012년까지 2명으로 늘리기로 한 것. 출산 장려 선도하는 곳이니 그럴 만도 하다. 육아를 위한 탄력근무와 단축근무 도입 소식에 잠시 훈훈했다.

그런데 신년이라 달뜬 걸까. 살짝 욕심 부렸다. 출산 여부를 인사고과에도 반영하기로 했단다. 두 자녀를 둔 직원에게 1점, 자녀를 두기만 해도 0.5점을 주겠다고. 죽느냐 사느냐 못지않은 오랜 현대인의 고민, 일이냐 아이냐 심중 헤아린 너무 친절한 간섭 되시겠다. 성공을 위한 자기계발서 목록에 곧 새로운 항목이 추가되는 건 아닌지.

여기서 끝은 아니다. 복지부는 미혼 직원 미팅을 직접 주선하겠다고 나섰다. 1:1 소개팅이 아니라니 현명하다. 3년 안에 출산율까지 도달하려면 스피드가 관건. 좀 촌스러워도 한 방에 통하는 단체 미팅이 답이다. 소지품 고르기는 너무 고루한가? 졸지에 명절날 가족들에 둘러싸인 노처녀처럼 미혼 직원 모두를 애물단지 취급이다. 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자리도 아니고 직장이 나서서 얼레리 꼴레리 해준다니 이러다 복지부 산하에 중매부 새로 생기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누리꾼들은 복지부의 배려, 몹시 부러워한다. 역시 공무원인가, 지금이라도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자문부터 이럴 바에 전국에서 아이를 가장 많이 낳은 사람을 복지부 장관에 앉히자는 솔깃한 제안도 있다. 그렇다면 이 경우 좀 아리송하다. 연세 제법 드신 13남매 어머니냐, 아직 젊은 11남매 어머닌가. 다산의 상징 개그우먼 김 아무개씨에게도 한자리 주었으면 하는 소망이다.

그러지 말고 중앙청사 히터 눈금을 하나 더 올리는 게 어떨까. 디테일한 충고 감히 올리고 싶다. 임신 8개월 여직원이 청사 사무실이 너무 추워 태아에 지장이 있을까 걱정된다고 한 언론 인터뷰에서 말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에지 있다’고 치켜세우던 골드 미스들에게는 여러모로 ‘술 푸게 하는 세상’이다.

기자명 임지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tot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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