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학전집’이라는 말을 듣고 옛날 옛적 셰익스피어 희곡과 그리스 로마 신화만 떠올린다면, 당신은 최근 발간된 세계문학전집 목록을 들춰볼 필요가 있다. 세계문학은 깊고 넓어졌다.  기존 전집들이 벗어나지 못했던 미국과 서유럽을 박차고 세계 곳곳으로 나아갔고, 고전은 물론이고 21세기 최신작까지 아우르기 시작했다.

숨겨진 명작을 발굴해내는 세계문학전집으로는 ‘대산 세계문학총서’를 들 수 있다. 1999년부터 대산문화재단이 ‘문학사적으로 가치가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세계 고전 명작들을 번역하는 일을 지원했고 2년 후부터는 문학과지성사에서 전집 형태로 발간하기 시작했다. 90% 가까이가 초역 작품이며 공모를 통해 전공 번역자를 뽑기 때문에 번역의 질도 높은 편이다. 이제껏 9세기 아랍 수전노들의 일화를 담은 〈수전노〉(알 자히드 지음)와 몽골의 구비문학 연구가 데. 체렌소드놈이 정리해 엮은 〈몽골의 설화〉, 불가리아 산문 문학의 3대 산맥으로 추앙받는 요르단욥코프의 대표작 〈발칸의 전설〉 외 세계문학 90여 권이 소개되었다.

들녘출판사의 ‘illusionist(일루저니스트) 세계의 작가’ 시리즈도 쉽게 못 접하던 세계문학을 선보여왔다. 2006년부터 7만여 부가 팔린 이 시리즈는 ‘대박’은 없었지만 꾸준히 찾는 마니아가 있어 〈리스본행 야간 열차〉(파스칼 메르시어) 등 16종을 냈다. 앞으로도 아이슬란드와 러시아 등에서 나온 최신 명작 다수를 번역해 낼 예정이다.  

문학동네도 전집 1차분을 내면서 스위스의 ‘아웃사이더’ 작가 로베르트 발저의 〈벤야멘타 하인학교-야콥 폰 군텐 이야기〉와 오에 겐자부로의 2007년작 〈아름다운 애너벨 리 싸늘하게 죽다〉 등 4권을 국내에 처음 소개했다. 민음사는 향후 출간 목록에 오라시오 키로가(우루과이)와 후안 룰포(멕시코) 같은 중남미 거장들의 작품을 올렸고 을유문화사는 ‘스페인의 조정래’라 할 수 있는 안토니오 무뇨스 몰리나의 〈폴란드의 기병〉을 다음 달 출간할 예정이다. 모두 우리나라에서는 '신선한' 세계문학 작품들이다. 

기자명 변진경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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