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복 덕성여대 예술대학장은 중앙일보에 역사관련 만화를 지속적으로 연재 중이다. 언젠가 그는 ‘역사의 상처’라는 제목으로 친일 문제를 언급했다.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어느 나라나 국민이 잊고 싶어하는 상처가 있다. 프랑스에게는 알제리 전쟁이, 독일에게는 나치가, 스페인에게는 스페인 내전이, 미국에게는 베트남 전쟁이 그렇다. 우리에게는 일제 치하 36년간의 식민 지배 경험이 그렇다. 이 상처는 제대로 아물지 않았다. 과거사 캐기, 친일분자 색출 응징, 대한민국 정체성 흔들기 등으로 그동안 정말 지겹게도 아픈 데를 후벼 파는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대한민국이 선진국 문턱에 이르렀으니 일본 콤플렉스를 버려야 한다. 미래를 바라보자! 더 이상 역사의 상처를 건드리지 말자!”
속병이 났는데 그 이유와 체계를 이해할 생각도 없이 그냥 버리고 잊고 살면서 희망찬 내일을 부르짖으면 그게 낫는가. 기도하면 나으려나. 나는 이원복의 만화를 보며 그를 먼 나라 이웃 나라로 보내버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더불어 늙어갈수록 부끄러움 없이 추함을 드러내는 사람들에 대해 다시 한번 떠올려보게 되었다. 그런 사람들이 너무 자주 보인다. 앞으로 더 많이 보게 될 것이다. 아름답게 늙는다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노추(老醜)는 세상을 욕되게 한다. 그러나 노화가 죄는 아니다. 모든 노인이 지혜로운 건 아니지만, 시간의 녹을 먹은 노인이야말로 가장 지혜로울 수 있는 사람임에 틀림없다. 마침내 세계의 원리에 가깝게 가 닿았지만, 결코 그 잔인함을 감당해낼 수 없는 노인이 선택할 수 있는 건 늘 은퇴뿐이다. 지혜로운 노인이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니다. 지혜로운 노인은 자취를 감추는 방법으로 아름답게 늙기를 선택한다. 그래서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노추들만이 세상에 남아 노화의 이름으로 폐를 끼친다. 노추를 위한 나라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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