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호씨(31)가 기억하는 어머니는 햇볕 내리 쬐는 창가에 앉아 ‘세계문학전집’을 읽는 모습이었다. 책을 좋아하는 어머니는 정씨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정씨 할아버지는 ‘화장실에서도 책을 놓지 못하는 아이’라며 친구들에게 손자 자랑을 하곤 했다.

책을 좋아하던 소년은 대학 졸업 후 한 인터넷 언론사와 포털 사이트에서 3년간 근무했다. 정씨는 “포털이 권력을 갖고 콘텐츠를 유통시키는 구조를 분산해야겠다고 생각해 일을 그만두고 1년 전 벤처기업을 창업했다”라고 말했다. 처음 내놓은 서비스 역시 책과 관련된 것. 12월1일 공개된 유저스토리북(userstorybook.net)은 책을 사면 맨 앞장에 구매 일자를 적고, ‘필’이 꽂히는 문장에 밑줄을 긋는 정씨의 습관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독서는 혼자 하는 행위다. 그러나 정씨는 “책을 읽고 느낀 생각과 평가를 사람들과 온라인에서 쉽게 나누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유저스토리북은 2009 온라인 핫이슈인 ‘트위터’를 닮았다. 트위터가 140자로 소통하듯, 유저스토리북도 책에 대한 짧은 감상과 인상적인 문장을 그냥 ‘재잘거리면’ 되는 공간이다. ‘따라 읽기’를 통해 서재를 넘나들며 타인의 책읽기에 참여할 수도 있다. 서비스가 공개된 지 보름 만에 알음알음 찾아든 사용자가 약 5000명, 공유된 책은 6만 권이 넘었다. 정씨는 자신의 ‘온라인 서재’에 지금 읽고 있는 책을 추가하며 “책을 매개로 사람이 만나는 공간이다. 수익보다는 사람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장일호 기자 다른기사 보기 ilhosty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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