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 초롱초롱한 밤하늘을 보게 될까? 온실가스 배출 세계 1·2위인 중국과 미국이 ‘온실가스 감축안’을 발표하고 각국이 속속 동참 의사를 밝히면서, ‘코펜하겐 기후변화 정상회담’에 세계의 이목이 쏠린다. 하지만 중국과 미국의 감축안을 면밀히 검토한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논의에 모멘텀일 뿐 낙관하긴 어렵다는 평가다.

아시아 순방, 인도 총리 초청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11월 말 ‘온실가스 감축안’을 발표했다. 그러자 다음 날 중국 국무원은 2020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을 기준해 온실가스 배출을 2005년 대비 40~45% 감축한다는 계획안 발표와 함께 기초 에너지 수요의 비(非)화석 에너지 비율을 15%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숲 면적을 4000만㏊ 늘려 숲 용적량을 13억㎥로 만들겠다고 공표했다.

9월22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유엔기후변화 정상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데 미온적 태도를 보였던 워싱턴과 베이징의 태도 변화를 유엔과 유럽연합(EU)은 즉각 환영했다. 세계 온실가스 총량의 40%를 배출하는 양국의 참여 없는 감축 논의는 사실상 김 빠진 논의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바로 2년 전 미국을 추월해 온실가스 배출 세계 1위로 올라선 중국은 현재 세계 온실가스 배출 총량의 21%를 차지한다.

온실가스 감축 논의에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은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여기서 베이징은 개발도상국 처지를 분명히 대변한다. 즉 온실가스 감축은 경제발전과 균형을 맞추어 실행해야 하며, 산업화를 주도하며 오랜 기간 온실가스를 배출한 선진국이 기후변화에 일차적 책임을 지고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소식통들은 미국의 온실가스 감축안과 이를 벤치마킹한 중국의 감축안이 모두 국제 기준인 배출 총량 기준이 아니라 GDP를 기준으로 감축하겠다고 한 내용상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즉 베이징의 감축 목표치(40~45%)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감안하고 국제적 기준에서 보면 0~5% 감축하는 수준이라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2020년 중국의 GDP가 2005년 대비 두 배로 증가할 것이라는 가정에서 실제 배출량이 오히려 늘어날 것이란 주장도 나왔다. 미국 감축안(17%) 역시 실제로는 5% 수준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과 미국 모두 정치적 동기에서 실제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부풀렸다는 것이다.

‘탄소혁명’은 베이징의 최대 과제 중 하나

중국에게 온실가스 문제는 세계의 문제이기에 앞서 심각한 국내적 도전이다. 이에 화석 에너지를 클린 에너지로 대체하는 이른바 ‘탄소혁명’은 베이징의 최대 당면 과제 중 하나다. 중국 정부는 △석탄 등 저효율 에너지를 천연가스(LNG) 같은 고효율 에너지로 대체하고 △풍력·태양력 등 클린 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양대 전략을 짜고 실행 중이다. 이 밖에도 중국 자동차 메이커들이 전기 및 하이브리드 자동차 개발에 투자하게 하고, 클린 에너지 차량 구입 시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친환경 정책도 병행한다. 경제발전 및 산업화와 동반한 석탄 사용량의 기하급수적인 증가는 중국 에너지 소비구조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석탄자원이 풍부한 중국은 현재 에너지 수요의 70% 이상을 석탄에 의존한다.

2007년 12월 중국 쓰촨성에 있는 ‘청두 열병합 발전소’의 210m짜리 굴뚝이 해체되는 모습.
중국이 기후변화 논의에 동참하게 된 이면에는 국제사회의 노력도 있었다. 지난 7월 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기후변화 실사(實査)를 위한 북극 방문과 유엔기후변화 정상회의에 앞서 중국을 방문했다. 방문의 주된 목적은 기후변화, 즉 온실가스 감축 논의로서 후진타오 중국 주석과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지난 9월 유엔 기후변화 정상회의에 참석한 후진타오 주석으로부터 “중국은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감축할 것”이라는 약속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베이징이 동참을 구체화한 계기는 지난 11월16일 열린 오바마·후진타오 정상회담으로 보인다.

이후 원자바오 총리가 주관한 국무회의에서 마련한 온실가스 감축안은 워싱턴 감축안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국제무대에서 기후변화 문제를 주도할 것이라 관측한 중국 내 미국통들의 충고에 귀를 기울인 결과로 보인다. 즉 새로운 국제 흐름의 주도권 다툼에서 밀릴 수 없다고 베이징이 판단한 것 같다. 아울러 클린 에너지 개발에서 미국과 협력하며 자본과 기술을 끌어들이려는 야심도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 대학생들과 가진 ‘상하이 대화’에서 상하이와 시카고가 클린 에너지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다고 밝혔고, 귀국 후 미·중 정상회담의 성과 중 클린 에너지 협력을 우선으로 꼽았다.

흐름상 클린 에너지 협력은 향후 양국 간 최대 협력 사안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이쯤에서 오바마 행정부 내 두 화교 2세 장관인 스티븐 추 에너지 장관과 게리 로크 상무장관의 ‘녹색 외교’가 주목된다. 미·중 정상회담에 앞서 지난 6월 중국과 접촉을 시작한 로크 장관은 “클린 에너지 기술 협력은 지속적인 경제발전과 기후변화 대처에서 양국 간 가장 유익한 분야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이를 계기로 5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클린 에너지 시장을 두드리는 미국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기자명 상하이·정다원 편집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