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싯대만 담그면 무조건 뭐가 걸려. 물 반 고기 반이야.” 어느 야당 의원의 보좌관은 4대강 사업을 이렇게 ‘물 좋은 낚시터’에 빗대 야유했다. 정부 정책의 허점을 잡아내는 국정감사에서, 4대강 사업만큼 얘깃거리가 많은 사업이 없다는 의미다. 또 다른 야당 보좌관도 “문제가 하도 많아서 어디부터 건드려야 할지 순서 정하는 게 일이다”라고 말했다. 10월5일 국감이 시작되자마자, 본진 격인 국토위와 환노위는 물론 기재위·문방위·농수산위 등 모든 유관 상임위에서 4대강 사업은 여야가 맞붙는 핵심 전선이 됐다.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사업의 ‘정본’은 지난 6월 국토해양부와 4대강살리기 추진본부가 내놓은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이다. 이 계획을 보면, 정부는 크게 다섯 가지 이유를 들어 4대강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첫째, 가뭄과 홍수에 대한 근원적 대책이 필요하다. 둘째, 4대 강의 수질과 생태계가 나빠지고 있다. 셋째, 국민소득이 올라가면서 수상레저 활동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 넷째, 국토의 ‘품격’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 다섯째, 일자리가 생기고 지역경제가 활성화된다. 모호한 선언이나 청사진 수준인 셋째와 넷째 이유를 빼고 보면, 가뭄과 홍수에 대비하고 수질과 생태계를 개선하며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게 4대강 사업의 추진 이유인 셈이다.
 

10월6일 국회 환노위 국감에서 곤혹스러워하는 이만의 환경부 장관(왼쪽).


■ 홍수 예산 3년치면 4대강 사업 한다더니 : ‘마스터플랜’이 밝힌 4대강 사업 대상 지역의 연간 홍수 피해액은 2조7000억원, 복구비는 4조2000억원에 이른다. 지금도 “연간 7조원이 땜질 식으로 들어가므로”(6월29일 이명박 대통령 라디오 연설의 한 대목), 사업비 22조원을 투자해 홍수 피해를 근본적으로 예방하는 게 길게 보아 남는 장사라는 주장이다. 이는 4대강 사업을 지지하는 논거 중에서도 핵심이다.

국감장에서 이 주장은 난도질을 당하다시피 했다. ‘1년간 7조원’이라는 홍수 관련 비용은 터무니없이 부풀려진 것이라는 주장이 곳곳에서 나왔다. 10월6일 국토위의 국토해양부 국감에서, 민주당 이용섭 의원은 “정부가 4대강 사업 구역만이 아닌 전체 하천 통계를 사용해 홍수피해액을 산정했다”라고 지적했다. 한국방재협회가 낸 2008년 자료를 보면, 1999년에서 2003년까지 5년간 전체 홍수 피해액 중 4대강 본류를 포함하는 국가하천의 홍수 피해액은 겨우 3.6%였다. 반면 지방2급 하천의 피해액은 전체의 55%, 소하천 피해액은 39.7%에 달했다. 전체 홍수 피해액의 90% 이상이 작은 지류와 샛강에 집중되는 데도 4대강 본류에 투자해 홍수를 잡겠다는 기묘한 계획을 내놓은 셈이다.

4조2000억원이 산정된 수해복구액을 두고도 마찬가지 비판이 나왔다. 10월12일 기재위의 기획재정부 국감에서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2002년 1월부터 2005년 9월까지 사용된 수해복구액 중 국가하천에 들어간 비율은 7%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했다. 홍수 피해액과 마찬가지 방법으로 ‘뻥튀기’가 있었다는 얘기다.
두 의원실이 내놓은 비율을 적용해 계산하면, 국가하천의 연간 홍수 피해액은 970억원, 수해 복구액은 2900억원 수준이다. 홍수 관련 비용이 전부 7조원이라지만 국가하천으로 한정하면 4000억원 아래로 떨어진다. 이명박 대통령은 6월29일 라디오 연설에서 4대강 사업을 하려면 “홍수 관련 예산 3년치만 들이면 된다”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3년치가 아니라 55년치 예산을 들여야 한다는 얘기다. 그나마 전체 홍수 관련 비용이 7조원이라는 계산 결과부터가, 유난히 홍수가 심했던 2002~2006년 5년간을 기준으로 잡은 것이어서 과대평가된 액수라는 지적도 쏟아졌다.

■ 물은 썩었고 생태계는 망가졌다? : 이 역시 과장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환노위의 민노당 홍희덕 의원이 10월11일 공개한 국립환경과학원의 2008년 보고서를 보면, 4대강 권역 수중생물 생태계의 절반 이상이 양호한 상태로, 75% 이상이 ‘보통 이상’으로 나타났다. 특히 4대강 사업이 집중되는 낙동강 권역에서는 생태계가 양호한 지역이 70%를 넘겼다. 생태계 서식환경을 조사한 하천환경 평가는 더 좋은 결과가 나왔다. 4대강 권역의 75%가 양호한 상태, 97%가 보통 이상이었다.

심지어 국토해양부 자료만 봐도 마스터플랜의 주장과 충돌하는 내용을 찾을 수 있다. 역시 10월6일 국토위 국감에서 이용섭 의원은 “지난 7월 국토해양부의 ‘낙동강수계 하천기본계획’에 따르면 15개 지구 중 11개 지구에서 4대강 사업 목표 수질을 이미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밝혔다. 22조원을 들이겠다는 사업의 주요 목표가, 공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상당 부분 달성되었다는 얘기다.

 

 

 

대선 후보 시절 강가의 흙이 오염됐다며 삽으로 떠 보여주는 MB. 하지만 이 흙은 갯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개흙’으로, 썩은 흙이 아니라는 게 환경 운동가들의 설명이다.

 

 ■ 일자리 34만 개가 생긴다더니 : 마스터플랜은 건설업의 경우 사업비용 10억원당 일자리 17.3개가 생긴다는 한국은행 산업연관표를 근거로, 4대강 사업이 일자리 34만 개를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역시 4대강 사업의 전신으로 지목되는 대운하 구상 때부터 끊임없이 비판받은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우선 ‘속전속결 사업’의 특성상 고용유발 효과 자체가 임시직에 집중된다.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마스터플랜이 제시한 고용창출 효과를 모두 인정한다 하더라도 사업이 종료되는 2012년 이후에도 지속 가능한 일자리는 4만4000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마스터플랜이 제시한 일자리 중 30만 개가 임시직이란 얘기다.

그나마도 부풀린 수치라는 지적이 많다. 마스터플랜을 보면 강바닥 준설작업에 책정된 비용만 해도 5조1000억원으로, 정부 주장대로라면 준설공사에서만 8만8000명 고용창출 효과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민노당 홍희덕 의원이 입수한 4대강 살리기 기획단의 내부 자료를 보면, 4대강 준설작업에 동원되는 중장비는 모두 4300대 수준이다. 건설업계에서는 투입 중장비 수와 일자리 수가 큰 차이가 없으리라 본다. 강바닥 준설이나 보 건설 같은 ‘덩치 큰’ 토목사업은 사실상 중장비에 전적으로 의지하기 때문이다. 고용효과가 정부 추정치의 20분의 1에 그칠 수 있다는 얘기다.

■ 남은 문제는? : 예산 문제는 계획이 처음 발표될 때부터 뜨거운 감자였다. 이번 국감에서는 ‘공기업에 떠넘기기’가 화두가 됐다. 수자원공사는 무려 8조원의 투자계획을 사실상 떠넘겨 받았고, 4대강 사업으로 발생하는 교량공사 비용 500억원은 도로공사가 고스란히 떠안았다.

‘4대강 사업 이후’의 문제는 야당과 정부 모두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다. 4대강 사업의 컨트롤타워인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에서도 사업 완료 이후의 유지보수 비용은 추산치조차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정기적 준설, 제방과 보 유지보수, 관리인력 상주 등이 필요한 4대강 사업에는 적지 않은 유지보수 비용이 발생하리라 예측된다. 단순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서울시 한강산업본부는 “2006년 기준으로 한강 유역 중 서울시 안쪽 지역의 관리예산만 787억원이다”라고 밝혔다.

마스터플랜이 제시한 ‘3대 추진배경’이 국감 과정에서 하나같이 난도질당하면서, 한 한나라당 초선의원은 “이제 도산 안창호밖에 안 남았다”라고 ‘뼈 있는’ 농담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즐겨 인용하고, 4대강살리기 추진본부도 마스터플랜에 올려놓은 도산 안창호의 ‘강산개조론’ 말고는, 4대강 사업을 옹호할 근거가 도대체 안 보인다는 얘기다. 그런데 한나라당 장광근 사무총장은 10월8일 국감에서 정말로 도산 안창호를 인용하며 4대강 사업을 방어했다. 농담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기자명 천관율 기자 다른기사 보기 yu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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