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가 ‘사실’로 굳어졌다.

MBC 경영진이 〈100분 토론〉(〈백토〉) 진행자인 손석희 교수(성신여대)를 결국 교체하기로 했다. MBC의 한 고위 인사는 “발표만 남았다”라고 확인했다. 교체 시점은 가을 개편이 시작되는 11월23일. 앞으로 여섯 번 방송이 남았다. 손 교수가 〈백토〉 진행자로 나선 게 2002년 1월이니, 7년10개월 만의 퇴장인 셈이다.

경영진 쪽에서 나오는 교체 이유는 ‘고비용’이다. 경영 적자를 극복하기 위해 출연료가 높은 외부 진행자를 MBC 내부 인사로 교체하겠다는 것이다. KBS가 이병순 사장 취임 후 〈심야토론〉 진행자 정관용씨를 ‘자를’ 때와 같은 논리다.
 

하지만 이 같은 논리가 곧이곧대로 먹힐지는 미지수다. 당장 ‘외압’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보수 진영의 ‘손석희 흔들기’가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엄기영 사장이 새로 출범한 방송문화진흥회에 ‘성의’를 보이는 차원에서 지레 교체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오래 전부터 〈백토〉 진행자 자리를 노리던 보도국 간부들이 교체 쪽으로 분위기를 몰았다는 ‘설’도 곁들여진다. 한 소식통은 “노조의 반발을 의식한 경영진이 은근히 ‘자진 사퇴’ 의사를 타진했지만, 손 교수는 그만둘 수는 있어도 자진 사퇴는 곤란하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안다”라고 귀띔했다.

당사자인 손 교수는 10월9일 “아직 할 말이 없다”라고 말했다. 회사가 공식 방침을 발표한 후 자기 견해를 밝히겠다는 것이다. 다만 어떤 발표가 나든 “회사 측 결정을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백토〉와 상관없이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은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도 했다.
 

 

 

 

기자명 이숙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ook@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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