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주기환 대통령 민생특보(오른쪽).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과 주기환 대통령 민생특보(오른쪽).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뉴스를 놓친 분들께 드리는 퀴즈 하나. 만약 대통령이 민생특별보좌관(민생특보)을 임명한다면 어떤 사람이 적절할까? 자리에 대한 사전 정보를 주자면, 무보수 명예직이지만 장관급 자리다. 대통령 비서실 직제 제8조는 해당 분야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중에서 대통령이 특별보좌관을 위촉하도록 하고 있다. 조건이 이렇다면, 아무래도 경제를 잘 아는 경제학 교수가 후보군에 오르지 않을까. 자영업 비중이 큰 나라이니 소상공업계를 잘 아는 현장 전문가도 괜찮겠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선택은 달랐다. 30년 이상 검찰 수사관으로 일한 인사를 민생특보로 임명했다. 이 정부에서 많은 일이 그러하듯이, 민생도 검찰로 통하나.

지난 3월21일 윤석열 대통령은 주기환 전 국민의힘 광주시당 위원장을 민생특보로 임명했다. 그는 대통령이 검사이던 시절, 광주지검 특수부와 대검 중수부 등에서 함께 일했다. 대통령과 ‘20년 지기’라고도 하고, 대통령과 “속내를 털어놓는 관계”라고도 한다. 그의 아들도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일했고, 대통령실에서 근무한 사실이 알려졌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서 그의 이름이 나왔다. 당선권과 거리가 있는 비례후보 순위 24번에 배치됐다. 후순위 번호를 받자 그는 후보직을 사퇴했다. ‘친윤’ 이철규 의원이 비례대표 공천을 문제 삼은 것도 그를 배려하지 않은 것에 대한 윤심을 대변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그가 비례 명단에서 빠지고, 대통령은 그를 바로 민생특보로 임명했다. “민생 전달에 적임자”라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라는데… ‘검찰 수사관 출신’ 민생특보는 참 어색하다. ‘어떤 사람을 채용하기 위하여 일부러 벼슬자리를 마련한다’는 뜻을 가진 ‘위인설관’의 현실 적용례로 딱 맞아 보인다. 자리를 주고 싶은 대통령의 열망이 엿보이는데, 당선이 불확실한 비례대표 후순위를 주었으니, 총선 이후에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도 궁금해진다.

민생특보 임명 소식 후, 지난달 말 기준으로 9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이 39조4743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라는 뉴스를 보자니 허탈감이 느껴진다. 급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ATM기에 카드를 밀어넣는 이가 많았다는 말 아닌가. 좋게 봐도 ‘보이스피싱’ 해결특보 같은 자리에 어울릴 만한 인사인데, 먹고살기가 쉽지 않은 이 시기에 민생특보라니. 정말 이래도 되나.

기자명 차형석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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