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국기 사이에 놓인 틱톡 로고 화면. ⓒAFP PHOTO
미국과 중국 국기 사이에 놓인 틱톡 로고 화면. ⓒAFP PHOTO

최근 미국 연방 하원이 미국인 이용자가 무려 1억7000만명에 달하는 중국 동영상 공유 앱 틱톡의 미국 내 사용을 금지하기 위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 통과 후에 공화당 캐시 로저스 하원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이번 법안은 적대국이 우리의 자유를 무기화하는 걸 용인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이 법안은 틱톡을 강제로 매각하게 하거나 미국 앱스토어 시장에서 퇴출시키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찬성 365, 반대 65. 압도적 표차로 하원을 통과한 뒤 미국 내에서 찬반 논란이 뜨겁다.

미국 하원이 틱톡을 향해 규제의 칼날을 들이댄 까닭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미국인 틱톡 사용자 정보가 중국 정부에 흘러들어가는 걸 막겠다는 것이다.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둔 틱톡의 모기업 바이트댄스가 당국 통제를 받는 만큼 중국 정부가 원하면 언제든 틱톡에 가입한 미국인의 신상 정보를 공유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런 이유로 국가안보상 틱톡을 규제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원 법안에 따르면, 바이트댄스는 법안 발효 시 6개월 안에 틱톡의 미국 내 사업을 매각해야 한다. 그러지 않을 경우 앱스토어에서 퇴출된다. 중국 정부는 틱톡 매각을 공개적으로 반대한 상황이다. 바이트댄스가 틱톡을 매각할 가능성은 없다.

지난 2월 퓨리서치센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틱톡 금지에 반대하는 여론이 35%, 찬성하는 여론이 31%로 나타났다. 법안을 반대하는 여론이 다소 높았다. 틱톡의 추쇼우쯔 회장은 “법적 권리를 포함해 우리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틱톡을 지키겠다”라고 공언했다. 법안 발효 시 법정 투쟁을 벌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미국 내 법안 반대자들은 틱톡을 강제로 규제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제1조를 위배하는 일이라며 법안 발효 시 위헌 소송에 들어갈 태세다. 미국 수정헌법 제1조는 의회가 국교를 정하거나 자유로운 신앙 행위를 금하는 법을 만들 수 없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언론 및 출판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나아가 정부에 대한 국민의 청원권을 보장한다. 수정헌법 제1조는 1970년대 ‘통킹만 사건 보도’ 때 민주주의의 보루로 떠올랐다. 미국 정부가 베트남전쟁 참전 구실로 내건 ‘통킹만 사건’이 실은 미군이 조작한 것이라는 충격적 사실을 담은 극비 문서를 〈뉴욕타임스〉가 1971년 6월 폭로하자, 연방 법무부가 보도금지 소송을 냈다. 연방 대법원은 수정헌법 제1조를 근거로 〈뉴욕타임스〉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2020년 7월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앱스토어에서 틱톡 다운로드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을 때도 수정헌법 제1조가 주목받았다. 트럼프의 행정명령은 시행하기 전에 법원에서 퇴짜를 맞았다. 한 연방법원 판사는 정부가 내세운 국가안보 위협이 “가정적 기반에 근거하고, 법의 테두리를 벗어났다”라며 행정명령을 취소시켰다. 또 다른 연방 판사도 “틱톡 금지의 궁극적 목적이 사용자 정보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접근을 막자는 것이지만 이런 조치가 오히려 개인의 통신과 정보의 자유로운 교환을 자의적이고 변덕스러운 방식으로 규제했다”라며 행정명령을 취소시켰다. 두 판사 모두 수정헌법 제1조를 원용했다. 민주당 바이든 행정부에 들어서도 법원의 판단은 비슷했다. 지난해 중국이 정보를 탈취할 위험성이 있다며 몬태나주가 틱톡 사용을 금지했는데, 연방법원 판사는 위헌 요소를 이유로 이 조치를 무효화했다.

3월12일 미국 ‘틱톡 금지법’에 반대하는 의원과 지지자들이 집회를 벌이고 있다.ⓒAFP PHOTO
3월12일 미국 ‘틱톡 금지법’에 반대하는 의원과 지지자들이 집회를 벌이고 있다.ⓒAFP PHOTO

법원은 ‘국가안보 위협’이라는 막연한 이유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상 권리를 침해해선 안 된다는, 틱톡 규제법 반대론자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정부 측 변호사들은 향후 법정에서 국가안보 위협이 틱톡 금지로 인해 국민들이 입을 피해보다 크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라고 지적했다.

대표적 반대론자 가운데 한 명인 공화당의 댄 비숍 하원의원은 틱톡 금지 법안 표결 당일 하원 본회의에서 “의회가 틱톡을 금지하기 위해 수정헌법 제1조를 우회하는 수단을 찾는 등 동분서주하는 게 과연 말이 되나?”라고 비판했다. 짐 하임스 민주당 하원의원은 〈워싱턴포스트〉에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폐쇄하고 라디오 방송사, 신문사를 폐쇄하는 건 미국이 아닌 우리의 적성국이 할 짓이다. 미국인은 특정 플랫폼을 사용할지 말지 정부가 결정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라며 틱톡 금지를 추진 중인 바이든 행정부를 비판했다. 수정헌법 제1조를 미국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여기는 시민단체들도 틱톡 금지 법안을 맹렬히 반대한다. 미국시민자유연맹의 제나 레벤토프 선임정책자문관은 하원을 통과한 틱톡 금지 법안을 “위헌적이고 무모한 법안이며, 이에 찬성한 의원들은 수정헌법 제1조를 위반한 것이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젊은 유권자층에 어떤 영향 미칠까

3월13일 하원은 틱톡 금지 법안을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상원으로 넘어갔지만 통과를 낙관하긴 어렵다. 공화당의 랜드 폴 상원의원, 린지 그레이엄 의원, 테드 크루즈 의원, 민주당의 라폰자 버틀러 의원 등이 하원을 통과한 법안에 부정적 태도를 보인다. 법안에서 틱톡과 모기업 바이트댄스를 명시한 것이, 정당한 재판 절차 없이 특정 대상의 권리 박탈을 겨냥한 입법을 금지한 헌법 제9조를 위반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비슷한 법안에 반대표를 던진 존 툰 공화당 상원의원은 “틱톡만을 겨냥한 법안은 헌법 조항을 위반하는 것이니 법원에서 뒤집힐 게 확실하다”라고 말했다.

대선을 앞두고 틱톡 사용 금지가 젊은 유권자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거리다. 18~34세 성인이 틱톡 전체 이용자의 56%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재선을 노리는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은 법안이 상원을 통과하면 서명하겠다고 공약해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바이든 측 선거자문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맥스웰 프로스트 민주당 하원의원은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에서 “틱톡 금지 법안은 실수다. 젊은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 민주당으로서는 이 법안이 정치적 골칫거리다”라고 말했다. 반면 공화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종전 입장을 번복해 틱톡 금지 법안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기자명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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