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지의 실시간 랭킹 화면에 올라온 웹툰 표지들.ⓒ카카오페이지 갈무리
카카오페이지의 실시간 랭킹 화면에 올라온 웹툰 표지들.ⓒ카카오페이지 갈무리

코로나19 팬데믹이 많은 걸 바꾸었다. 애초부터 바뀔 방향이었지만, 워프(공간 이동) 장치를 통과하듯 팬데믹이 그 거리를 줄여버렸다. 오프라인 연결이 끊겨버린 상황에서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중 가장 경제적인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인 웹툰이 급속도로 성장했다. 회귀·빙의·환생(이하 회빙환)을 활용해 현실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렸다. 매회 독자들에게 쾌감을 안겼다. 네이버, 카카오 등 한국 토종 빅테크 기업의 플랫폼을 활용해 독자들은 편하게 웹툰을 구매했다. 이미 10년 넘게 축적된 사용자 경험은 팬데믹 기간 급속도로 시장을 확장했다. 풍부해진 유동성은 커지는 시장에 줄을 섰다. 작가 개인이 주로 감당하던 창작에 자본이 들어와 시스템을 만들었다. 시드(Seed), 시리즈 A·B·C 같은 투자 소식이 전해졌다. 자연스럽게 웹툰 회사가 주식시장에 상장하기도 했다.

팬데믹 이전에도 상장사는 있었다. 2015년 만화 제작사(CP)이며, 플랫폼도 운영하는 미스터블루, 2017년에는 웹소설과 웹툰을 제작하는 디앤씨미디어가 주식을 상장했다. 본격적인 상장 붐은 팬데믹 기간에 벌어졌다. 2021년 키다리스튜디오는 레진코믹스를 운영하는 레진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며 여성향 플랫폼 봄툰, 프랑스 웹툰 플랫폼 델리툰, 레진을 보유한 웹툰 회사로 변신했다. 2021년 탑툰을 운영하는 탑코는 셋톱박스를 생산하는 ㈜디엠티를 인수해 우회상장했다. 2022년 웹툰 플랫폼 무툰을 운영하는 핑거스토리가 상장했고, 2023년 웹툰 제작사 와이랩이 상장했다. 팬데믹 기간인 2021년 3월1일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이 합병했다. 업계는 기업가치 10조원이 넘는 콘텐츠 공룡이 탄생했다며 환호했다. 두 회사의 합병 당시 웹툰·웹소설을 서비스하는 카카오페이지가 영상·음악을 서비스하는 카카오M을 흡수합병했다. 상징적이었다. 2023년 카카오의 자회사인 카카오픽코마가 운영하는 일본 웹툰 플랫폼 픽코마는 처음으로 연간 거래액 1000억 엔을 넘겼고 세계 웹툰 플랫폼 매출 1위에 올랐다. 전체 앱 소비자 지출 순위도 무려 7위. 2016년 4월에 서비스를 시작했으니 불과 7년째 되는 해에 엄청난 성과를 올린 것이다.

디즈니플러스 철수설 잠재운 작품

팬데믹은 웹툰 원작 영상화에도 가속페달을 밟았다. 팬데믹 기간에 세계적으로 OTT가 성장하며 경쟁이 격화되자 웹툰 영상화도 활발해졌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2010년대 후반에 계약·제작된 웹툰 원작 드라마가 팬데믹 동안 여러 성공작을 낳았다. JTBC의 〈이태원 클라쓰〉(2020), 넷플릭스의 〈스위트홈〉(2020), 〈D.P.〉(2021), 〈지옥〉(2021), 〈지금 우리 학교는〉(2022), 〈마스크걸〉(2023), 〈이두나!〉(2023), 〈살인자ㅇ난감〉(2024) 등이 큰 사랑을 받았다. 심지어 디즈니플러스의 〈무빙〉(2023)은 풍문으로 들리던 디즈니플러스의 철수 소문을 잠재우기까지 했다.

지난해 7월20일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무빙’ 크리에이터 톡에서 강풀 작가가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해 7월20일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무빙’ 크리에이터 톡에서 강풀 작가가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풍부해진 유동성과 콘텐츠 투자 활성화 등 팬데믹이 일으킨 변화는 웹툰 원작에 대한 선호로 이어졌다. 만화가 지닌 발랄한 상상력은 기존 드라마 스토리텔링의 한계를 넘어섰다. 조회수가 명확하게 데이터로 나타나며, 독자 의견도 댓글에 직설적으로 담겨 있다. 구태여 반응 조사를 할 필요도 없다. 원작이 있으니 여러 참여자들을 설득하기도 쉽다. 공중파·종편·케이블 방송 채널 등과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같은 글로벌 OTT는 물론이고 티빙·웨이브·왓챠 같은 국내 OTT도 웹툰 영상화에 참여했다. 이제 택시·버스 광고판이나 도심의 커다란 전광판에 웹툰 원작 드라마 광고가 나오는 것이 낯설지 않다. 점점 다양한 시도가 이어졌다. 예전 같으면 원작을 판매하고 영상화에 전혀 관여하지 않던(혹은 못하던) 작가들의 참여도 활발해졌다. 〈이태원 클라쓰〉 원작자 광진이 드라마 극본 작업에 직접 참여해 큰 성공을 거둔 후 〈D.P.〉의 원작자 김보통도 극본 쓰기에 참여했다. 〈지옥〉의 원작자 연상호와 최규석도, 〈무빙〉의 강풀도 직접 드라마 극본을 썼다. 결과적으로 작가들이 극본 작업에 참여한 드라마가 성공하며, 작가 개인이 지닌 창의성이 더 중요해졌다.

웹툰 창작은 ‘개인’ 작업이 아닌 ‘팀’ 작업이 대체할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팬데믹 기간 웹툰 수요가 폭발하며 ‘회빙환’으로 대표되는,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웹툰의 유료 수익이 확장되었다. 풍부한 유동자금은 웹툰 산업 투자 활성화로 이어졌다. 많은 자본이 투자되며 개인 작가의 오리지널 작품보다는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는 웹소설 원작 웹툰 제작이 늘어났다. 분량을 늘리고, 제작 퀄리티를 올리기 위해 팀 작업이 선호되었다. 흔히 웹툰 스튜디오라 불리는 프로덕션 시스템이 등장했다. 새로운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제작 능력이 중요했다. 결국 숫자와 투자를 기반으로 성장하려는 회사들은 꾸준히 제작 시스템을 강화했다.

웹소설 원작 웹툰이 상위권에 오르자 독자들은 웹툰이 비슷해졌다며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사실은 웹툰이 모두 비슷해진 것이 아니라 제작 편수가 늘었고, 그 와중에 상위권 작품이 주로 소비되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발표한 ‘2023년 만화·웹툰 유통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3년 유통된 웹툰은 2만139편이다. 2만139편 중 신작은 1만7455편으로 86.7%를 차지한다. 1만7455편 중 플랫폼 중복 연재를 제외하면 3407편이다. 2023년 한 해에 3000편이 넘는 신작이 발표되었다.

웹툰 국내 수익 줄고, 해외 수익 늘어

2023년 5월11일 방역체계가 전환되며 일상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만화산업백서 2002(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웹툰 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웹툰 이용 빈도가 하락했다. ‘주 1회 이상’이라는 응답이 2021년 66.9%에서 2022년 69.0%로 상승했다가 2023년에는 62.8%로 떨어졌다. 웹툰을 보는 빈도가 줄어들면 높은 순위에 있는 인기 작품의 집중도가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수익 측면에서는 웹툰 ‘국내’ 수익 하락으로 이어졌다. 네이버웹툰의 2023년 결산 보고서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 1월 발행된 밸류파인더의 ‘웹툰 산업 보고서’는 네이버웹툰의 글로벌 매출액을 2021년 4917억원, 2022년 1조664억원, 그리고 2023년 3분기까지 누적 수익을 1조1025억원으로 추정했다. 국내 주요 웹툰 제작사인 투유드림이 자사 유튜브에 공개한 ‘투유데이’ 발표자료를 보면, 글로벌 수익의 확대가 눈에 띈다. 투유드림은 2022년 181억원에서 2023년 201억원으로 매출이 약 11% 성장했다. 국내와 해외 매출을 비교하면 국내 매출은 94억원에서 86억원으로 9% 하락했고, 해외 매출은 87억원에서 115억원으로 32% 성장했다. 전체 매출 가운데 해외 매출 비중이 57%에 이르렀다. 한국에서 절대적 강자인 네이버웹툰과 중견 제작사 투유드림의 매출 상황을 보면 웹툰 생태계가 한국에 국한되지 않고 글로벌로 형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네이버웹툰의 일본 서비스 라인망가에서 연재하는 한국 웹툰 〈입학용병〉. ⓒ라인망가 갈무리
네이버웹툰의 일본 서비스 라인망가에서 연재하는 한국 웹툰 〈입학용병〉. ⓒ라인망가 갈무리

모바일 데이터 분석업체 센서타워가 발표한 ‘2023년 전 세계 만화 앱 시장 인사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세계 만화 애플리케이션 시장 규모는 28억 달러(약 3조6512억원)이다. 이 중 글로벌 웹툰 생태계의 주력은 미국과 일본이다. 미국에 주로 플랫폼이 진출해 있다. 세계 최고의 만화 강국 일본에서는 스마트폰을 통해 세로로 스크롤되는 웹툰 시장이 계속 성장하고 있다. 픽코마는 2020년 7월부터 계속 일본 디지털 만화 플랫폼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네이버웹툰의 일본 서비스 ‘라인망가’도 2023년 4분기부터 일본 웹툰 앱 월간 이용자 수(MAU)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023년 한국 웹툰 〈입학용병〉은 라인망가에서 2023년 연간 판매수익 10억 엔을 넘겼다. 라인망가 작품의 판매액 중 최고 금액을 기록했다. 2023년 일본 제작사 넘버나인이 제작한 〈신혈의 구세주〉가 지난 1월 라인망가에서 월간 판매액 1억2000만 엔을 돌파하기도 했다. 엔터테인먼트 회사, IT 회사 등 다양한 일본 회사들이 웹툰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 OTT 서비스인 유넥스트(U-NEXT), 게임 사업을 주로 하는 IT 회사 드리콤, 아카쓰키도 웹툰 사업에 뛰어들어 오리지널 웹툰을 제작하거나, 플랫폼을 론칭했다. 애플과 아마존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일본에서 웹툰 서비스를 시작했다.

일본에서 한국 웹툰의 인기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는 한국 웹툰 원작의 애니메이션화다. 한국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은 일본 제작사 ‘A-1픽처스’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글로벌 시장에서 방영했다. 인기 웹툰 〈싸움 독학〉도 후지TV의 플러스 울트라(+Ultra)에서 4월부터 방영할 예정이다. 만화 원작-애니메이션 방영으로 이어지는 ‘일본 만화 미디어믹스 밸류 체인’에 한국 웹툰이 참여하게 된 것이다. 웹툰 제작사들도 2022년 와이랩 스튜디오스를 시작으로 레드아이스, 더그림엔터테인먼트 등이 속속 현지 제작사를 설립하고 있다.

기자명 박인하 (서울웹툰아카데미 이사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