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5일 정부세종청사 에서 2024년도 조세지출 기본계획과 관련된 브리핑이 있었다. ⓒ연합뉴스
3월25일 정부세종청사 에서 2024년도 조세지출 기본계획과 관련된 브리핑이 있었다. ⓒ연합뉴스

지난해 세수결손 규모는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인 56조원이다. 재정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언론이 세수결손과 재정건전성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올해 1월 나라살림은 무려 8조원 이상 흑자라고 한다. 3월15일 올해 1월 말 재정 결과를 담은 ‘월간재정동향’이 발간되었는데 이를 인용한 수치다. 지난해에는 세수결손으로 큰 규모의 적자가 발생했는데, 올해 1월 재정수지는 흑자라니 얼핏 보면 조금 안심이 되는 듯하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1월 재정수지가 적자인지 흑자인지는 정보로서의 가치가 전혀 없다. 조삼모사일 뿐이다. 왜 그런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정부는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승인한 지출만 할 수 있다. 국회는 여야 합의를 통해 올해 정부 총지출 규모를 657조원으로 확정했다. 행정부는 올해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657조원을 집행해야 한다. 행정부는 657조원의 지출 시기만 정할 수 있다. 657조원을 12분의 1씩 매달 지출할 수도 있고, 아니면 1월에 600조원을 지출하고 나머지 11개월 동안 57조원만 지출할 수도 있다.

만약 행정부가 1월에 600조원을 지출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1월 재정수지는 엄청난 규모의 적자를 기록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재정건전성이 나빠지는 것은 아니다. 1월에 많이 지출한 만큼 이후에는 덜 지출하게 된다. 어차피 올해 총지출 규모 657조원은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월간 재정수지가 흑자인지 적자인지는 그리 중요한 정보가 아니다.

또한 세수도 매달 12분의 1만큼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1월은 부가가치세 신고 달이다. 지난해 하반기 실적을 올해 1월에 납부한다. 1월 재정수지 흑자는 너무나 당연하다. 2월에는 특별히 들어오는 세수가 없다. 2월 재정수지는 적자가 당연하고, 법인세 납부 달인 3월은 흑자가 예상된다. 실제로 최악의 재정수지를 기록한 지난해에도 1월 재정수지는 큰 폭의 흑자(7조원)를 기록했다.

올해 예정된 재정수지 적자 -91조6000억원

일부 언론은 ‘1월 재정수지가 흑자임에도 불구하고 올해 세수가 불안하다’고 전하기도 한다. ‘세수 펑크(결손)’가 올해도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도 다소 한가하다.

지난해 국세 세수결손은 -56조원이었다. 만약 올해 세수결손이 발생하지 않으면 재정건전성이 지난해보다 좋아질까? 아니다. 올해 세수를 목표치만큼 달성한다고 하더라도 올해 관리재정수지 목표치는 무려 -91조6000억원이다. 작년 본예산 재정수지 -58조2000억원을 크게 하회한다.

세수결손과 재정수지 적자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예상치보다 덜 들어오면 세수결손이다. 올해는 세수 예상치 자체가 매우 낮다. 세수 목표 자체가 매우 낮기 때문에 세수결손이 발생하지 않고 목표가 달성되어도 -91조6000억원의 재정수지 적자가 예정되어 있다.

정리해보자. 월간 재정수지 보도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 세수결손은 우려해야 할 문제이긴 한데, 1월까지의 수치로 결론을 내리기에는 다소 성급하거나 한가하다. 결손이 발생하지 않아도 재정수지 목표치가 이미 -91조6000억원이다. 올해 예정된 재정수지 적자의 원인과 대응 방안을 좀 더 심도 있게 다루는 언론을 기대해본다.

기자명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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