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로소득 자본주의 시대

브렛 크리스토퍼스 지음, 이병천 외 옮김, 여문책 펴냄

“불로소득주의는 신자유주의 정체성의 핵심이다.”

경제학에서 ‘지대(rent)’는, 정상적 경쟁 조건에서라면 예컨대 10만원을 받을 사람이 실제로는 100만원을 벌 때 그 초과분인 90만원을 일컫는 용어다. ‘불로소득’이라 표현할 수도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불로소득(지대)의 공간을 토지, 금융, 자연자원, 지식재산, 플랫폼, 외주화 계약, 인프라 등 일곱 부문으로 나눠 설명하며 현대 자본주의의 본질로 육박해 들어간다. 그에 따르면, 불로소득 자본주의의 핵심적 문제는 퇴행이다.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자산을 만들기 위해 땀 흘려 창조하기보다 기존 자산을 관리·통제하는 권력을 얻어 불로소득자가 되기만을 염원하게 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사회는 쇠락의 운명이 예정될 수밖에 없다며 구체적 정책 대안을 제시한다.

 

사로잡힌 돌

김영글 지음, 돛과닻 펴냄

“이 책을 결코 읽지 못할 돌에게.”

돌멩이 키우기가 유행이라고 한다. ‘반려 돌’을 기르는 이들은 힘든 일을 털어놓으면 묵묵히 들어주는 돌멩이를 통해 치유를 받는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돌의 매력이 ‘고요함’뿐이라고 말한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저자는 삶과 예술 작품에 등장하는 다양한 돌의 이미지를 정성껏 모아 선보인다. 산비탈의 바위, 산수화 속 기암절벽, 동물 발자국 화석, 심지어 배 속의 결석에서도 의미를 발견하려는 시도가 신선하다. ‘어머니의 뼈’를 등 뒤로 던지라는 신의 말에 태초의 인간이 ‘돌’을 집어던지자, 세상이 만들어졌다는 이야기가 서두에 등장하는 것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돌 안에는 인간이 있고 삶이 있기 때문이다.

 

야망계급론

엘리자베스 커리드핼킷 지음, 유강은 옮김, 오월의봄 펴냄

“성공한 시나리오 작가와 실업자 힙스터를 같은 카페에서 보게 되는 이유.”

1899년 처음 개념적으로 등장한 ‘유한계급’은 과시적 소비를 통해 스스로를 특권화하는 이들이다. 부유하지만, 게으르고 지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집단이었다. 이제 새로운 계급이 등장했다. 물질적 소비보다 정신적 소비로 자신의 지위를 사회적으로 구별 짓는 이들이다. 저자는 이들을 ‘야망계급’이라고 호명한다. 이들은 그린피스를 지지하고, 농민 직거래 시장에서 장을 본다. 이들은 온갖 선택을 할 때마다 올바르고 합당한 결정을 했다고 믿으면서 자신의 결정이 식견 있는 것이며 정당하다고 느끼고 싶어 한다. 이 엘리트들의 ‘비과시적 소비’는 자신과 자녀의 사회경제적 위치를 공고히 한다. 저자는 야망계급의 이런 행태가 결국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은폐한다고 지적한다.

 

미세 좌절의 시대

장강명 지음, 문학동네 펴냄

“늘 비상인 세상, 뜻밖의 긴급한 사태에 힘겨워도 끊임없이 적응해야 하는 시대인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

소설가 장강명이 2016년부터 2024년까지 일간지와 잡지에 썼던 칼럼을 묶은 책. 작가는 ‘매사에 회의적인 사람이 점점 불확실해지는 시대 앞에서 스스로에게 던진 막연한 질문들’이라고 소개한다. 새로운 미디어 기술과 선정적 구호들이 “단단히 결합”하며 세상이 퇴행하고 있다는 느낌에, 무력감과 우울을 삼키며 써 내려간 글들이다. ‘미세 좌절의 시대’라는 표현은 2021년 칼럼에서 따왔다. 앨빈 토플러는 1970년에 펴낸 〈미래의 충격〉에서 어느 지점에 이르면 변화의 내용이 아닌 속도 자체가 큰 좌절감을 안길 것이라고 내다봤는데, 지금 한국 사회야말로 토플러가 우려한 그 세상이라는 것이다.

 

소설 보다: 봄 2024

김채원 외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여덟 명의 클로버 병정들은 몸집이 작고 통통한 파수 병정들이었다.”

젊은 작가들의 작품 위주로 분기마다 ‘이 계절의 소설’을 선정한다. 홈페이지에 결과를 공개하고 계절마다 엮어서 출간하는 단행본 프로젝트가 ‘소설 보다’이다. 2018년 시작되었다. 2024년 봄호에는 김채원의 ‘럭키 클로버’, 이선진의 ‘밤의 반만이라도’, 이연지의 ‘하와이 사과’, 이렇게 단편 세 편이 실렸다. 선정위원과 작가의 인터뷰가 작품 뒤에 이어진다. 봄은 죽은 것처럼 보이던 나뭇가지에 새순이 돋는 시기다. 자영은 어머니가 일구던 자두 농장에 홀로 남겨진다. 그 앞에 ‘클로버 병정’들이 나타나 “다 그만두고 싶은“ 마음에서 그를 구해내는 것과 이 계절은 무관하지 않다.

 

경기도에 혼자 삽니다

정희정 지음, 숨쉬는책공장 펴냄

“알 수 없는 미래를 위해 지금의 삶을 임시로 살고 싶지 않았다.”

8년 동안 서울 원룸에서 혼자 살던 30대 여성이 어느 날 경기도 김포시 아파트로 이사했다. 1인 가구의 경기도 정착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서울 중심의 삶에서 벗어나는 것도, 대중교통이 열악한 새 동네에 정착하는 것도 힘에 부쳤다. 그러다 일상에 익숙해지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에 적응하며 삶과 주변을 달리 보게 됐다. 작가가 덤덤하게 풀어내는 ‘경기도 적응기’가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서울을 떠난 사람도, 서울에서 아직 버티는 사람도 모두 공감할 만한 보편의 이야기가 많다. 인구의 사회이동 측면에서 이런 삶은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다. 따뜻한 에세이인 동시에 꽤 유용한 문화기술지처럼 읽힌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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