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재즈 음악가 존 배티스트.ⓒAP Photo
미국의 재즈 음악가 존 배티스트.ⓒAP Photo

거리의 악사였다. 명문 음대에 입학했음에도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 스트리트 밴드를 하면서 자신의 음악적 뿌리를 탐사하기 시작했다. 이후 서서히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뉴올리언스에 끝내주는 밴드 하나가 있다는 소문이었다. 밴드의 리더 이름은 존 배티스트. 그는 이후 〈위 아(We Are)〉(2001)라는 음반으로 그래미 올해의 앨범상을 거머쥔다.

뉴올리언스란 어떤 도시인가. 미국 대중음악의 근간이라 할 재즈의 고향이다. 저 유명한 루이 암스트롱을 필두로 수많은 재즈 뮤지션이 활동하면서 미국 대중음악의 초석을 닦았다. 역사는 이렇게 기록한다. 태초에 블루스가 있었다. 재즈는 이후 남북전쟁이 끝나고 유럽의 고전음악, 교회의 가스펠 등이 블루스와 섞이면서 탄생한 장르다.

혈통부터 음악가 집안이다. 실제로 ‘배티스트 패밀리’라고 불리던, 뉴올리언스를 대표하는 가족 그룹의 멤버로 태어났다. 여덟 살 때부터 배티스트 패밀리에서 퍼커션과 드럼을 연주했고, 열한 살부터는 클래식 피아노 수업을 받았다. 흥미로운 건 혼자 연습할 때 비디오 게임 음악을 주로 카피했다고 한다. 〈스트리트 파이터〉 〈파이널 판타지 7〉 〈소닉 더 헤지혹〉 등등. 나는 게임을 매우 좋아한다. 어제도 〈젤다의 전설: 왕국의 눈물〉 지저 세계를 탐험하다가 잠에 들었다. 어쩐지 이 친구, 괜히 친근한 느낌이 들었는데 이유가 다 있었다.

이후 줄리어드 음대에서 석사와 박사까지 받았지만 결국 그가 선택한 건 대중음악이었다. 이를테면 엘리트 음악인인 동시에 거리를 자양분 삼았던 팝 음악가인 셈이다. 꾸준히 작업하던 그에게 찾아온 첫 기회는 유명 토크쇼 〈더 레이트 쇼 위드 스티븐 콜베어(The Late Show with Stephen Colbert)〉의 밴드 리더를 맡으면서부터였다. 이후 마돈나, 라나 델 레이, 레니 크래비츠 같은 최고의 팝 뮤지션이 작곡을 의뢰하기 시작했다. 최근작 〈월드 뮤직 라디오(World Music Radio)〉(2023)에서는 뉴진스의 이름도 만날 수 있다.

영화 음악가로서도 그의 성취는 찬란하다. 애니메이션 〈소울〉(2020)로 오스카 음악상을 받았고, 이번 아카데미에서도 직접 출연한 다큐멘터리 〈아메리칸 심포니〉로 주제가상 후보에 올랐다. 이 다큐멘터리, 넷플릭스에 있으니 감상해보기를 권한다. 작품에서 그는 심포니가 꼭 클래식 진영의 전유물인 것은 아니라고 도발적으로 묻는다. 자신이 뉴올리언스에서 배운 거리의 대중음악과 전당의 고전음악 모두 ‘아메리칸 심포니’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존 배티스트는 음악적 야망으로 넘치되 그것을 현명하게 경영할 줄 아는 뮤지션이다.

다큐멘터리 속 그의 말을 듣는다. “저는 ‘카테고리화’되는 게 싫을 뿐이에요. 흑인 창작자가 뭘 하는지에 대해 한두 가지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아요. 우리 것을 정통으로 보질 않는 거죠. 그런 관점을 〈아메리칸 심포니〉를 통해 비판하고 싶었어요.” 카테고리의 어원은 그리스어 ‘카테고리아’에서 왔다. 해석하면 “공개적으로 죄를 묻는다”라고 한다.

어원까지 갈 것도 없다. 어떤 영역에서든 인간은 본능적으로 카테고리를 나누는 동물이다. 그러고는 카테고리 내부를 우리 편, 그 바깥을 타자로 상정하고 외면하거나 배척한다. 그렇지 않나. 역사를 살펴봐도 오직 피아라는 이분법으로만 세계를 파악하려 했던 자들이 초래한 비극이 넘쳐난다. 그의 말을 경청해야 하는 이유다. “2022년에 심포니가 만들어진다면 그 악단은 어떻게 이뤄질까요? 클래식, 아방가르드, 포크, 재즈 등등. 모든 장르가 어우러질 공간이 있어요. 그게 바로 미국이에요."

기자명 배순탁 (음악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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