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민운동의 대표 주자 참여연대가 현 정권의 고사작전으로 위기에 처해 있다며 시민을 상대로 ‘지켜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권력 감시, 사회경제개혁, 국제평화 등 3개 분야에서 활발한 시민운동을 펼쳐온 지 15년. 그러나 참여연대는 정부의 재정 압박 속에 최근 11억원대에 이르는 부채에 시름하며 시민의 후원을 목마르게 기다리고 있다. 9월15일 저녁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릴 창립 15돌 후원회를 앞두고 참여연대 김민영 사무처장을 만나 최근 변화의 몸부림으로 고군분투하는 속사정을 들어보았다.

요즘 참여연대의 활동이 위축됐다는 지적이 있는데.참여연대뿐 아니라 진보 개혁적 시민단체 전반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 과거와 달리 현 정부는 개혁적 시민단체의 의견이나 주장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법 개정안이나 보고서를 수없이 내놓아도 일절 무반응이다. 현 정권과 시민단체는 최소한의 소통조차 없다. 정책 대안 제시에 주력해온 시민단체로서는 맥 빠지는 상황이다. 정부가 시민단체를 건전한 비판자이자 협력 대상자보다는 약화시키거나 ‘박멸’할 대상으로 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직접적인 탄압으로 어려움을 겪는 일도 있는가.지금은 보석으로 석방돼 재판받고 있지만 지난해 촛불집회 과정에서 참여연대 창립 이후 처음으로 내부

참여연대 김민영 사무처장(위)은 정부는 개혁적 시민단체의 의견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고 말한다.
활동가 두 명이 수배, 구속되는 일이 생겼다. 또 종로 인근 상인들이 촛불집회로 장사를 못했다며 참여연대를 상대로 2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내서 현재 재판에 계류 중이다. 재판부가 그들의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참여연대는 사실상 문 닫아야 한다. 

정부가 참여연대에 재정 압박도 하는가.그렇다. 과거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과 해오던 공공 프로젝트는 일절 끊겼다. 경찰은 별도로 시위진압 비용을 물리겠다며 참여연대 등에 수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내서 계류 중이다. 또 박원순 변호사가 얼마 전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시민단체를 후원하는 개인이나 기업에 대해 직·간접적인 공권력의 위협이 뒤따랐다. 그래서 규모 있는 후원자들이 애로를 호소하며 지원을 끊었다. 이로 인해 많은 시민단체가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참여연대 빚이 11억원이라는 소문이 있던데….3년 전 자체 건물을 짓느라 생긴 빚이다. 생각보다 공사비가 늘어나 은행 부채 8억원과 내부 부채 3억원을 끌어다 썼다. 상인들 소송에서 패한다면 이 건물도 넘어갈 것이다.

이 기회에 시민운동이 정부 지원에서 벗어나 시민들의 참여로 자립해나갈 계기를 마련해야 하지 않나.우리도 이 시련의 시기를 잘 극복하면서 시민의 도움과 참여로 재정 자립하는 체질 변화를 꾀하려 한다. 문제는 압박이 너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어서 자립하기까지 시련의 계절이 오래갈 것으로 보이는 점이다.

정부와 불편한 관계로 오히려 참여연대가 할 일이 많아진 것 아닌가.현 정부 들어 기본 인권이 전반적으로 후퇴하면서 참여연대도 더 바빠졌다. 특히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약하고 있고, 광장의 집회는 거의 원천 봉쇄된 상태에서 우리는 그런 기본권을 회복하기 위해 싸우

참여연대가 야 4당과 공조해 펼치는 4대강 예산 폐지운동.
고 있다. 또 검찰·경찰·국정원의 횡포를 감시하고 모니터링하는 활동도 강화했다. 최근 국정원과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이 심각한 수준이라 보고 적극 대응하고 있다.

민생 경제 분야의 활동은 어떤 것들이 있나.

서민경제 문제가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중점 활동 분야다. 벼랑 끝으로 내몰린 중소상인과 자영업자를 위해 ‘중소상인 살리기 네트워크’를 만들어 공동 대응하며 유통산업발전법 통과에 힘을 쏟고 있다. 또 대학생 등록금 인하운동, 휴대전화 요금 인하운동 등도 전개 중이다.

참여연대의 기존 운동 방식에 대해 ‘시민 없는 시민운동’이라는 비판도 나오는데….솔직히 그동안 ‘위’만 바라보는 운동에 치중한 경향이 있었음을 인정한다. 권력 감시 활동도 그렇고, 정책 대안 제시도 정부 윗선과 옥신각신하며 진행하다보니 아래보다는 위와 익숙해진 면이 있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서는 이른바 ‘위’가 시민단체를 거들떠보지도 않으니 더욱 시민 속으로 파고들 수밖에 없다. 정부가 무시하는 정책 대안을 국민이 얼마나 지지해주고 행동으로 나서주느냐가 중요해졌다. 시민과 함께하는 시민운동은 이제 시민단체의 사활이 걸린 관건이다. 그런 절박함 속에서 시민들과 더 만나고 각종 강좌도 여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다. 참여연대에 시민 참여가 늘어나는 추세인가.9월 들어 신규 회원이 1000여 명 들어왔다. 물론 600여 명의 기존 회원이 탈퇴해 전반적인 증가 속도는 더디다. 현재 총회원이 1만500여 명인데 꾸준히 1만명선을 유지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많은 시민이 혼란을 느끼며 시민단체가 뭘 해주기를 기다리다가 급기야 스스로 나서서 동참하는 쪽으로 변해가고 있다. 지난해 촛불집회의 키워드가 ‘시민의 자발적 행동’이었듯 이, 흐름과 함께하지 못하면 시민운동은 도태될 상황이라고 본다. 참여연대가 여는 각종 강좌와 사회복지학교, 평화학교 등에도 많은 시민이 동참하고 있다.정치권과의 관계 설정은 어떻게 하고 있나.시민단체가 정치권의 진보 진영과 어떻게든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 시민사회의 요구다. 특히 각종 개혁 정책을 원내에서 관철할 국회의원 수가 적으니 야당과 시민단체가 힘을 합쳐 공동 대응하는 게 중요해졌다. 그래서 야 4당과 분야별 대표 시민단체(민노총·진보연대·참여연대·환경정의) 사이에 공조를 위한 연석회의를 구성했다. 하반기에는 정부가 4대강 사업에 퍼부을 비용 때문에 민생과 복지 예산을 삭감하거나 축소하는 데 맞서 총력 대응하기로 했다.

기자명 정희상 기자 다른기사 보기 minju518@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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