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의 10선 중진인 에니 팔레오마베가 의원(사모아 출신·뒷줄 왼쪽 두 번째)은 동북아 국가들이 특히 주목해야 할 정치인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인 데다 동북아 정책을 다루는 아·태 소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어서다. 미국 의회에서 ‘쇠고기 청문회’를 연 데도,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이 미국 의회를 통과한 데도, 미국 지명위원회가 독도를 주권 미지정 구역으로  발표했다가 뒤집는 과정에도 그의 노력이 컸다.

그런 그가 한국을 찾았다. ‘DMZ 평화포럼’에 참석하고, 위안부 할머니들을 방문(사진)하는 등 다양한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가 훨씬 더 무게를 둔 비공식 일정이 있다. 그는 입국한 날 저녁 조용히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를 찾았다. 9월4일에는 이희호 여사도 만났다. 1년 전 방한 때 DJ를 만났던 동교동 사저에서 이번에는 미망인만 만나 위로를 전했다.

팔레오마베가 위원장은 평소 자신을 ‘DJ맨’이라고 부른다. 9월3일 전북 명예도민증을 받는 자리에서는 “내 삶의 패러다임을 바꾸게 만든 분”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그는 자기를 만나러 온 한국의 여야 정치인에게 ‘햇볕정책’을 설파하곤 했다. 정부나 한나라당 인사들이 당혹스러워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이번 방한 중에도 그의 ‘햇볕론’은 계속됐다. 9월2일 열린 ‘DMZ 포럼’에서 그는 “한반도 비핵화와 DMZ의 평화적 이용은 별개다”라고 주장했다. 바로 앞서 “안보 위협이 사라져야 DMZ의 평화적 이용을 논할 수 있다”라고 한 현인택 통일부 장관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이었다. DJ는 갔지만, DJ맨은 나라 안팎에서 여전히 맹활약 중이다.

기자명 이숙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ook@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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