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진 목사는 보수 교단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할 말은 하는 목사로 꼽힌다. 그는 2006년 6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냈고, 현재 대통령 통일고문을 맡고 있다. 기독교(개신교)가 불신받는 시대다. 이 땅에 들어올 때 기독교는 애국운동이었다. 일제시대 서울 중구에 있는 상동교회에서는 뜰에 젊은이들을 모아놓고 군사훈련을 시킬 정도로 적극적인 독립운동에 나섰다. 기독교는 백성의 근본적인 고난과 아픔을 같이하면서 탄압을 당했다. 예수를 믿는 것은 불순 조선인과 같은 말이었고, 광복 후 교회가 신뢰받는 근거였다. 3·1운동 후 교회가 일제와 타협하는 모습을 보이자 실망한 신자들이 이탈하기도 했다. 지금 상황이 그때와 비슷한 것 같다. 한국 교회가 희망이 없다고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상임 공동대표 인명진 갈릴리교회 담임목사.
교회가 싫다는 지적은 어떻게 보는가? 과거에는 어려움을 당하면 교회로 왔다. 일부 대형 교회가 조찬기도회를 열고 군사독재와 전두환 신군부를 찬양하기도 했지만 대다수 교회는 그렇지 않았다. 그로 인해 1970~1980년대 한국 교회는 급성장했다. 개신교는 한국의 역사와 현실 특히 노동·농민·빈민 문제에 적극 나섰고 억울한 사람 곁에 있었다. 지금은 어려우면 조계종으로 간다. 천주교로 간다. 이유를 멀리서 찾을 게 아니다. 전도(傳道)라는 게 뭐냐. 도를 전하는 것인데 기독교에서는 사랑을 전하는 것이다. 사람을 끌어오는 것이 아니다. 사람 많은 게 의미 있는 것 아니다. 비행기에서 보면 한국은 십자가 불바다다. 이 정도면 사회에 기독교 가치가  있어야 한다. 3·1운동은 기독교적 가치를 가진 운동이었다. 교회의 힘이 여기에서 나온다. 가난한 사람을 위해 고난의 십자가를 지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끌어다 놓으면 무슨 의미인가. 코미디 쇼에 사람 모인다. 무슨 영향력이 있는가? 전도가 아니라 제 발로 찾아오는 교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한국 교회의 위기인 것이다. 백성들이 볼 때 기독교는 감동도 없고, 자기희생도 없고, 용기도 없고, 헌신도 없다. 〈시사IN〉 여론조사에서 개신교의 신뢰도는 천주교와 불교의 절반밖에 미치지 못했다. 불교와 천주교는 상대적으로 사람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불교는 산에서 밖으로 나와 문화와 복지를 위해 활발하게 활동한다. 이제 불교가 재정적으로 훨씬 많은 기여를 한다. 천주교도 높은 담 안에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활발하게 나서고 있다. 하지만 1970~1980년대 천주교 신부들의 민주화 운동은 과대평가됐다. 천주교의 인기는 거품이다.

개신교 신자가 급격히 줄고 있는데. 여의도에 수백만명을 모아놓고 예수 믿으면 돈 벌고 축복받는다고 했다. 1970~1980년대는 누구나 경제적으로 축복받는 시기였다. 예수 믿으면 부자 된다. 그런 교리로 교회 오면 헛 껍데기 교인이다. 교인이 되는 것은 예수를 따라가고 자기를 버리고, 희생하고 고난받는 것이다. 부자 되고 싶은 사람은 교회가 아니라 학원이나 학교가 필요하다. 요즈음은 어려운 때다. 그런 식으로 교회에 왔는데 충족이 안  되면 이탈은 당연하다. 기독교에 대한 사회적 기대감이 크다. 교회가 앞서 있지만 그거 가지고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큰아들 노릇을 못한다는 것이다.

목사들 사는 모습이 전혀 예수를 닮으려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는데.  잘 안다. 목사들이 예수 팔아 호의호식하고 예배당에 교육관·선교관 등 교회를 너무 크게 짓고 자꾸 지으려고만 한다. 사회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가 교회 안에서도 똑같이 일어나 실망이 크다. 개신교 최대 위기라는 말에 공감한다. 대오 각성이 필요하다. 섬기는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

이명박 정부 들어 개신교에 대한 반감이 더 커졌다. 이명박 대통령과 이 정권은 반기독교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조금 과장된 경향이 있다. 이 대통령은 자수성가한 사람이라 자존심이 강하다. 내가 다 해봤다고 생각한다. 성격 자체가 그렇다. 그 성격으로 어려움을 딛고 대통령이 됐으나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 정부에서는 가난한 사람을 위하고 고난당하는 모습이 안 보인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교회와 정부가 오버랩되고 있다. 기업 프렌들리, 부자 교회 출신 ‘고소영 내각’ 등 정부가 부자 편이라는 못마땅한 이미지가 기독교에 고스란히 투영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기독교인이라는 것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한다. 손해 보는 측면이 크다.

대통령이 같은 교회 출신 인사를 너무 중용한다. 이 대통령이 소망교회 출신이어서 더 두드러져 보이는 거다.
ⓒ전문수‘예수 천당, 불신 지옥’이라는 이분법적인 잣대가 한국 개신교에 팽배해 있다. 위는 지난 9월3일 서울 명동.
이참·백용호·강만수·정몽준·박미석 등 소망교회 인사는 셀 수 없이 많다.
전 정권에도 소망교회 출신들은 많았다. 기독교 때문에 역차별당하는 경우도 많다. 나 같은 경우는 정부에서 두 번 자리를 제의받았는데 목사이기 때문에 안 된다고 했다. 안 간다고 했다.

주일 예배 때 목사님들이 장로 대통령에게 잘못을 지적해주지 않나? 최근 청와대에 드나드는 목사는 없다. 취임 초 김진홍 목사가 가서 예배 보고 나서는 또 종교 편향 이야기가 나오면서 노이로제에 걸렸다. 주일에 대통령은 텔레비전을 보면서 예배를 드린다고 한다. 나는 취임하고는 한 번도 청와대에 안 갔다. 목사가 드나드는 것이 오해를 살까봐. 취임식 이틀 전인가 대통령이 목사들과 식사를 했는데 힘들어도 바깥에 나와서 예배 드리라고 했다. 목사를 불러오면 바른말 안 한다. 그냥 불쑥 가서 예배 보면 민심을 가장 잘 들을 수 있다. 경제인에게 휴대전화 번호 준다는데 목사에게도 주고 민심을 전하게 하면 가장 정확한 여론조사 샘플이 되지 않을까 싶다. 헌금은 경제지표의 가장 정확한 척도다. 

최근 대북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북 문제를 이야기하면 좌파로 보고 소통이 안 되는 경향이 있다. 청와대에 대북 문제를 체계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다. 핵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과 공조로 강경 정책 일변도다. 인도적 차원에서 줄 건 줘야 한다. 손해가 나든지 말든지. 쌀과 의약품은 무조건 줘야 한다. 이것도 안 주고 동포라고 할 수 없다. 쌀 주라고 하면 빨갱이라 하고, 북한 군인들이 먹는다고 하는데 군인은 국민 아닌가. 쌀 먹고 전쟁하는 것 아니지 않느냐. 육군 몇 만명을 보내야 개성과 금강산에서 2000만 평을 빼앗겠는가? 북한 사람들은 초코파이에 놀란다. 대북 문제에 대해 정부의 단세포적 생각이 문제다. 내 판단으로는 김정일이 살아 있을 때 북한 문제에 대한 진전을 봐야 한다. 이명박 정부에서 인 목사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는 것 같다. 미운털이 박혔다. 청와대로부터 두 번 경고를 받았다. 사람들이 청탁을 안 해서 편해졌다. 벼슬을 원하는 게 아니라 쓴소리를 하는 게 목사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정부를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기자명 주진우 기자 다른기사 보기 ac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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