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권(정치철학자)
"‘적대 정치’는 가치와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적’과 ‘동지’로 명확하게 나누게 만듭니다. 민주주의 사회의 필연적 가치인 다양성이 제거되는 거죠. 가장 대표적인 개념이 나치의 법철학자 카를 슈미트가 〈정치적인 것의 개념〉에서 설명한 것입니다. 정치적이라는 것, 모든 정치적 행위의 근본적인 원인이 적과 동지의 구분에 따라 이뤄진다고 이야기합니다.

각자의 지지층에 매몰될수록 정치 양극화가 일어나요. 우리가 정치인 피습이라고 하지만 테러죠. 정치 테러는 선거가 고조되는 시기에 주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선거야말로 승자와 패자가 아주 명확하게 갈리는 시기입니다. 한국처럼 초당적 협치 경험이 드문 나라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늘 존재한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재명 대표의 목숨이 안전한지 여부가 확인되자마자 이슈가 바뀌었죠. 테러가 왜 문제인지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의료 무시로 옮겨가는 것을 보면서 한국 사회의 적대가 정말 깊어졌다고 느꼈습니다.

지역 의료 ‘문제’가 아니고 지역 의료 ‘무시’였다는 게 중요합니다. 상대방을 공격하는 프레임이죠. 사실상 한국도 심리적 내전 상태가 아닌지 우려가 되고요. ‘저들과는 이 세상을(국가를) 공유할 수 없어’라는 생각을 하는 분들이 점점 많아지는 느낌이에요. ‘너’만 없으면 세상이 더 나아질 거라는 것이 일상의 언어나 행동이 되는 거죠. 이번에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에서도 드러난 것이고요.

민주주의는 이 세상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방법을 찾는 이념이기도 해요. 한국 정치는 어떤가요? ‘내부 총질’이라는 표현이 드러내는 배신자 프레임이나 ‘수박’ 같은 배제의 언어들이 횡행하죠. 협상과 타협을 어떤 방식으로 복원할 것인가가 한국 정치의 주요 쟁점이 돼야 합니다. 나와 다른 상대는 ‘적’이 아니라 ‘경쟁자’입니다. 적은 제거해야 할 대상이지만 경쟁자는 함께 가야 할 존재죠. 적대 정치가 횡행하는 가장 중요한 책임은 정치 지도자들에게 있지만, 적대를 조장하는 정치인을 견제할 의무가 시민에게도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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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
책임총괄: 장일호 기자
프로듀서 : 최한솔 PD, 김세욱·이한울 PD(수습)
진행: 장일호 기자
출연: 김만권 경희대 학술연구교수·정치철학자, 이한울 PD

기자명 장일호 기자 다른기사 보기 ilhosty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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