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진적으로 존재하기

앨리스 셰퍼드 외 지음, 앨리스 웡 엮음, 박우진 옮김, 가망서사 펴냄

“당신은 얼마나 많은 장애인 창작자들을 알고 있는가?"

저자는 미국으로 이주한 중국계 이민자 가족의 딸이고 장애인이다. 많은 미국인들이 자국의 장애인권, 접근성에 대해 자긍심을 가지고 있지만 그는 동의하지 않는다. 장애인은 ‘어디에서나 침묵을 강요당한 존재’였다. 사회변화를 꾀하는 모든 운동이 장애 가시화의 과제를 포함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그는 장애 문화 콘텐츠를 제작하고 온라인상에 아카이빙하는 ‘장애 가시화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그 결과물을 담은 책이다. 장애인권 활동가이자 변호사·작가인 해리엇 맥브라이드 존슨이 장애인 영아살해 합법화를 주장하는 〈동물해방〉의 저자 피터 싱어 프린스턴 대학 교수와 벌인 논쟁을 시작으로 저자 37명이 에세이 37개를 썼다. 지금 현재, ‘최전선의 이야기들’이 담겼다.

부동산과 정치

김수현 지음, 오월의봄 펴냄

“집값 폭등은 이렇게 분열과 상처를 낳건만, 문재인 정부는 도대체 집값을 왜 못 잡았을까?”

‘영끌 푸어’ ‘벼락 거지’ 등은 문재인 정부 시절 등장했던 유행어다. 집값 상승 공포에 ‘영혼까지 끌어’ 집을 산 사람들은 고금리 상환 부담에다 집값 하락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연달아 터지는 전세 사기 사건도 무관하지 않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설계자로 거론되는 저자가 ‘총체적 실패’라는 비판에 대해 입을 열었다. “나의 반성을 앞세워, 우리 사회에 만연한 포퓰리즘에 대한 교훈을 얻고 싶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네 가지 책임을 꼽으면서 집값 폭등의 이유를 분석한다. 하나는 부동산 문제의 정치화와 포퓰리즘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고백이다. 왜 실패했나, 어떻게 하면 반복하지 않을까에 관한 복기가 담겼다.

찰스 밍거스

진 샌토로 지음, 황덕호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

“그는 분노의 재즈맨이었다.”

부제는 ‘소리와 분노’다. 찰스 밍거스는 1922년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태어나 58년간 광기 어린 재즈 베이시스트로 살았다. 그는 청중에게 자신의 음반을 틀어주고 본인은 무대 위에서 스테이크를 먹기도 했다. 반복되는 즉흥연주 스타일을 ‘멍청한 독창성’이라고 비웃었으며, 클래식 음악과 교회 성가를 들으며 재즈 모음곡을 썼다. 작품 300여 곡과 앨범 수십 장은 그의 기행이 낳은 유산이다. 저자는 밍거스의 가족·친구·동료·사이드맨을 수백 차례 인터뷰하며 흑인 연주자였던 그의 삶의 곤경을, 갈망과 분노를 파헤쳤다. 다른 재즈 뮤지션들과의 일화 및 2차 세계대전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한 미국 음악사도 읽을거리다. 황덕호 재즈 평론가가 번역을 맡았다.

야생의 치유하는 소리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 지음, 노승영 옮김, 에이도스 펴냄

“맨 처음 지구에 울려 퍼진 소리는 오직 돌, 물, 번개, 바람에서만 났다.”

이 책은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인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간의 소리를 줄여야 한다. 잠이 쉽게 오지 않는 밤 유튜브로 비가 오는 소리, 바람에 갈대가 흔들리는 소리를 찾아 들어본 사람이라면 무슨 의미인지 알 것이다. 2023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든 이 책은 “요란한 인간의 진보가 우리를 침묵으로 되돌려놓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전한다”. 저자는 인세 수익의 절반 이상을 환경보호단체들에 기부할 것이라고 약속한다. 거대한 자연의 음향사를 담은 이 책을 읽으면 소리를 통해 자연을 이해하는 식견도 높아지고, 기부도 하는 셈이다. 2023 미국 음향협회 수상작이기도 하다.

마흔 살 위로 사전

박성우 지음, 창비 펴냄

"마음이 몸의 어깨를 펴주고 걸음을 내딛는다."

〈아홉 살 마음 사전〉 등을 집필한 박성우 시인이 이번엔 마흔 살을 위한 위로 사전을 냈다. ‘각박하다’는 단어를 보는데 마음이 쓰리다. ‘각박하다’는 것은, ‘며칠이나 앓아누웠다가 출근하는데 누구 하나 ‘몸은 좀 어때요?’라고 묻지 않는다는 것.’ ‘주책없다’는 어떨까. ‘실직한 친구 앞에서 회사 일이 점점 많아진다고 하소연을 하는 것’이다. ‘유쾌하다’를 읽다가 웃음이 새어나왔다. ‘다음 주에나 올 줄 알았던 해외 배송 택배가 오늘 왔다는 것.’ 참말 유쾌할 것 같다. 시인이 고르고 해석한 단어 100개를 읽어 내려가다 보면, 마흔 살이 아니라도 ‘한결 너그러워지고 맑아지고 편안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도서관과 리터러시 파워

송경진 지음, 정은문고 펴냄

“비판적 사고가 멈춘 세계에서는 주어진 정보를 검증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도 없다.”

공적 공간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가 도시의 질을 결정한다. 공원과 도서관 같은 비상업적 공간을 통해 우리는 겨우 ‘소비자’가 아니라 ‘시민’으로 존재할 수 있다. 경계 없이 열려 있는 도서관은 ‘민주주의 학교’나 다름없다. 공동체 역량을 기르고 자치의 실천이 이뤄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도서관 예산을 삭감하고 기존 용도를 바꾸려는 행정의 시도는 그래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저자는 리터러시를 “인간의 의사소통을 지원하는 복합적인 역량”으로 정의한다. 읽고, 쓰고, 생각하고, 말하는 모든 행위에는 암묵지적 지식의 영역이 포함되어 있다. 이를 위해 물리적 공간으로서 존재하는 도서관의 필요와 역할을 검토한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