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는 추석 합병호이자 창간 16주년 기념호입니다. 추석과 설날, 1년에 두 차례 ‘배송 문제’ 때문에 합병호를 냅니다. 명절 전후 물동량이 늘어 배송이 여의치 않아서입니다. 2007년 9월에 〈시사IN〉 창간호이자 추석 합병호를 냈습니다. 그후 날짜에 따라 창간 기념호와 추석 합병호가 간격이 떨어지기도 하고, 올해처럼 겹치기도 합니다. 먼저 16년 동안 〈시사IN〉을 성원해준 독자 여러분께 마음 깊이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해마다 이맘때 〈시사IN〉은 여론조사를 합니다. ‘한국 사회 신뢰도 조사’입니다. 국가기관, 언론 등 여러 분야에 대해 묻습니다. 16년 동안 꾸준히 조사해 데이터가 쌓였습니다. 그 조사 결과를 통해 한국 사회의 변화를 읽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이 9월1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윤석열 정권 국정 전면 쇄신 및 국무총리 해임·내각 총사퇴를 촉구했다.ⓒ연합뉴스
민주당 의원들이 9월1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윤석열 정권 국정 전면 쇄신 및 국무총리 해임·내각 총사퇴를 촉구했다.ⓒ연합뉴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뢰의 양극화’가 확연합니다. 지지하는 정당과 정치적 성향에 따라 국가기관에 대한 신뢰, 정부의 대응 등을 보는 시각차가 큽니다. 국가기관을 불러주고, 전혀 신뢰하지 않으면 0점, 보통이면 5점, 매우 신뢰하면 10점을 기준으로 해서 0에서 10 사이의 숫자로 답해달라고 했습니다. ‘용산 대통령실’을 예로 들어볼까요? 국민의힘 지지자는 6.71점을 주고,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는 1.11점을 주었습니다. ‘보수’ 응답자는 5.67점을, ‘진보’ 응답자는 1.16점을 주었습니다. 대통령실, 검찰, 감사원,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한 응답에서 비슷한 ‘신뢰 양극화’가 나타났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정부의 대응’ 문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민의힘 지지자(6.11점), ‘보수’ 응답자(5.36점)는 신뢰하고, 더불어민주당 지지자(0.59점), ‘진보’ 응답자(0.79점)는 불신합니다.

주관식으로 신뢰하는 언론인을 물었더니 응답자의 71.5%가 ‘없다/모른다/응답 거절’을 선택했습니다. 지난해에는 같은 질문에 59.5%가 그랬습니다. 1년 새 언론에 대한 불신·무관심이 늘어난 듯합니다.

이번 합병호에 실린 최지향 교수(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의 글에 따르면, ‘언론에 대한 시민의 신뢰가 정치기구에 대한 신뢰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그 관계는 정치 양극화가 두드러지는 국가에서 더 강하게 나타납니다’. 언론에 대한 냉소가 높은 사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정치에 대한 냉소가 높아진다고 합니다. 정치에 대한 냉소가 다시 언론에 대한 냉소로 이어져 두 분야 모두에 대한 냉소가 커진다고 합니다(하방형 나선 모델). ‘신뢰의 위기’를 가리키는 ‘한국 사회 신뢰도 조사’를 커버스토리로 내보내며 ‘믿을 수 있는’ 언론의 역할을 다시 한번 되새깁니다.

기자명 차형석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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