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에서 ‘시사 만화’를 연재하는 굽시니스트는 천재다(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대중문화를 패러디해 시사 문제를 풍자한다. 가져다 쓰는 대중문화의 폭이 넓어, 때로 ‘이 컷이 무슨 뜻인가’ 물어보면, 다 근거가 있다. 팬층도 공고하다. 예전에 그가 강연자로 나선 독자 행사를 열었을 때 사회를 본 적이 있다. 청중의 열띤 질문과 굽시니스트의 대답을 이해 못해 ‘난 누구? 여긴 어디?’ 했던 기억이 난다.
〈시사IN〉 제834호에 실린 굽시니스트 시사 만화 ‘기동전’을 보고서는 단번에 공감했다. 얼마 전부터 언론이 무엇인가 비판을 하려고 하면, 금세 뭔가 다른 일이 터진다. ‘물난리 대처→(대통령)장모 구속→잼버리 대란→후쿠시마 오염수 방류→해병대 수사 외압→홍범도 흉상 등등’(〈시사IN〉 홈페이지에서 보실 수 있다. 꼭 한번 검색해보시라).
최근 며칠만 해도 ‘정신 혼미’ 사건의 연속이다. 9월11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대선 직전 〈뉴스타파〉 등 언론의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 보도를 두고 ‘극형에 처해지는 범죄’ 운운했다. 정부·여당은 ‘언론 윤리’의 문제를 ‘대선 공작’으로 끌고 간다. 9월12일에는 KBS 이사회가 김의철 사장에 대한 해임 제청안을 의결했다. 당일 저녁, 윤석열 대통령은 해임안을 재가했다. 그야말로 속전속결이다.
9월13일에는 개각이 있었다. 윤 대통령은 국방부 장관 후보에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에 유인촌 대통령실 문화체육특보,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에 김행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을 지명했다. 통상 ‘개각’ 하면 새 인물을 내세워 분위기를 일신한다고 하지 않나. 그런데 이명박 정부에서 3년간 문체부 장관을 한 유인촌 후보가 12년 만에 재등장했다. 그 시절, 국정감사 도중 기자들을 향해 ‘사진 찍지 마! XX’ 했던 폭언 영상이 다시 돈다. 최근 홍범도 장군을 ‘뼛속까지 빨간 공산당원’이라고 했던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2019년 극우 인사인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관한 ‘문재인 퇴진 집회’에서 했던 극언으로 주목받고 있다. 김행 여가부 장관 후보자 역시 박근혜 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했던 이로, 왕년의 ‘그때 그 인물’일 뿐이다. 그러던 차에 9월14일 검찰이 〈뉴스타파〉와 JTBC를 압수수색했다. 이러고도 ‘자유’를 말하나.
이슈가 이슈를 덮는다. 요즘 베스트셀러 제목을 패러디하자면, ‘도둑맞은 (시사) 집중력’이기 딱 십상인 시대다. ‘뉴스 보기 싫은 시절’이라지만 외면할 수도 없다. 정신 바짝 차리고 집중하지 않으면, ‘민주주의’ 도둑맞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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