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진핑 주석이 오는 9월 9~10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9월3일)은 시진핑 주석 대신 리창 총리가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중국을 대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익명의 소식통을 근거로 보도했다.

시진핑, 인도 G20 건너뛸 예정

이전에 시진핑 주석은 이번 G20 정상회의 참석차 뉴델리를 방문하겠다고 말한 바 있으나, 중국 외교부는 지난주 정례 언론 브리핑에서 이 점을 확인해주지 않았다.

BBC(9월4일)는 시 주석이 최근 인도-중국 관계의 악화에 따라 회의 참석을 건너뛰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양국은 히말라야 일대 국경을 둘러싸고 분쟁을 벌여왔다. 지난 1962년 10월부터 한 달여 동안 국경 일대에서 국지전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 8월29일엔, 중국이 인도 북동부 아루나찰 프라데시주와 악사이친 고원을 중국 영토로 표시한 지도를 공개하자, 인도 정부가 강력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수브라마냠 자이샹카르 인도 외무장관과 현지 방송인 NDTV의 인터뷰를 BBC가 인용·보도한 바에 따르면, 자이샹카르는 “중국은 과거에도 타국의 영토를 자신들의 것이라 주장하는 지도를 내놓은 바 있다”라면서 “이는 중국의 오래된 습관”이라고 성토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의 G20 불참 소식에 대해 “실망했지만 … 시 주석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9월3일)에 말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 G20 회의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이후 지금까지 만나지 못했다.

지난 4월15일, 베트남 하노이 공산당 본부에서 토니 블링큰 미국 국무장관과 기념 촬영 중인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오른쪽). ⓒREUTERS
지난 4월15일, 베트남 하노이 공산당 본부에서 토니 블링큰 미국 국무장관과 기념 촬영 중인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오른쪽). ⓒREUTERS

로이터통신(9월4일)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인도 뉴델리에서 G20 회의에 참석한 뒤 베트남 하노이로 날아가 양국 간 외교관계를 파격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계획은 야심차다. 현재 미국은 베트남의 다른 나라에 대한 ‘외교 순위(diplomatic ranking)’에서 3등급이랄 수 있는 ‘포괄적 동반자’ 관계에 머물고 있다. 이를 두 단계 끌어올려 1등급인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로 승격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베트남의 외교 순위에서 미국은 중국, 러시아와 같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로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바이든 행정부의 노림수가 깔려 있다.

하노이의 계산

베트남은 중국의 보복이 두려워 미국의 관계 격상 요구를 망설여왔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정부의 최고위급 관료들과 경제사절단 등을 거듭 파견하면서 베트남 정부를 설득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베트남 공산당 지도자들이 앞으로 미중 관계가 계속 악화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지금이 적기’라고 계산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베트남은 중국을 달래기 위해 바이든이 하노이에 도착하는 9월10일 직전이나 이후, 중국 최고위급 지도자의 하노이 방문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이 베트남 고위 관료들로부터 들은 바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이나 리창 총리가 베트남 지도자들을 만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베트남은 외교 무대에서 자국의 몸값을 부쩍 올리는 형국이다.

기자명 이종태 기자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