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5일 육군사관학교가 교내에 있는 독립 영웅 5인의 흉상을 철거·이전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홍범도·김좌진·지청천·이범석 장군과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의 흉상이다. 2018년 삼일절 99주년을 맞아 세워졌다. 장병들이 사용한 실탄 5만 발 분량의 탄피를 녹여 이 흉상들을 만들었다. 5년 만에 철거·이전하겠다니, 난데없는 일이었다. 오죽하면 이회영의 손자인 이종찬 광복회장이 ‘반역사적 결정’이라며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퇴진을 요구하겠는가.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죽마고우인 이철우 연세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의 부친으로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져 있다.
8월31일 육군사관학교는 교정 내 홍범도 장군 흉상을 육사 밖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홍범도 장군(1868-1943)이 1920년대 소련 국적을 취득하고 1927년 소련공산당에 가입한 이력을 문제 삼은 것이다. 함께 설치돼 있는 다른 흉상들은 ‘육사 교정 내 적절한 장소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이날 한덕수 총리는 국회에서 ‘해군 잠수함 홍범도함의 명칭 변경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 이름은 박근혜 정부 때 붙였다.
정말이지 묻고 싶다. 홍범도 장군을 예우하는 게 보수·진보가 달리할 일인가? 홍범도 장군에게 건국훈장을 추서한 사람은 1962년 박정희 대통령이었다. 2021년 홍범도 장군 귀환·유해 안장식에는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도 참석했다. 당장 지금 여권의 홍준표 대구시장, 김태흠 충남도지사, 유승민 전 의원도 홍범도 흉상 이전에 반대 의사를 밝히지 않았나. 국민적 공감대가 넓은 이런 사안을 이념 논쟁에 끌어들여 역풍이 일게 하고, 그로 인해 사회적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데도, 대통령실은 “대통령 지시는 따로 없다. 국방부와 육사에서 검토해 결정하는 것”이라며 모른 척한다.
얼마 전 홍범도 장군 일대기를 그린 소설 〈범도 1·2〉를 펴낸 소설가 방현석씨가 최근 〈경기신문〉에 글을 보냈다. 그중 한 대목이다. “그의 아내는 일본군의 고문으로 죽었다. 그와 함께 싸웠던 큰아들 양순은 일본군과 교전 중에 전사했고, 작은아들 용환도 항일전선에서 숨졌다. 재산 한 푼 남기지 않았고, 핏줄 하나 남기지 못했다. 그는 아무것도 남기지 못했지만 우리는 그들이 남긴 나라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남긴 나라는, 한평생을 독립운동에 바치느라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이의 흉상마저 치우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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