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제도에 긍정적인 청년(‘청년기본법’ 기준 19~34세 남녀)의 비중이 지난 10년 동안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이 8월28일 발표한 〈‘사회조사’로 살펴본 청년의 의식변화〉에 따르면, 청년들 가운데 ‘결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은 절반에 한참 못 미치는 36.4%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되었다(2022년 기준). 이 수치는 10년 전인 2012년(56.5%)에 비해 20.1%포인트나 떨어졌다.

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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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동거 가능’에 청년 80.9%가 동의

청년 남성보다 청년 여성들이 결혼제도에 훨씬 덜 긍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결혼에 대한 태도를 성별로 나눠보면, 남성 청년 가운데 43.8%가 결혼을 긍정적으로 봤으나 여성 청년의 이 비율은 28.0%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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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사에 따르면, 청년들은 ‘결혼하지 않는 주된 이유’로 ‘결혼자금 부족’(33.7%)을 꼽았다. ‘결혼의 필요성을 못 느낌’(17.3%) ‘출산‧양육 부담’(11.0%) ‘고용 상태 불안정’(10.2%)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성별로 보면 ‘주된 이유’가 미묘하게 다르다. 미혼 남성들은 ‘주된 이유’로 ‘결혼 자금 부족’(40.9%)을 가장 많이 꼽았고 그 다음 순서인 ‘결혼 필요성 못 느낌’은 13.3%에 그쳤다.

미혼 여성들 가운데서는 ‘결혼자금 부족’(26.4%)과 ‘결혼 필요성 못 느낌’(23.7%)의 비율이 비교적 비슷하게 나타났다. 결혼의 필요성 자체를 못 느끼는 여성의 비율이 남성보다 10.4%포인트나 높다. 다만 청년층에서 굳이 ‘결혼하지 않아도 함께 살 수 있다(비혼 동거)’에 대한 ‘동의’는 2012년 61.8%에서 2022년 80.9%로 크게 증가했다.

결혼과 출산, 별개의 문제

결혼과 출산에 별개의 가치를 부여하는 시각도 계속 확산 중인 듯하다. 청년들 가운데 설사 ‘결혼을 해도 자녀를 가질 필요가 없다’는 의견에 동의한 비율이 2022년 현재 절반을 넘어섰다(53.5%). 이 의견에 대한 동의율을 성별로 보면, 여성이 65.0%에 달해 남성(43.3%)보다 21.7%포인트나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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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 출산(결혼하지 않고 자녀를 가지는 경우)’에 동의하는 청년의 비중도 2012년의 29.8%에서 2022년엔 39.6%로 증가했다.

청년 중 84.4%가 ‘가사 공평 분담’ 동의

한편 대다수의 청년들이 ‘부부가 가사를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공평 분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가운데 ‘공평 분담’을 지지하는 비율이 2012년의 59.7%에서 2022년엔 84.4%로 24.7%포인트나 늘었다. 다만 통계청은 이 같은 의식과 실제 사이에 적잖은 격차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실제로 가사를 공평 분담하느냐’에 ‘그렇다’라는 비중이 41.3%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남성 가운데서는 43.0%(2012년엔 22.3%), 여성 40.2%(2012년엔 19.1%)가 ‘실제로 공평 분담’한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청년층의 ‘실제로 공평 분담한다’는 비율(41.3%)이 전체 인구(20.9%)보단 훨씬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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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기준으로 ‘여성이 직업을 가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청년의 비중은 87.4%였다. 더욱이 여성이 직업을 가진 경우, 출산‧양육과 상관없이 계속 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청년의 비중이 2011년 53.2%에서 2021년엔 74.0%로 20.8%포인트나 늘었다. ‘출산 전과 자녀 성장 후에 취업하는 것이 좋다’는 비중은 14.1%(2011년엔 23.7%)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런 청년들의 의식이 사회적으론 온전히 실현되지 않고 있는 듯하다. 청년들이 ‘여성 취업의 가장 큰 장애 요인’으로 꼽은 것은 ‘육아 부담’(46.3%)이었다. 여성은 48.5%, 남성은 44.3%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성별 간 의식 차이도 크지 않다. ‘사회적 편견’(18.5%), ‘불평등한 근로 여건’(13.8%) 등이 그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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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이종태 기자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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