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4일부터 방류되는 후쿠시마 오염수와 관련, 일본 정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방사능 농도가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낮기 때문에 ‘괜찮다’라고 주장한다. ‘괜찮지 않을’ 경우 가장 큰 피해국 중 하나가 될 한국 정부는 이런 일본 측 주장에 동조하는 듯하다.
오염수 방류, “투명하지도 포용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일본 측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엔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 일본이나 해외 시민들에게 오염수 방류를 설득하기 위해 관련 데이터를 취사선택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만 수용하기도 힘들다. 그들 역시 자신의 신념체계나 정치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정치적 중립을 표방하는 환경 모니터링 그룹 세이프캐스트(Safecast)의 수석 연구원 애즈비 브라운(Azby Brown)은 오염수 방류를 이틀 앞두고 〈뉴욕타임스〉(8월22일)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일본 정부는 “방사능 오염수를 방류하게 된 지금까지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투명하지 않았고 자국과 해외의 이해관계자들을 포용하지도 않”아 “앞으로 수십 년간 지속될 불신과 논쟁의 씨앗을 심었다”라고 비판했다.
세이프캐스트는 정확한 데이터로 형성된 사회적 신뢰를 기반으로 공공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해온 단체다. 스스로를 ‘원자력 찬성파’도 ‘원자력 반대파’도 아닌 ‘데이터 찬성파’로 불러왔다. 브라운 연구원은 일본에 상주하면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 관련 데이터들을 수집해왔다.
그의 〈뉴욕타임스〉 기고문에 따르면,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오염수 처리와 관련된 수많은 방안이 나왔다. IAEA가 도쿄전력에 해양 방류를 고려하라고 권고한 것은 2013년이었다. 일본 정부 역시 오염수를 증기화해서 방출하거나 지하 깊숙이 파묻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해양 방류 이외의 실행 가능한 대안(예컨대 더욱 튼튼한 저장 탱크를 만들어 장기 저장)들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해양 방류를 결정(2021년 4월)했다.
이 결정 전후에 일본 정부가 공청회를 열긴 했다. 여기 참여했던 브라운은 “공청회의 목적이 의견 수렴이 아니라 해양 방류를 설득하는 것이었다”라고 술회한다. 공청회를 마친 뒤 여러 달이 지나서야 ‘방사선 환경 영향 평가’가 나왔는데, 이는 도쿄전력이 실시한 것이었다. 학생이 자신의 답안지를 스스로 채점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당시 전문가들은 오염수에 함유된 방사성 원소의 전체 목록이 빠져있는 등 도쿄전력이 일부 정보를 감췄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본 정부 측의 진지한 노력은 없었다고, 브라운은 주장했다. 그의 말대로 오염수 해양 방류는 “기본적으로 일본 정부가 만들고, 공고하고, 열렬히 옹호한” 결정이었다. 다른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는 거의 봉쇄되었다.
더욱이 후쿠시마 원전 사태에 관한 한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신뢰도는 굉장히 낮다. 2022년 사태 발생 당시에도 일본 정부 측은 거듭해서 위험 관련 정보들을 최소화해서 발표하거나 은폐했다. 심지어 “노심 용융(core meltdown)” 같은 용어는 사용하는 것조차 거부했다. 브라운의 기고문에 따르면 도쿄전력 역시 신뢰할 만한 회사는 아니다.
“도쿄전력은 수년 동안 정화 시스템을 통해 62개의 방사성 핵종을 안전하거나 검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고 나면 (그리 위험하지 않은) 수소의 방사성 형태인 삼중수소와 다른 두 가지 동위원소만 아주 적은 수준으로 남게 되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2018년, (오염수를 저장하는) 탱크의 70%에서 다른 방사성 물질들이 법적 허용치 이상 수준으로 검출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일본처럼 한다면?
이처럼 신뢰하기 어려운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자국 내 이해관계자들과 전문가의 의견 수렴, 이웃 국가들의 동의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방류를 강행하게 된 것이다. 한국, 중국, ‘태평양 도서국 포럼(오세아니아 주를 중심으로 태평양 18개국의 지역 협력 기구)’들은 오염수 방류를 강하게 반대해왔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입장을 바꿨다.
브라운 연구원은 오염수 해양 방류의 결과에 대해서는 “(일본 측의 주장이 맞는지) 시간이 지나 봐야 알 수 있다”라고 말을 아꼈다. 앞으로 30년 동안 도쿄전력이 지금의 계획대로 방류하면서 큰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경우엔 ‘일본이 옳았네’라고 인정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다만 그가 보기에 일본 정부는 이미 ‘핵 폐기물 처리’에서 나쁜 선례를 만들었다. 아시아에선 현재 140기 이상의 원자로가 가동되고 있다. 더욱이 수십 기 이상이 건설 중이거나 계획 및 제안되고 있다. 이런 아시아 국가들은 공적 의사 결정 과정에서 일본보다 더 불투명하고 일방적일 수 있다. 그런데 “문화와 경제 부문의 강국으로 세계적 인정을 받는” 일본의 정부가 자국 시민, 사회단체, 전문가, 이웃 국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덜컥 오염수를 해양 방류해버린 것이다. 유사시 다른 아시아 국가들 역시 ‘일본도 그랬는데’라며 섣부른 정책 결정을 남발하게 되지 않을까?
브라운 연구원은 “해양 방류가 안전하게 이뤄진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한 유일한 길은, 진정으로 독립적이고 국제적이며 참여적인 모니터링 체계(방류에 영향받는 이해관계자들도 포함시키는)를 구성하는 것밖에 없다”라며 이를 통해 “나쁜 선례”를 “전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선례로 바꾸라”고 일본 정부에 촉구했다.
그는 지난 2019년 〈뉴스톱〉(12월9일)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우리가 전문가 모임에 가면 꼭 ‘후쿠시마에는 이제 아무 문제가 없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고 싶어진다. 실제 후쿠시마에는 많은 문제들이 있다. 반면 반핵 운동가들과 같은 사람들을 만나면 그들은 ‘전원 후쿠시마에서 대피해야 한다’ ‘사람들이 죽어간다’ ‘정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어떤 면에서는 나쁜 뉴스를 더 믿고 싶어 한다. 그들은 정부가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음모론을 더 선호한다. 왜냐하면,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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