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11월의 제46대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고 시도했던 드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8월1일 기소당했다. 올해 들어 트럼프가 당한 세 번째 기소다. 첫 번째 기소의 혐의는, 트럼프가 회사 돈으로 성매매 여성의 입을 막은 뒤 해당 업체의 회계장부를 조작한 것이다. 두 번째 기소는 기밀 문건을 무단 반출하고 그 증거를 제거한 혐의다. 그러나 이번 세 번째 기소의 혐의는 민주주의 체제의 근간인 선거 및 권력 이양 절차를 송두리째 뒤흔들었다는 것으로 앞의 두 혐의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중하다.

가장 엄중한 범죄 혐의

잭 스미스 특별검사는 트럼프에게 ‘미국 국가를 속이기 위한 공모’ ‘권력 이양의 공식 절차를 방해하기 위한 공모’ ‘공식 절차를 실제로 방해’ ‘시민들의 권리를 침해하기 위한 공모’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트럼프는 어떻게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 했나’ 기사 참조). 이런 범죄 행위의 목적은, 트럼프가 대선에서 패배하고도 대통령 권력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특검은 주장했다.

8월1일, 미국 워싱턴의 법무부 빌딩에서 기자들에게 말하고 있는 잭 스미스 특검 ⓒAFP PHOTO
8월1일, 미국 워싱턴의 법무부 빌딩에서 기자들에게 말하고 있는 잭 스미스 특검.ⓒAFP PHOTO

스미스 특검은 기소장에서 트럼프의 범죄 혐의들을 여러 증거들과 함께 적시했다. 이에 따르면, 트럼프와 공모자 6명은 지난 2020년 11월3일의 선거일로부터 2021년 1월6일 ‘미국 국회의사당 점거 폭동’ 사건에 이르는 2개월여 동안 정권 교체에 필요한 공식 절차 하나하나에 부당한 방법으로 개입했다.

특검에 따르면, 트럼프와 공모자들은 11월3일 선거가 부정선거라는 근거 없는 거짓말을 확산시켜 권력 이양 절차를 좌절시키려 했다. 이런 거짓말을 기반으로, 시민들이 뽑은 선거인단을 바꾸려 시도했다. 시민들 입장에서 이는 자신이 던진 표를 대통령 선출에 정당하게 반영시킬 권리를 침해당한 것이 된다. 또한 트럼프 등은 2021년 1월6일 신임 대통령 인증이 완료되는 상하원 합동회의를 저지하기 위해 군중들의 의사당 점거를 유도했다. 그들의 행위는 투표에 의해 통치의 정당성이 발생하는 국가 시스템에 대한 기만이며 사기라고, 스미스 특검은 주장했다.

트럼프의 공모자들은 과연 누구인가

특검은 기소장에 공모자 6명의 실명을 적시하지 않았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의 법률 고문으로 일했던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제프리 클라크 전 법무부 시민국장, 존 이스트먼 변호사, 시드니 파월 변호사 등을 지목하고 있다.

미국 언론들이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공모자로 지목한 존 이스트먼, 제프리 클라크, 시드니 파월, 루디 줄리아니(왼쪽부터) ⓒREUTERS
미국 언론들이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공모자로 지목한 존 이스트먼, 제프리 클라크, 시드니 파월, 루디 줄리아니(왼쪽부터).ⓒREUTERS

루디 줄리아니는 11월3일 선거 이후 경합 주들의 의회에 전화를 걸어 선거인단을 교체하라고 압박한 바 있다. 제프리 클라크는 부정선거를 수사한다는 명분 하에 자신을 법무부 장관으로 추천한 인물이다. 존 이스트먼은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겸 상원의장)이 신임 대통령 인증 절차를 중단시킬 수 있다는 법리(아마도 잘못된)를 개발해서 트럼프 진영이 1월6일 의사당 점거 폭동까지 치닫게 한 장본인이다. 시드니 파월은 부정선거를 수사할 특별검사로 거론되었던 인물이다. ‘부정선거 배후를 잡을 크라켄(전설의 바다괴물)을 풀어 놓겠다’란 발언으로 유명하다.

특검은 8월1일에 공모자 6명을 기소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트럼프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그들과 ‘사법 거래’를 했다는 설도 있다.

트럼프는 자신이 거짓말을 한다고 인식했나

특검은 기소장에서 트럼프가 자신의 부정선거 주장이 허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반복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헌법에서, 선거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 자체는 ‘표현의 자유’에 속한다. 트럼프 역시 자신이 다른 시민들과 마찬가지로 표현의 자유를 누린 것뿐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실제로 트럼프 캠프(그는 2024년 미국 대선의 공화당 예비 후보로 뛰고 있다) 측은 스미스 특검의 기소 직후 “오늘은 (트럼프의) 정치적 발언이 범죄화된 끔찍한 비극의 날”이라며 맞섰다.

그러나 트럼프가 범죄 목적으로 의도적 거짓말을 했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특검은 기소장에서 트럼프의 당시 언행이 표현의 자유를 실행한 것이 아니라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한 공모의 핵심 요소였다고 주장한다. “피고는 자신의 주장이 허위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의 고의적인 거짓 주장은, 연방 정부의 기능을 무력화하고 차기 대통령 인증 절차를 방해하며 다른 시민들의 권리(투표 및 그 표를 공직자 선출에 반영시키는)를 침해하기 위한 범죄 계획의 필수적인 요소였다.”

이에 대한 증거로 특검은,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 백악관 선임 변호사들, 법무부 최고위급 관료 등이 트럼프와 주고받은 대화를 제시하고 있다. 측근들마저 트럼프의 ‘부정선거 주장’에 대해 ‘증거를 보지 못했다’거나 ‘논거가 없다’라고 말하고 있었다. 특검이 트럼프가 유죄 판결을 받게 하려면, 그가 자신의 거짓말을 스스로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트럼프, 차기 공화당 대선 후보로 유력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기소가 자신에 대한 “비미국적 마녀사냥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캠프는 성명서에서 “트럼프는 항상 법을 준수했으며, 이번 기소는 나치 독일을 연상시키는 정치적 박해”라고 규정했다.

7월29일, 펜실베이니아에서 열린 행사에서 연설하는 트럼프 2024년 대선 공화당 예비후보 ⓒAFP PHOTO
7월29일, 펜실베이니아에서 열린 행사에서 연설하는 트럼프 2024년 대선 공화당 예비후보.ⓒAFP PHOTO

이번 기소와 관련, 트럼프는 8월3일 연방법원에 출두하라는 소환장을 받았다. 미국 언론들은 그가 법정에서 2024년 대선 이후로 재판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론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는 공화당 예비 대선후보 경합에서 과반 이상의 지지를 받으며 선두 주자로서의 지위를 굳히고 있는 중이다.

기자명 이종태 기자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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