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별명은 ‘트위터 박’
영화배우 박중훈

“안녕하세요. 박중훈입니다. 방금 트위터에 가입했어요.” 지난 7월28일 영화배우 박중훈씨(사진)가 짧은 인사와 함께 등장했다. 그 후 2주일 만에 그는 4000여 구독자(follower)를 지닌 스타 ‘트위터리안(트위터 이용자)’이 되었다. 

스타에 대한 구독자들의 호기심은 트위터를 통한 즉석 인터뷰 형식으로 나타났다. 트위터는  토크쇼보다 빠르고 정확하다. 애초부터 대본이 없기 때문에 ‘짜고 치는 고스톱’이 될 수 없다. 일부 트위터리안은 박중훈씨의 등장에 의문을 품기도 했다. 최근 개봉한 영화 〈해운대〉의 흥행을 위한 마케팅 전략이 아니냐는 말이 나돌았다. 이에 박중훈씨는 즉각 “저는 트위터를 통해서 제 영화 마케팅을 하려 하지 않습니다. 마케팅은 이미 충분히 홍보팀에서 성공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저는 다만 좀 더 가까이 제 마음을 알려드리고 싶었을 뿐입니다”라며 제기된 의문을 일축했다. 

 
물론 직업이 영화배우이다보니 영화 관련 얘기가 빠질 수는 없다. 8월11일 아침. 비가 쏟아지자 영화 〈라디오 스타〉와 얽힌 에피소드 한 토막을 꺼냈다. “비밀을 밝힌다. 영화 속 OST로 쓰인 ‘비와 당신’이라는 노래 가창권을 계약했다. 평상시는 매월 8만원쯤 들어오는데 장마가 낀 달은 30만원쯤 들어온다. 그래서 빗방울이 돈 방울로 보인다”라며 구독자들에게 농담을 건넨다. 영화 〈해운대〉를 두고는 “앞으로 열흘 뒤쯤에는 1000만 관객을 넘을 거라고 한다. 관객 모두께 할 수만 있다면 일일이 무릎 꿇어 큰절을 드리고 싶은 심정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중훈씨는 트위터가 그저 ‘즐거움’이라고 말한다. 그는 “조금이라도 ‘부담’이 되는 순간 난 더 이상 즐기질 못할 것 같다. 좀 더 편하게 많은 사람과 얘기하고 즐기기를 원한다”라고 말했다. 실로 그는 자신이 읽은 책의 구절을 인용해 “만약 며칠 후 죽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무엇을 가장 후회합니까?” 같은 질문을 구독자에게 던지거나 자신의 단상을 적기도 한다.

박중훈씨는 많지는 않지만 하루에 글을 10여 개씩 꾸준히 올린다. 그러다보니 ‘트위터 박’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를 트위터의 세계로 인도한 이는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다. 노 대표와 그는 평소 서로를 ‘형, 동생’ 하며 지낼 정도로 친분이 두텁다. 정치색을 지운 부담 없는 트위팅을 하고 있지만 개인적 친분을 감추지는 않는다. 노회찬 대표가 삼성 관련 공판으로 재판정에 가던 날 그는 “형님 힘내세요”라는 짧은 메시지를 띄웠다.


 
트위터는 애인에게 뽀뽀하듯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트위터의 불씨는 여당 정치인이 가져왔는데 불을 쬐는 건 야당 정치인이다. 그중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를 꼽자면 단연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사진)다. 노 대표의 구독자는 그가 지금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 무엇을 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그는 친절한 트위터다.

얼마 전 타결된 쌍용차 파업도 노회찬 대표의 트위터를 통해 중계됐다.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의 경찰 연행 소식도 트위터를 통해 5000여 구독자에게 전해졌다. 루머가 돌면 직접 나서서 정정하기도 한다. 쌍용차 파업 현장에서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이 경찰에 연행됐다는 소문이 돌자 즉각 사실이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쌍용차 문제가 타결되던 날에는 “단식농성 사상 최단기록이다. 들어간 지 4시간 만에 타결됐다. 아쉽고도 다행스럽다”라는 소회를 밝혔다.

노 대표 트위터의 가장 큰 매력은 저잣거리에서 만난 이들이 부담 없이 말하듯 자유로운 소통방식이다. ‘트윗(트위터의 줄임말로 사용됨)’을 통해 대화를 하다보면 사람들의 생각과 관심, 감수성을 자연스레 알게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노회찬 대표는 이처럼 자신이 트위터에서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잃을 게 없는 이들에게 트위터는 부담 없는 공간이며, 잃을 게 많은 사람은 기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인 광장에서 우리 모두를 위해 터놓고 얘기하기. 노회찬 대표가 내린 트위터의 정의다.


 
밤마다 나타나는 퀴즈녀
MBC 김주하 앵커

MBC 김주하 앵커(사진)의 트위터 퀴즈 하나. “트위터는 OOO다?” 글이 올라오자 수많은 김주하 구독자가 응답한다. 5시간 뒤 그녀가 공개한 정답은 ‘여러분’이었다. 이제껏 자신의 질문에 관심을 갖고 답을 주고받은 사람들 모두가 김주하의 트위터라는 얘기다.  

인기 있는 앵커답게 김주하 앵커의 한마디 한마디는 트위터 내에서도 핫 이슈다. 특히 그녀가 진행하는 〈마감 뉴스〉를 앞둔 밤 10시30분은 ‘김주하 타임’이다. 그 시간이 되면 오늘 방송에서 입을 의상 색깔을 묻거나 가벼운 안부 인사를 건넨다. 구독자들은 자연스레 마감 뉴스를 떠올리고 하루에 한두 개씩 이어지는 퀴즈 릴레이는 구독자들을 붙들어 맨다.    

그러나 ‘정치적’ 사안은 지양하는 편이다. 퍼온 글이라도 ‘미디어법 반대 서명’ 같은 정치적 사안이 들어 있으면 곧바로 항의 글이 올라온다. 한 번에 5000명 이상에게 노출되는 파급력 높은 ‘판’이다보니 오해가 생기면 문제가 커진다. 지난 8월5일 소통 과정 중에 오해가 생겨서 돌연 절필선언을 했다가 하루 만에 복귀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신고식’을 치른 후 그녀는 한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트위터에서 그녀는 퀴즈 외에 칭찬릴레이를 하고 있다. “촌철살인 개그신공으로 온 트위터에 굴착기 회사도 국민과 친근할 수 있다는 이정표를 세워주시고. 나아가 모든 트위터 친구들과 그 굴착기를 타고 분단의 벽을 같이 부수는 꿈을 꼭 이루어주시리라 믿기에 칭찬합니다”라고 두산인프라코어 박용만 회장을 칭찬하기도 했다. 말을 받은 누군가가 칭찬을 잇기 시작한다. 트위터는 쉴 새가 없다.
 

 
나야 용만이 형!! 김용만 말구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박용만 회장

두산인프라코어 박용만 회장(사진)의 트위터 어록은 이미 유명하다. 트위터에서 그는 구독자들에게 참한 굴삭기 한 대 들여놓으라며 너스레를 떨더니 아예 “삽질은 아무나 하나 두우산 구울삭기”라는 CM송을 즉석에서 만들어내기도 했다. 또 아버지 기일에는 “울 아버지 보고 싶다. ㅠㅠ”라고 훌쩍이기도 했다. 

어록이 생길 정도로 박 회장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는 이유는 대중매체를 통해 각인된 권위적인 ‘재벌 회장’ 이미지를 벗어난 파격적인 소통방법 때문이다. 카리스마, 무게, 위엄과 같은 권위적 색채를 최대한 지우고 ‘트윗질’에 몰두하고 있는 박용만 회장의 소통방식은 확실히 구독자에게 신선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박 회장은 트위터를 ‘비권력자가 뒤집어쓰고 있는 권력자의 허울과 포장을 벗어놓고 소통하는 공간’으로 정의한다. 

물론 박 회장식 소통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트위터의 특성상 적절한 곳에서 치고 빠지는 일방적인 소통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그로서는 잃을 게 없는 공간이다. 박용만 회장 개인에 대한 호감은 기업 이미지에까지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 벌써부터 두산에 호감이 샘솟는다. ‘뭔가 사주고 싶은데 파는 게 굴삭기라  못 사주겠다’는 답글이 오간다.

권위주의 시대로의 회귀라는 말이 나오는 판에 시장 권력의 상징인 회장님의 소통법은 사람들에게 기대 이상의 유쾌함을 선사한다. 트위터에서는 오늘도 박 회장이 김주하 앵커에게 슬금슬금 농을 친다. “섣부르게 김주하님의 퀴즈를 방해했다간 대륙간탄도째림탄에 맞아 중상 입습니다.” 트위터가 익어가는 계절이다.

기자명 반기웅 인턴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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