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열풍이라는데, 트위터가 뭐예요?”라고 묻는 사람이 요즘 부쩍 늘었다. 기자도 그중 한 명이었다. 불과 12일 전까지는 그랬다. 먼저 트위터(twitter.com)를 시작한 사람들이 열심히 설명해주었지만, 설명을 들어도 감이 잘 오지 않았다. 140자밖에 쓰지 못하는 단문 블로그에 왜 그리 열광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 의문을 풀기 위해 트위터를 직접 해보기로 했다. 직접 해서 트위터가 얼마나 싱거운 것인지 확인해보기로 했다. 이미 ‘독설닷컴’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며 1400만명의 방문자를 모아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그렇게 다소 오만방자한 생각을 품고 트위터 세계에 뛰어들었다.

일단 트위터 홈페이지에 가서 등록을 했다. 이메일 계정을 만드는 정도의 간단한 과정으로 트위터(@dogsul)를 만들 수 있었다. 그 다음 해야 할 일은 두 가지다.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리는 일과 다른 트위터를 구독(following)하는 일이다. 특히 구독할 만한 트위터를 찾아내는 데 요령이 필요했다.
 

 
먼저 노회찬(@hcroh) 심상정(@sangjung sim) 등 정치인, 김제동(@keumkangkyung) 박중훈(@moviejhp) 등 연예인, 소설가 이외수(@oisoo), 김주하(@kimjuha) 앵커, 두산인프라코어 박용만(Solarplant) 회장 등 유명인 트위터를 찾아다니며 구독을 해두었다. 트위터를 통해 그들의 일상과 생각을 파악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유명인 외에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기자(@ohyeonho) 등 기자의 트위터도 열심히 찾아다녔다. 기자들이 트위터에 올리는 ‘날정보’를 받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다. 유명인이 구독하는 트위터를 찾아다녔다. 유명인들은 보통 구독하는 트위터가 10명 이내다. 유명인이 구독한다면 나도 구독할 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그들을 따라 했다. 유명인들은 보통 버락 오바마(@ObamaNews)와 같은 외국의 유명 정치 지도자나 오프라 윈프리(@Oprah) 같은 유명 연예인을 구독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시 외국의 유명한 정치 지도자나 유명 연예인이 구독하는 트위터를 구독하는 등 꼬리에 꼬리를 물고 구독 행렬을 이어갔다. 유명인 구독 리스트가 100명 이상이 되자 왠지 모를 포만감이 느껴졌다. 기자 트위터도 이런 식으로 활용했다. 기자들이 구독하는 트위터라면 정보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역시 구독하기로 했다.

기자뿐만 아니라 트위터 이용자 대부분이 이런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유명인 트위터는 구독자가 빠르게 증가한다. 개그맨 김제동씨 트위터의 경우 “이란과 쌍용을 잊지 맙시다. 우리 모두가 약자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맙시다”와 “저 눈 작은 제동이 맞아요.^^”라는 두 편의 글만을 올리고도 구독자를 5000여 명 확보해 ‘1타 2500피’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대체로 트위터 세계에서 인기가 좋은 유명인은 솔직하고 말맛을 낼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대표적인 경우가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다. 패션에 대한 생각을 묻는 패션지 기자의 질문에 그는 “신이 인간을 창조했다. 그리고 패션이 이를 수정 보완했다”라고 답했다. 그의 재치에 경의를 표하는 의미에서 “신이 MB를 창조했다. 그리고 이를 수정 보완하기 위해서 노회찬을 보냈다”라고 답글을 보내주었다. 

유명인 트위터 중에서는 대체로 정치인 트위터의 행태가 유별났다. 다른 유명인들은 극소수의 트위터만 구독했지만 정치인은 자신의 트위터를 구독하는 사람들의 트위터를 거의 다 구독했다. 그래서 자기가 구독하는 트위터와 자신의 트위터를 구독하는 사람의 비율이 1대1이었다. 노회찬·심상정·정동영(@coreacdy) 등 대다수 정치인이 비슷한 양상이었는데, 유일하게 김형오 국회의장(@hyongo)만 1대6의 비율을 유지하고 있었다.

정치인 트위터는 유별나

정치인 관련 트위터 중에서는 한나라당과 관련된 트위터(@hannara_centris)가 욕을 독차지하고 있었다. 한나라당 관련 트위터의 비율은 4대1이었다. 한나라당 트위터를 구독하는 사람 수보다 한나라당 트위터가 구독하는 트위터 수가 4배나 많은 것이다. 트위터를 이용해본 사람은 이것이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서 더 많이 듣는다’가 아니라 ‘구독자를 확보하기 위해서 무작위로 구독했다’라는 것을 알고 있다.

ⓒ안홍기트위터가 정치인·언론인·기업인·연예인 등 여론 주도층 사이에서 급격히 인기를 끌고 있다.
어찌되었건 트위터에서 중요한 것은 소통할 구독자를 확보하는 일이다. 좋은 사람의 트위터를 구독하는 것만큼 자신의 글을 읽어줄 구독자(follower)를 많이 모으는 일 역시 중요하다. 기자는 구독자 목표를 1000명으로 잡았다. 마감 날(8월14일) 자정까지 구독자를 1000명 모으고 그 체험기로 기사를 쓰겠다고 편집국장에게 호언장담했다. 트위터 시작으로부터 열흘하고 한나절이 되는 시점이었다.

배우 애시턴 커처가 CNN과 구독자 경쟁을 펼쳤던 것이 생각나서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기자와 청와대 김철균 국민소통비서관(@sau nakim)에게 내기를 제안했다. 둘은 700명 내외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었는데 누가 먼저 구독자 1000명을 달성하는지 겨뤄보자고 제안했다. 오 대표기자는 소통의 ‘양’보다 소통의 ‘질’이 중요하다며 완곡하게 거절했고 김 비서관은 흔쾌히 응했다. 대신 한 가지 규칙을 정했다. ‘청와대 비서관과 구독자 모으기 경쟁을 하고 있다’는 것을 공표하지 않는다는 규칙이었다.

트위터에서 구독자를 모으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구독을 많이 해서 상대방이 내 트위터도 구독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김 비서관은 주로 이 방법을 사용했다. 다른 한 가지는 수다쟁이가 되는 것인데 기자는 이 방법을 택했다. ‘새가 지저귀다’라는 ‘트위터(twitter)’의 원래 뜻처럼 열심히 재잘거렸다. 하루 평균 25건 글을 올렸다.

국내 이용자 중에서 최고 수다쟁이 트위터는 ‘@ludens_’다. 이 트위터는 총 1만5000개 글을 올렸는데, Twitoaster에서 집계한 전 세계 트위터 활동지수에서 7위를 기록했다. 국내 이용자 중에서 그보다 활동지수가 높은 사람은 소설가 이외수씨(2위)와 MBC 김주하 앵커(5위)뿐이다. ‘자주 짖는 새가 구독자를 모은다’는 것이 트위터 세계의 법칙이다. 

구독 많이 하거나 글 많이 올려야

수다를 떠는 데는 요령이 필요하다. ‘일정한 시간에 반드시 나타난다’ ‘일정한 주제를 이야기 한다’ ‘퀴즈를 내는 등 일정한 방식이 있다’ 따위 규칙성을 보여줄 때 고정 독자층이 생긴다. 기자는 여러 가지 설문을 하는 것으로 특화했고 ‘이외수 어록에 토달기’라는 고정란을 개발했다. 이외수씨가 “이별 한 번에 나이 열 살”이라고 올리면 “사랑 한 번에 빼기 열 살”이라고 올리는 식이다.

이런 노력으로 꾸준히 구독자가 늘었지만 증가하는 속도가 느렸다. 그때 지원병이 나타났다. 진보신당 이지안 부대변인(@leegian) 등 일군의 진보 성향 트위터가 구독자 확보를 돕는 구독운동을 벌여주었다. 이런 ‘정언유착’을 통해 구독자 100여 명을 새로이 확보할 수 있었다. 이 과정을 통해 트위터가 ‘좌파적 공간’이 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원래 트위터 열풍의 군불을 지핀 곳은 한나라당으로 이재오(@JaeOhYi) 전 의원과 정두언(@doorun) 진수희(sheechin) 나경원(Nakw) 의원 등이 활동하고 있지만 미디어법 표결 처리 이후에는 거의 활동이 답보 상태다. 

트위터를 이용해보면 자신이 구독한 트위터나 자신의 트위터를 구독하는 사람의 성향을 통해 공간의 특성을 대략 파악할 수 있다. 기자의 경우 관계한 트위터의 3분의 1 정도는 IT 기업 종사자나 CEO 혹은 담당기자의 트위터였고, 3분의 1가량은 ‘MB OUT’이라는 문구를 프로필 사진에 넣을 정도로 사회참여적인 트위터였다. 나머지 3분의 1은 유명인이나 기자 혹은 지인의 트위터였다.

취향이 맞는 사람끼리 만나기 때문에 트위터 세계는 일반 인터넷 공간보다 거칠지 않고 따뜻한 편이다. 트위터 이용자 ‘@doomok’은 이에 대해 “1990년대 중반, 인터넷이 보급되기 시작한 상황과 비슷하다”라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대중문화 평론가 김낙호씨((@capcold)는 “트위터의 특징은 1990대 인터넷이 대중화될 때 주목되었던 요소인 ‘신속하고 거대한 집결 기능’ ‘새로운 활용 가능성의 지속적인 발견’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기자들 취재에 큰 도움

그런데 구독자를 850명 정도 확보했을 때 문제가 생겼다. ‘안티’가 생겼다. 어느 순간 돌아보니 트위터 세계에서 ‘숫자 밝히는 남자’로 찍혀 있었다. 트위터 세계의 감수성은 예민했다.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인위적 조작을 하려는 것에 대해 터줏대감들의 반감이 컸다. 최근 네이버가 트위터와 유사한 단문 블로그 서비스인 ‘미투데이’를 팬덤을 활용해 부양하려는 것에 대해 이용자들이 반발하기도 했는데, 같은 맥락이었다.

트위터 특집기사를 위해 트위터 이용자들이 자신의 프로필 사진을 보내주었다(위).
그러나 구독자를 모으는 동안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일단 다른 언론사 기자들이 트위터 특집기사를 쓰고 있다는 사실이 파악되었다. 동아일보·〈위클리경향〉 기자는 물론 〈대학내일신문〉의 대학생 기자도 트위터 특집기사를 취재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기자협회보〉 기자가 기자들이 트위터를 활용해 기사를 쓰는 것을 취재하고 있다는 사실도 입수했다. 심지어 트위터 관련 외고를 부탁한 경희사이버대학교의 민경배 교수((@neticus)가 원고를 쓰지 않고 딴전을 피우는 사실도 포착해 원고를 독촉하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트위터의 정보력은 놀라웠다. 사실관계에 대해 논란이 생기면 모두가 정보원이 되어 정보를 파악한 뒤 트위터에 올렸다. 쌍용자동차 파업 노동자들의 농성 속보는 노회찬 의원과 심상정 의원이 올렸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병세는 오연호 대표기자 등 기자가 속보를 올렸다. 개그맨 김제동씨가 진짜 트위터를 하느냐는 논쟁이 일었을 때는 소설가 이외수씨가 “전화해봤는데 그가 맞다”라고 확인해주었다.  

기자에게 트위터는 특히 유용했다. 트위터 특집기사 작성을 위해 트위터를 활용해보았다. ‘빨리 트위터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유시민 전 장관을 가장 많이 꼽았다)’ 등 열다섯 가지 정도의 질문을 순차적으로 올렸는데, 질문마다 답변이 수십 개 왔다. ‘트위터 할 때 버릇’을 묻는 질문에는 ‘왼손으로 턱을 괴고 오른손으로 마우스를 움직이면서 뚫어져라 모니터를 쳐다본다’는 답변에 100명 이상의 이용자가 자신도 그렇다며 댓글을 남겼다. 기자가 이 글을 읽을 때도 그랬다.

설문 외에도 트위터를 통해 기사 작성에 큰 도움을 받았다. 트위터 기사에 쓰일 일러스트를 만드는 데 트위터 이용자들의 사진이 필요했다. 특히 일반 이용자의 사진이 있어야 하는데, 이 내용을 트위터에 올렸더니 사진이 수십 장 이메일로 왔다. 이 외에도 여러 이용자가 ‘신기술 울렁증’이 있는 기자에게 이런저런 도움을 주며 기사 작성을 도왔다.

트위터를 통해 이렇게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단기간 내 트위터 인맥을 확장시켜놓았기 때문이다. 트위터 인맥의 규모에 따라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반기웅 인턴 기자에게 기자의 트위터를 이용해보고 체험하도록 해봤다. 반 기자는 “주변 사람들과 나눈 잡담이 대부분이고 올린 글에 대한 반응도 적은 내 트위터와 달리 선배의 트위터에는 볼만한 내용이 속속 올라왔다. 올린 글에 대한 반응도 활발해서 취재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트위터 특집기사를 쓰기 위해 트위터를 이용한 11일 동안 하루 평균 10시간 내외로 트위터에 빠져 지냈다. 트위터에 ‘몰입’ 혹은 ‘중독’된 덕에 Twitoaster 전 세계 트위터 활동지수 순위 122위에 오를 수 있었다. 구독자 1000명을 모으겠다고 장담한 8월14일 자정을 4시간 앞둔 현재, 기자의 트위터 구독자 수는 967명이다(김철균 비서관은 846명).

기자명 고재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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