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과 범죄 사이의 경계선은 어떻게 그어져야 할까? 지난 6월10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버트너의 연방 교도소에서 한 수감자가 숨진 채 발견되었다. 그의 이름은 시어도어 카진스키(Theodore Kaczynski). 지난 1978년부터 1995년 사이, 대학과 기업, 항공기 심지어 가정집 등에 사제 폭탄을 설치하거나 발송해서 3명을 살해하고 23명을 크게 다치게 한 연쇄 살인범이다. 카진스키의 범행 목적은 ‘현대 사회와 문명’의 전복이었다.

시어도어 카진스키(Theodore Kaczynski). 본명보다 FBI에서 붙여준 유나바머(Unabomber)라는 별명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AP Photo
시어도어 카진스키(Theodore Kaczynski). 본명보다 FBI에서 붙여준 유나바머(Unabomber)라는 별명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AP Photo

1942년 태어난 카진스키는 어린 시절부터 천재로 촉망받으며 하버드대 수학과에 조기 진학했다. 불과 26세로 UC 버클리대에 최연소 수학 교수로 입성해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교수직을 2년 만에 때려치운 그는 1971년 몬태나주 외곽에 작은 오두막집을 짓고 전기와 수도 등 현대 문명의 이기와 단절된 생활을 이어갔다. 이 오두막집에서 카진스키는 현대 사회와 문명을 전면 거부하는 사상 체계를 구상했다. 이와 함께, 자신이 보기에 현대 사회와 기술 발전을 이끌어간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에 대한 테러 계획을 세웠다. 그들에게 보낼 사제 폭탄을 직접 제조했다.

미연방수사국(FBI)은 카진스키가 1978년 이후 12개 이상의 폭탄을 ‘목표물’들에게 보낸 것으로 추산한다. 목표물들은 대체로 학자와 기업 간부였다. 아메리칸항공(American Airlines) 비행기에 폭탄을 설치하기도 했다. 테러의 희생자들 가운데엔 그가 노렸던 '목표물' 이외의 경비원이나 비서 같은 인물들이 포함되었다. 폭탄을 소포로 배송하거나 시설 주변에 두는 수법을 사용했다.

현대 사회의 질서에 대한 전면적 거부

FBI는 1979년부터 일련의 폭탄테러에 대한 수사에 돌입했다. 이때 FBI가 연쇄 폭탄테러범에게 붙였던 별명이 바로 유나바머(Unabomber)다. 그의 목표물인 대학(University)의 ‘UN’과 항공사(Airline)의 ‘A’, 폭파(Bombing)의 ‘BOM’을 조합한 조어다.
FBI의 수사는 십수 년 동안 결실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1995년 카진스키가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에 익명의 편지를 보낸다. 자신을 ‘테러 그룹 FC’라고 밝힌 카진스키는 신문사가 자신의 성명서를 게재하면 테러 활동을 영구히 중단하겠다고 약속했다. 신문사들은 수사 당국과의 합의 하에 성명서 전문을 실었다. 수사 당국은 성명서를 읽는 독자들 가운데 누군가가 유나바머의 신원을 제보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유나바머의 성명서는 특정한 정치체제가 아니라 ‘산업 시스템’ 자체를 공격했다. 산업화와 기술 발전에 따라 광범위한 심리적 장애가 초래되었으며, 이로 인한 인간소외와 환경 파괴의 해악을 감안하면 현대 사회의 질서란 것은 절멸되어 마땅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산업 시스템에 대한 혁명(revolution against the industrial system)’을 촉구했다.

이 성명서를 읽은 카진스키의 동생이 ‘형이 쓴 글로 보인다’라고 수사 당국에 제보했다. 수사 당국은 몬나주 카진스키의 오두막에서 그를 체포했다. 제조된 폭탄, 수기, 실험 정보 등 일체의 자료도 확보했다. 카진스키는 1998년 말, 여러 차례의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범죄의 이유를 심신미약이라고 주장하는 방식의 변론을 거부했다. 결국 그는 81세로 교도소에서 생을 마쳤다.

기자명 이종태 기자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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