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신 아프가니스탄 전략이 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최근 증파된 미군 수도 2만명이 넘어가 오바마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본격 서막이 올랐다. 아프간 동부 쿠나 지구와 칸다하르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탈레반 격퇴 작전은 지금도 치열하게 진행 중이다. 이 전쟁의 선두에는 최근 부임한 스탠리 매크리스털 아프간 주둔 미군 및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 사령관이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아프가니스탄에서 전개되는 모든 작전을 책임 총괄하는 지휘관이다. 그가 아프가니스탄으로 가게 된 과정이나 과거 이력이 매우 독특하다.

오바마 대통령(위)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새로운 사고와 전략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스탠리 매크리스털 장군을 중용했다.
지난 5월12일 미국 주요 신문과 언론은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의 전격 교체를 머리기사로 다뤘다. 미국 국방장관인 로버트 게이츠 장관이 직접 데이비드 매키어넌 장군의 사임을 요청했다. 아프가니스탄으로 부임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매키어넌 장군의 교체는 상당히 이례적이다. 전쟁 중에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격언조차 무시될 만큼 이번 4성 장군의 교체는 전격적이었다. 미군 역사를 보더라도 전시에 지휘관을 교체한 일은 한국전쟁 때 맥아더 장군이 유일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아프간에 대한 새로운 사고와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추측되었다.

매키어넌 장군이 이렇게 경질된 이유로 워싱턴 포스트는 미군 지원을 받는 아프간 시민군의 창설을 반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직접 원인은 지난 5월4일 발생한 공습으로 아프간 동부 파라 주에서 무고한 아프간 시민 140여 명이 희생된 사건이다. 희생자 대부분이 어린이와 여성인 이 사건을 두고 전 세계가 비난의 화살을 쏟아냈고, 이에 미국은 상당히 곤혹스러워했다.

매크리스털, 30년 넘게 ‘특수비밀 업무’ 수행

사건이 일어난 이틀 뒤인 5월6일 게이츠 국방장관은 아프간에서 매키어넌 사령관을 만났으며, 11일 공식적으로 해임을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그를 해임한 것은 민간인에 대한 공습이 있는 후 악화 중인 현지의 반미 분위기를 무마하기 위함이었고, 새로운 사령관을 임명함으로써 아프간 전쟁에 새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얼마 전 매키어넌 장군이 “아프간 대부분의 지역에서 진전이 없다”라면서 아프간 치안 상황에 대해 비관적 전망을 내놓은 것도 그의 경질을 부추겼다는 평이 있다.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을 맡은 지 11개월 만에 전격 경질당한 매키어넌 장군의 심기는 불편했다. 평생 군대 내에서 ‘스탠더드 군인’으로 평가받던 그는 자신의 퇴임식 때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버지니아 주의 마이어 미군 주둔지에서 열린 퇴임식에 자신을 해임한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과 함께 등장한 매키어넌 장군은 “(나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실수한 적이 없다. (갑작스러운 해임 소식에) 어리둥절함을 넘어 당황하고 실망감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이에 동석한 게이츠 장관도 매우 불편해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이런 삐거덕거림 속에서 등장한 매크리스털 장군 카드는 아프간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

매크리스털 장군은 1954년 미국 테네시 주 태생으로 그의 부친은 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 전쟁을 지휘한 하버트 매크리스털 소장이다. 4남1녀 중 막내인 그는 14세 때 어머니를 잃은 후 아버지에 의해 철저하게 ‘군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교육’을 받았다. 그의 형제들은 여동생을 빼고 모두 군대에 지원했다. 그도 미국 육사를 졸업하고 1976년 장교로 임관했으며 한국을 비롯해 중동 지역으로 수차례 파병돼 고속 진급과 14개 무공훈장 및 상을 받았다. 또한 하버드 대학 케네디 스쿨에서 공부해 문무를 겸비한 장군이다. 그가 아프간 사령관으로 전격 발탁되자 미국 언론은 “게으름을 피하기 위해 하루에 저녁식사 한 끼만 하는 금욕주의자”라고 보도하며 하루 네댓 시간만 잠을 자면서 아이팟으로 오디오 책을 들으며 10여 마일을 달리기로 출퇴근하는 철저한 자기관리형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임관 후 30년 넘게 특수비밀 임무와 관련된 업무를 했다. 일의 특성상 주로 밤에 작전이 이뤄졌지만 밤낮을 가리지 않고 근무해 ‘워커홀릭’이라 불리기도 했다. 그와 일했던 외교관계위원회에서 연구원들은 “군인이자 학자 스타일”이라고 평가했으며 외교관이나 정치인, 군인들과도 편안한 사교 관계를 유지했다고 전했다. 윌리엄 나시 예비역 장성 역시 “그는 깡마르고 스마트하면서도, 강한 이미지에 정보통다운 은밀한 구석도 있다. 특히 특수전 작전에 뛰어난 소질이 있으면서 지적 능력을 겸비한 인물이다”라고 호평했다. 그에 대한 언론의 기대와 호기심은 대단했고 오바마의 새로운 아프간 전략과 더불어 매크리스털 장군은 승승장구하는 듯 보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새로운 사고와 전략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스탠리 매크리스털 장군(위 오른쪽)을 중용했다.
“행정 암살 조직 책임자였다”

하지만 그의 과거 이력에 포함돼 있는 ‘이라크’는 또 다른 조명을 받기도 했다. 그날 뉴욕 타임스는 “매크리스털 장군은 어두운 세계에서 밝은 곳으로 쉽게 이동하기도 했다”라고 표현했다. 이 ‘어두운 곳’이란 이라크에서 그가 책임지고 있었던 합동 특수작전사령부(Joint Special Operations Command)를 말한다. 딕 체니 전 부통령이 “9·11 사태 이후 미국은 ‘어두운 곳’에서도 활동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하며 비밀리에 생긴 특수부대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네이비 실이 이 부대에 속한다.

그는 이 부대에서 남다른 활약을 벌였다. 2006년 7월 〈뉴스위크〉는 “조지 부시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한 아무도 그의 이름(매크리스털)을 전혀 언급하려 하지 않았다. 스탠리 매크리스털 장군은 군이 얘기하기를 꺼려하는 인물이다. 홈 베이스인 〈포트 브레그〉의 전화번호에도 그의 사무실 번호가 기록되어 있지 않다. 매크리스털 장군이 뭘 잘못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군에서 떠오르는 스타 가운데 한 명인 그는 미군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부대를 운영하기 때문이다. 그 부대의 이름은 합동 특수작전사령부인데, 이 부대는 이라크에서 사담 후세인을 생포하고 아부 모사브 알 자르카위를 살해한 주인공들이다”라고 보도했다. 매크리스털 장군은 이 비밀스러운 부대를 이라크에서 지휘하며 그 유명한 사담 후세인 생포 작전과 알 자르카위 살해 작전을 성공리에 수행하는 등 혁혁한 공을 세워서 펜타곤이 자랑하는 ‘떠오르는 별’이자 오바마 정부의 막대한 신임을 업고 있는 숨겨진 비밀 카드 중 하나였다.

문제는 매크리스털 장군이 지휘한 이 합동 특수작전사령부가 이라크에서 암암리에 수없이 인권유린을 저질러왔다는 의혹이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미국 저널리스트인 세이모어 허시는 최근에 이 합동 특수작전사령부의 어두운 과거를 폭로했다. 지난 3월 미네소타 대학 강연 도중 허시는 “이 특수작전사령본부는 특수 작전계에서도 독립적으로 만들어진 특별한 조직이다. 부시 시절에 이들은 딕 체니 부통령실을 제외하고는 누구에게도 보고하지 않았고 의회도 이들에 대한 아무런 통제권이 없다. 그것은 행정 암살조직이다. 그리고 이 조직은 지금도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5월 미군 공습으로 민간인 140여 명이 희생된 사건(위)은 아프간 주둔 미군사령관 교체의 원인이 되었다.
불법 고문으로 이라크인 2명 사망 의혹

지난 5월11일자 〈에스콰이어〉는 매크리스털의 이런 어두운 면을 자세히 소개했다. 이 기사에서는 최고 특수부대이자 매크리스털이 지휘하는 ‘태스크포스 121’이 비밀 캠프에서 자행한 인권유린에 대해 언급했다. “2003년 여름에 이 부대가 만들어지자마자 급속도로 악명을 떨치기 시작했다. 2005년 이라크 남자 두 명이 각각 이라크의 아부그라이브와 모슬에 있는 태스크포스 121 소속의 네이비 실 부대로 끌려와서 사망했다.

이 사건이 발생하자, 퇴역 육군 대령인 스튜어드 헤링턴의 지휘 아래 공식 조사가 벌어졌고, 그 결과가 워싱턴 포스트에 처음 보도되었다. 당시 헤링턴의 보고에 따르면, 이들 이라크인에 대해 태스크포스 121 측이 광범위한 폭행을 자행한 증거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국방정보국(DIA) 국장은 자기 팀 소속 요원들이 사망한 이라크 죄수에게서 화상 자국과 멍이 있는 증거와 더불어 태스크포스 요원 한 명이 치료를 요할 정도로 죄수의 얼굴을 가격한 것을 목격한 사실도 보고했다”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것은 드러난 사건을 보도한 것에 불과하다. 매크리스털이 지휘한 이 합동 특수작전사령부의 임무는 그 어느 자료에서도 확인하기 힘들다. 그리고 그 부대에서 과연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비밀작전이라는 이름 아래 수많은 이라크인이 끌려갔으며 그곳에서 불법 고문이 자행됐을 것이라는 게 세간의 추측이다.

이렇게 그의 비밀부대가 외부 간섭 없이 유지되는 것은 그 어느 단체나 언론도 이 부대에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국제전쟁법에 따라 적군과 아군 상관없이 접근할 수 있는 적십자도 이 부대에는 접근이 불가능하다. 〈에스콰이어〉 보도에 따르면 “누군가가 적십자가 이곳(부대)에 들어올 수 있는지 문의하자 군 심문관 제프 대령은 절대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프 대령은 매크리스털 장군과 국방부로부터 직접 이런 보장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시설은 어느 누구, 심지어는 군 조사관으로부터도 완벽히 차단된 곳이다”라고 했다. 그야말로 어두운 곳에서 비밀리에 움직이던 부대를 총책임진 사람이 스탠리 매크리스털 아프간 신임 사령관인 것이다.

매크리스털은 부임 직후 BBC 인터뷰에서 “군은 민간인들을 위해 전쟁을 벌이는 것이다. 적군 또는 예기치 못한 군사작전의 결과로 인한 희생이 생기지 않도록 지침을 만들겠다”라고 강조했다. 나름 시작은 좋았다. 그러나 그는 이제 막 그 어두운 곳에서 나와 아프간의 새로운 사령관으로 부임해 연일 고군분투하고 있다.  지난 7월부터 전개된 오바마의 새로운 ‘탈레반 색출작전’에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다. 버그달 이병이 탈레반에게 납치되어 미군은 고뇌하고 있으며, 탈레반의 기습과 매복으로 아프간 개전 8년 이래 최고로 미군과 나토군의 사망자 숫자가 연일 경신되는 중이다.

전임자의 전격 경질에 이어 오바마 정부의 히든 카드로서 아프간 최고사령관이 되었다는 점에 대한 부담도 크다. 또한 이번 달에 진행될 아프간 대선은 시한폭탄이다. 이미 탈레반은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까지 살해하려 했고 대선 참가를 금지한다고 선포했다. 백악관은 전략평가단 진단에 근거해 다음 달에 제출될 ‘매크리스털 장군의 부임 후 60일 평가 보고서’를 기다리며 그의 승전보를 기대하지만 아프간의 현실은 만만치 않다.

기자명 김영미 분쟁지역 전문 편집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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