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선 (동네 책방에서 〈시사IN〉 읽기 모임 참여 중, 서울)

지난해 10월29일 이태원에 현장에 있었던 기자의 기록 이후로 〈시사IN〉은 계속해서 그날의 시간을 복기하고 있다. 선진국이라고 생각했던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믿을 수 없는 일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혼란스러운 시간이었다. 참사 당일 경찰은 어디를 향해 있었는지, 참사 지휘 보고는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참사 이후 정치권의 행보를 추적했다. 국가 재난 대응체계 붕괴의 흔적들을 담아 〈시사IN〉은 성실하게 이태원 참사를 애도해왔다.

영국 애버밴 참사 이후의 ‘로벤스 보고서’와 일본의 아카시시 육교 사고 유족들의 이야기를 담은 기사(〈시사IN〉 제801·802호, 사진)를 잘 보았다. 이태원 참사 이후 한국 사회가 무엇을 해결해야 할지, 그 해답지를 미리 본 기분이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직후 안전 사회에 대한 갈망은 커졌고, 우리는 국가에 책임을 물었다. 그리고 어영부영 9년의 세월이 흘렀다.

2월5일은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100일 되는 날이다. 이태원 참사 수사와 국조특위의 공개 일정이 끝났는데도 이태원 참사 유족들과 시민에게는 구멍만 남아 있는 느낌이다. 윗선은 꼬리 자르기를 할 뿐이고 사과는커녕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을 모양이다. 일본 아카시시의 민사재판 판결문이 유족의 마음을 위로했던 것처럼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서도 그런 판결문이 남았으면 한다.

안후성 (2021년부터 종이책 구독, 인천)

사고 재발 방지는 이태원 참사를 접한 모든 이의 염원이다. 그러나 재발 방지를 이뤄내기 위해서 어떤 과정과 노력이 필요한지 알기 어려웠다. 〈시사IN〉 제801·802호에서 다룬 아카시시 육교 참사의 사례는, 한국 사회가 참고할 수 있는 이정표로 느껴졌다.

이 호에 실린 기사(“어떻게 일어났고 누구 책임인지 밝혀야”)를 통해 전문성 있는 사고조사위원회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특히 ‘경찰 조사만으로는 재발 방지의 관점이 약해지고 누가 범인으로서 책임을 져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추게 되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매우 인상 깊었다. 한국에서 벌어지는 상황과 정확히 일치하기 때문이다. 한국에 이런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사고조사위원회가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박상훈 박사 인터뷰(“말의 실패가 민주주의 실패다”)도 눈에 띄었다. 알맹이 없는 표피적인 말과 과거 시점에 머물러 있는 말이 팽배하다는 비판을 기사에서 엿볼 수 있었는데, 이것이 정치가 참사 재발 방지의 제 역할은 못한 채 갈등만 불러일으키는 현 상황과 맞아떨어진다고 느꼈다.

‘교훈들이 후손에게 이어지고 기억된다면 다시는 사고가 없을 겁니다.’ ‘포토IN’ 기사에 실린 말이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1주기 추모식에서 희생자가족협의회 대표가 한 말이 정치인의 입으로, 행동으로 그리고 견고한 제도로 실현되길 기원한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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