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 위구르 자치구는 중국 북서쪽에 있는 중앙아시아 위구르족의 자치구이다. 면적은 164만㎢로 중국 땅의 6분의 1을 차지한다. 아프가니스탄·카자흐스탄 등 8개국과 접하고 있다. 인구 2000만 명 중 위구르족이 830만명으로 다수를 차지하는데 대부분 이슬람 신자다. 신장 위구르 지역과 파키스탄은 국경을 맞대고 있다. 특히 최근 탈레반의 활동이 급성장 중인 북서 변경주(NWFP)와는 아주 가깝다. 옛날부터 실크로드가 이 길 가운데 있었고 최근에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와 파키스탄의 북서 변경주를 연결하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경도로인 쿤제랍 도로가 관광지로 개방되기도 했다. 해발 4693m 카라코람 산맥에 위치한 쿤제랍 도로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경도로로 그동안은 전천후 동맹을 자처한 양국의 군사훈련이나 소규모 무역을 위한 통로로 이용돼왔다.
이처럼 길이 통하게 되면 교류도 활발해지기 마련인데 무역 등 산업 분야에 활용됐을 뿐 아니라 탈레반과 위구르인도 연결해주었다. 즉 아프간 국경에 위치한 북서 변경주로 쉽게 왕래가 가능했고 최근에는 탈레반 훈련기지에서 위구르인까지 훈련을 받는다고 한다. 이른바 유학파 탈레반이다. 주로 우즈베키스탄이나 카자흐스탄, 아랍 각국과 위구르인까지 이 지역으로 유입된다. 페샤와르의 〈더 뉴스〉 기자 알 하크는 “미국의 공습이 이 지역에 집중되면서 탈레반은 세계 이슬람권에서 마치 최고의 이슬람 전사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미국이 그들의 이름값을 높여주었고 각국에서 이슬람 전사가 그들을 돕기 위해 이곳으로 잠입했다. 그들은 외국인 탈레반이 되어 이곳에서 미국에 대항해 싸우고 본국으로 돌아가 그 기술을 다시 전수한다”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파키스탄과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중국 정부에 불만이 많은 과격 이슬람주의를 신봉하는 위구르인도 함께 가세한 것이다. 알 하크 기자는 또 “위구르인은 흔히 이곳에서 중국인 탈레반이라 불린다. 현지 파슈툰 여자들과 결혼까지 하며 빠르게 정착하고 있다”라고 했다.
파키스탄과 아프간 국경 지대에서 탈레반 활동을 벌이다 미군에 체포된 위구르인이 속속 나오면서 이런 사실이 입증됐다. 지난 5월8일 파키스탄은 북서부 부족 지역에서 탈레반 무장세력 일원으로 활동하다가 검거된 중국 국적 위구르인 9명을 최근 중국 정부에 신병을 인도했다고 미국 소재 ‘위구르 인권계획(UHRP)’이 7월7일 밝혔다. 탈레반과 위구르인은 이슬람교라는 공통점 말고도 무장투쟁이라는 부분에도 함께하는 것이다. 위구르인은 아프간 사람들과 얼굴이 유사하게 생겼으며 복장도 비슷하다. 그리고 아프간에는 ‘하자라’라는 몽골 후손이 살고 있어서 설사 한족 중국인이 탈레반에 섞여 있다 해도 표가 잘 나지 않는다.
중국과 탈레반의 인연은 아주 오래되었다. 2001년 9·11 사태 직전 중국은 탈레반과 외교 관계를 수립할 예정이었다. 군사적으로나 지역적으로나 서로 잘 통해 외교 관계까지 고려했던 것이다. 9·11이 터지고 탈레반 정부가 아프간에서 퇴각하면서 불발로 끝났지만 양자 관계는 지금도 형태를 바꾼 채 지속되고 있다.
필자에게 가끔 떠오르는 의문 중 하나가 탈레반이 보유하는 무기들은 다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하는 점이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무기와 탄약을 대량으로 수입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프간에서는 오늘도 엄청난 양의 무기와 탄약이 소모되고 있다. 그 해답의 중간에 중국이 있다. 중국이 이란에 제공한 무기와 탄약이 상당분 탈레반에 전달되는 것이다. 이란이라는 중간 세탁지를 거쳐 탈레반에 공급한다. 돈 많은 탈레반은 이들에게 훌륭한 거래처이다. 중국 정부는 정부대로 탈레반과의 인연을 계속 유지하고, 신장 위구르인도 탈레반과의 관계를 지속해왔다. 여기까지는 탈레반과 중국이 서로 알면서 속아주고 속으면서 모르는 척해주는 관계였다. 하지만 우루무치 유혈 사태 이후 상황은 다르게 전개되었다.
2007년 1월5일 신장 위구르 자치구 공안기관은 신장 서남부 파미르 고원 산악지역에 있던 테러리스트의 훈련기지를 급습해 18명을 사살하고 17명을 체포했다. 이 사건으로 중국은 9·11 테러 이후 신장 위구르 분리독립 단체들이 오사마 빈 라덴의 지원을 받고 있다고 계속 주장해왔다. 2002년 1월 중국 정부가 발표한 〈반테러 백서〉는 “중국 외부에 근거를 둔 신장 분리독립 운동단체들이 빈 라덴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 지난 수년간 신장 위구르에서 발생한 테러 사건은 대부분 이들의 소행이다”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분리주의자들이 알 카에다와 손잡고 ‘동(東)투르키스탄’이라는 이슬람 국가를 세우려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이 지역에서 테러 혐의 등으로 검거된 이슬람 분리주의자가 1300명에 이를 정도다. 중국은 신장 위구르를 확실하게 통치하기 위해서 ‘그들이 테러 세력과 결탁’했다는 핑계를 댄 것이다.
이제까지 중국 정부는 탈레반과는 알면서도 모르는 척할 수 있는 관계였지만 알 카에다는 다르다. 탈레반과 알 카에다는 서로 협조 관계이기는 해도 전혀 다른 조직이다. 이번 우루무치 유혈 사태는 오히려 중국 정부가 알 카에다를 부르는 결과가 되었다. 상황이 더욱 에스컬레이터된 것이다. 영국 런던의 한 위험분석 기관은 AQIM이라는 알 카에다 연관 단체가 위구르 모슬렘 사망에 대한 보복으로 북아프리카의 중국인 근로자를 테러 대상으로 지목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중국 내 이슬람인이 처한 상황이 세계 지하드(이슬람 성전) 단체의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슬람 극단주의자들 사이에서 중국에 본때를 보일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라고 전했다. 알 카에다의 일부 조직원은 이미 해외 중국 기업에 대한 정보 수집에 착수했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7월14일 오사마 빈 라덴의 테러조직망이 중국을 직접 테러 대상으로 지목한 것은 처음이라며 이 소식을 전했다. 다만 가디언은 신장 위구르 모슬렘과 알 카에다 사이에 직접적인 연결은 없으며 알 카에다 중앙 지도부가 결정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고 썼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현재 33개 중국 회사가 사회 기간시설 확충에 뛰어들어 4억8000만 달러 규모의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만큼 중국이 위험을 무릅쓰고 사활을 건 공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그 외에도 북아프리카나 아랍 지역에서 중국이 벌이는 공사의 규모는 상당하다. 이 사업들이 알 카에다의 보복·테러 대상이 된다고 하면 중국으로서도 잃을 것이 많은 상황이다. 그래서 이번 알 카에다의 보복 발언은 상당히 위협적이다. 지엽적인 탈레반과 전 이슬람권을 염두에 둬야 하는 알 카에다는 덩치부터 다르다. 중국은 이제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중국의 현실은 미국에 오히려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수행하는 데 중국을 끌어들일 좋은 조건을 제공한다. 지난 5월25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따르면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중국에 무장세력과 교전 중인 파키스탄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미국이 파키스탄을 안정시키기 위해 파키스탄 우방을 동원한다는 전략의 하나로 중국에 군사훈련뿐 아니라 군사장비 지원까지 요청했다고 밝히며, 리처드 홀브룩 미국 파키스탄·아프간 특사는 그 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최근 중국을 방문했다. 미국 관리들은 중국이 자국 내 무장 분리세력을 제압한 경험이 풍부한 데다 파키스탄과 강한 군사적 유대관계가 있기 때문에 파키스탄이 중국의 도움을 받으면 좀 더 정교하게 무장세력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런 와중에 알 카에다의 중국 보복선언은 중국으로 하여금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전쟁에 본격 개입할 이유를 만들어준 것이다. 즉 ‘너희들을 괴롭히는 알 카에다와 탈레반 세력의 근본 이유인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탈레반, 알 카에다를 같이 정리하자’고 강력하게 회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인권 외교를 하겠다는 오바마 정부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우루무치의 유혈 사태에 대해 미국 정부가 이렇다 할 이야기를 내놓지 않고 있다. 미래 이익을 위해 그 정도는 눈감고 보자는 계산인 셈이다. 중국이 신장 위구르를 핑계 삼아 아프간 전쟁에 더욱 깊숙이 개입할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현재 신장 위구르는 미국에는 중국을 아프간 전쟁에 끌어들일 좋은 미끼이고, 중국에는 국민을 긴장시킬 수 있는 중요한 안보 수단이다.
미국, 아프간 전쟁에 중국 끌어들이기
이 상황에 힘든 것은 신장 위구르 주민뿐이다. 중국 정부로부터 민족 고유의 말과 문화를 말살당하면서 탄압받았던 그들에게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은 꿈과 이상이다. 한족과는 모든 것이 다른 그들이 건국하고자 했던 옛 동투르키스탄의 꿈을 펼치기도 전에 본의 아니게 이제 알 카에다와 한편이 되어버린 것 같은 상황이 되었고 중국 정부가 ‘테러를 진압’한다는 이유로 그들의 독립운동을 더욱 탄압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조건에서 그들은 더욱 폭력적으로 저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터키 외에는 어느 정부도 그들의 아픔을 언급하지 않는 지금 만약 알 카에다라도 그들의 대안이 된다면 이제 알 카에다는 중국까지 진출하게 된다. 점점 동쪽으로 오고 있는 알 카에다의 발판을 중국 땅의 6분의 1이나 되는 신장 위구르가 만들어주지 않게 하려면 중국 정부는 폭력적인 무력 진압이 아니라 그들의 상황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귀 기울여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