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아프가니스탄 전쟁 서막이 올랐다. 7월2일 해병대 4000여 명과 아프간 정부군 650여 명을 탈레반의 핵심 본거지인 헬만드 주에 전격 투입했다. 아프간 현지어인 파슈툰어로 ‘칸자르(단검)’라고 명명된 이번 작전은 2001년 미국이 아프간을 침공한 이래 최대 규모다. 또한 베트남 전쟁 이후 벌인 미국 해병 작전 중 가장 큰 규모이다. 이로써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아프간 재탈환에 강한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이날 헬기로 헬만드 주의 중부 가름시르와 나와에 침투하고 그 이튿날은 탈레반의 주요 근거지인 헬만드 남쪽 카나신 지역을 탈환해 교두보를 구축했다고 커트 스탈 미국 해병대 대변인이 발표할 당시만 해도 세계 언론은 이 ‘단검 작전’으로 탈레반이 그 지역에서 소탕된 것이 아닌가 했다. 헬만드 주의 12개 지구 가운데 가장 넓은 카나신 지구는 탈레반이 자신들의 행정부와 사법체계를 만들고 통치해온 주요 거점이다. 이곳을 미군이 탈환했다고 하니 탈레반의 핵심 거점이 확보된 것이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이다. 그냥 그 지역에 미국 해병이 들어갔다는 것이다. 우리가, 아니 그들이 상상했던 것처럼 영화에나 나올 것 같은 스펙터클한 전투신은커녕 아무런 저항 없이 미군이 그곳에 나타났다.

‘단검 작전’의 목표는 탈레반의 주요 거점인 헬만드 지역을 무력화하는 것이다. 위는 7월8일 헬만드에 진군한 미국 해병대원.
아프간 통신사 중 하나인 ‘파지왁 뉴스’의 오마르 씨는 당시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미국 해병이 카나신에 도착했을 때 주민들은 신기하게 생긴 미군을 구경하러 나왔다. 그리고 집 밖 대문 앞에 쭈그리고 앉아 미군들이 긴장해서 총을 겨누며 지나가는 것을 말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전쟁에 면역이 될 대로 된 주민에게는 그다지 신기한 풍경도 아니었다. 단검 작전은 그렇게 침묵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미군은 진격한 지 겨우 몇 시간 만에 카나신 지구를 탈환해 교두보를 확보했고 차례로 탈레반의 주요 거점인 헬만드 지역을 무력화하는 것이 이번 작전의 목표다. 그런데 이 지나치게 조용하기만 한 단검 작전은 작전 초기부터 순찰에 나섰던 미군 1명이 납치되고, 사망자가 나오는 등 순탄치 않을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래리 니컬슨 아프간 주둔 해병 여단장은 이날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남부 지역에 투입된 보병대대는 ‘아주 끔찍한 전투’를 경험하고 있다. 아마도 만만찮은 도전이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적군이 구축했던 가름시르 남쪽 방어선이 어제 무너졌지만, 그렇다고 적들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탈레반 소탕이라는 기치 아래 베트남 전쟁 이후 최대 규모의 미국 해병대를 투입할 정도로 공을 들인 이 단검 작전이 고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주민이 탈레반이고 탈레반이 주민이기 때문이다. 또 탈레반 대원의 80%는 낮에는 평범한 생업을 영위하는 지역 주민이라고 파악된다. 미군의 적인 탈레반이 나타나야 싸우든지 말든지 할 텐데 미군 앞에 보이는 아프간 사람은 그저 주민인 것이다. 탈레반이 유니폼을 입는 것도 아니고 주민들이 탈레반이냐 아니냐를 도저히 가릴 수가 없다.

소리 없이 강한 탈레반의 반격

전투에서 적군의 존재를 가릴 수 없고 오히려 아군은 누가 보아도 명확한 군인의 모습이라면 불리해도 한참 불리하다. 무조건 쏘고 보면 민간인 오인 사격을 피할 수 없기에 적을 쉽게 공격할 수 없다. 그래서 미군이 아무리 탈레반의 심장부인 카나신을 점령했다고 해도 그것은 진정한 점령이 아니다. 탈레반은 주민 사이에 섞여서 유유히 미군을 구경하고 뒤로 물러서 있는 것이다. 주민 사이에서 그들을 색출해낼 재주가 미군에게는 없다. 유수프 아마디 탈레반 대변인은 “우리 전사들은 주민 출신이고 주민과 함께 있다. 우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적을 타격하고 주민 속으로 돌아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주민과 철저히 섞여 있는 탈레반은 여유롭게 미군을 맞이하고 있다.

탈레반의 반격은 아주 고요하게 이루어졌다. 주민 틈에서 멀찍이 구경하다가 조용히 뒤로 가서 길가에 매복 폭탄을 개설해 미군을 당황하게 한다. 미군과 함께 작전을 진행하는 아프간 남부군 사령관 모하마드 자자이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우리가 가는 대다수 지역에서 적은 보이지 않고 도로 매설 폭탄이 유일한 위협이다”라고 했다. 이번 작전에서 미군의 희생은 탈레반의 이 같은 매복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원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신아프가니스탄 정책’에 입각해 전개된 이번 작전은 아프간과 파키스탄 양쪽에 광범위하게 퍼진 탈레반 근거지의 근본적 탈환과 주민 포섭이다. 과거 부시 행정부 시절 미군은 아프간 탈레반에 대한 전투에 초점을 맞춰, 무인 폭격기 등을 동원해 민간인에게 큰 피해를 안기고 원망을 샀다. 이 점을 의식해서 미군은 이번 작전에서 아프간 주민의 원망을 키워온 공습과 폭격을 하지 않는다. 커트 스탈 미국 해병대 대변인은 “해병대원들이 마을에 진주할 때마다 마을 원로들과 이야기할 기회를 만들어 왜 미군이 여기 왔는지 설명하려 한다”라고 말했다.

탈레반 소탕만을 생각하면 미국 해병대가 힘으로 싹 쓸어버릴 수도 있는 것을 나름 아프간 주민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레 작전을 진행했건만 아프간 주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아직도 부족 중심 사회인 아프간에서 미군의 폭격에 의해 아들과 남편 혹은 다른 가족을 잃은 주민에게는 미군이 그 군복을 입고 있는 것만으로도 적개심에 불타기 마련이다. 아프간 정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더군다나 이번 미군의 작전을 돕는 정부군도 주민에게는 역시 반감의 대상이다.

미군을 바라보는 아프간 주민의 시선은 차갑다. 위는 7월7일 아프가니스탄 산골 마을에 들어간 미군.
체면 구긴 매크리스털 사령관

아프간 이슬람 프레스(AIP)의 사라파트 편집장은 “아프간 사람들에게 미군은 악의 상징이고 이슬람의 적이며 그들(아프간 사람)을 언제든지 대량으로 죽일 수 있는 집단으로 인식돼 있다. 이렇듯 아프간 사람들에게 적개심의 대상인 미군을 돕는 아프간 정부는 부패의 상징이며 이름뿐인 정부군이기에 주민이 그들(미군과 이프간군) 편에 서기란 꿈같은 이야기이다”라고 아프간 주민들의 상황을 설명했다. 이미 미군에 대한 적개심이 극에 달한 아프간 주민이 미군 편에 설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헬만드 주 12개 지구 중 고작 5개 지구에서만 아프간 정부가 형식적으로 존재하는 상황에서 애초에 성공을 기대하기가 힘들었는지도 모른다.

이번 단검 작전은 아프간 주둔 미군 및 나토군 사령관으로 갓 부임한 스탠리 매크리스털 장군의 야심작이었다. 그는 이라크 전쟁에서 사담 후세인 체포작전을 비롯해 크고 작은 전투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현장 지휘관으로서의 명성을 쌓은 인물이다. 아프간에서 지지부진한 미군의 상황을 문제 삼아 경질된 전임 사령관 데이비드 매키어넌을 대신해 오바마 정부가 강력 추천해 부임한 미국의 숨은 카드이다. 그런 그의 첫 작전이 주둔병력 확대 전략에 따른 미국 해병대의 대대적인 탈레반 소탕작전이다. 그리고 그는 이번 작전으로 탈레반을 일망타진하고 한편으로는 아프간 주민을 끌어안겠다는 계획을 갖고 처음 발을 딛는 순간이었다.

매크리스털 장군의 계획은 야심찼지만 애석하게도 그가 원하는 방향으로 상황이 돌아가는 것 같지는 않다. 탈레반이 보여야 작전이고 전투고 할 것이 아닌가. 그리고 개전 이후 처음으로 미국 해병대원이 탈레반에 납치되는 사태까지 벌어지니 이 신임 사령관의 처지가 난처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체면을 구긴 매크리스털 사령관을 바라보는 미국 언론의 시각도 곱지 않다. 뉴욕 타임스는 작전 개시 다음 날인 7월3일부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과 미군이 병력을 늘려가며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세력을 뿌리 뽑고자 하지만 아프간 남부를 중심으로 외국 군대를 향한 주민의 적개심만 커지고 있다. 탈레반을 일망타진하는 한편 주민들을 끌어안겠다는 매크리스털 사령관의 계획이 쉽게 실행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가뜩이나 실적이 그리 좋지 못한 미군의 단검 작전인데 앞으로 더욱 힘든 상황이 예상된다. 미군의 이번 작전에 대응해 탈레반의 ‘강철 그물’ 작전이 개시될 것이기 때문이다.

작전 개시 후 연일 성명을 내느라 바쁜 탈레반 대변인 유수프 아마디는 7월6일 AFP 통신과의 전화통화에서 “침략군의 칸자르(단검)에 맞서 우리도 ‘폴라디 잘(강철 그물)’ 작전을 개시했다. 단검이 강철 그물에 갇혀 움직이지 못하게 될 것이며 전선에 나서지 않고 지뢰와 게릴라 공격으로 적들을 치겠다”라고 큰소리를 쳤다. 또 그는 AIP와의 인터뷰에서 “작전 개시 후 지금까지 우리는 저항하는 수준이지만 조만간 모든 형태의 전략을 활용해 반격할 것이다. 정부군이나 침략군이 과거 광활하고 거친 헬만드에서 펼쳤던 군사작전에서 성공을 거둔 적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탈레반은 옛 소련과의 전쟁 때부터 소련이나 미군 같은 정규군의 공격에 대해 매복과 기습을 통한 게릴라전으로 맞서왔다. 탈레반이 지닌 최고의 전술이자 그 방면에서 탈레반은 단연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 기술 보유자이다.

‘오바마 아프간’과 ‘탈레반 아프간’의 딜레마

단검에 맞서 강철 그물로 대적한다는 탈레반의 말은 유머스럽게 봐줄 수도 있지만 이 ‘기습과 매복’이라는 단어는 그렇지 않다. 지금껏 아프간의 미군과 나토군 사상자 대다수가 이 매복과 기습에 희생되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무서운 말이다. 현대식 정규전과 가공할 만한 신무기, 그리고 잘 훈련된 정규군인 미군과 나토군에게 탈레반의 ‘매복과 기습’은 순식간에 대열이 무너질 수도 있는 치명적인 전술이다. 보일 듯 말 듯 주민 속에 섞여 있는 탈레반들이 벌이는 이 기습과 매복은 광활하고 험준한 산악지대이면서 한낮에는 50도가 넘는 찌는 듯한 더위와 함께 병사들에게 최악의 조건으로 작용한다.

만약 탈레반의 총공세가 이런 기습과 매복으로 진행된다면 탈레반 대변인 말대로 미군은 강철 그물 속에 갇혀버릴지도 모른다. 현지에서 취재 중인 ‘아프간 파지왁 뉴스’의 오마르 기자는 “아직은 조용하게 폭풍전야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미군 해병대는 헬만드 지역에 진입한 지 일주일째인 7월8일까지 변변한 전투 한번 치러보지도 못한 채 열악한 기후의 산악지대에서 탈레반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처지다. 그들은 많이 피곤해 보인다”라고 전했다. 보이지 않는 적을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미군과 투명인간 같은 탈레반, 그 둘의 대치 상황은 오바마의 아프간과 탈레반의 아프간 사이 딜레마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기자명 김영미의 탈레반 리포트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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