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5월27일 투표 중인 한 시민.ⓒ시사IN 신선영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난 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았다. 대부분 이름도, 얼굴도, 활동 경력도 모르는 사람들로 지방의회가 구성되었다. 이제 우리의 주권 행사도 다음 선거 때까지 휴지기를 갖게 된 셈이다. 그런데 동네 주민으로서 국민의 주권을 평소에도 행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선거가 끝난 지금부터 서두르면 다음 지방선거 때에는 누가 주민들의 목소리를 잘 듣고 일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지방자치와 관련한 법령 개정이 상당히 이루어졌고, 주민조례 발안에 관한 법률(주민조례발안법)이 제정되었다. 그동안 지방자치법에 형식적으로 있었으나 따로 법률이 제정되지 않아 유명무실했던, 주민이 직접 조례 제정을 청구할 길이 열린 것이다.

18세 이상 주민이면 누구나 일정 수 이상의 연대 서명을 받아 조례 제정 청구를 할 수 있다. 생각보다 청구 절차나 요건도 간소하고, 지방의회는 주민청구조례안이 수리되면 수리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주민청구조례안을 반드시 의결하여야 한다. 또한 이미 수리된 조례안은 지방의회 의원의 임기가 끝나더라도 다음 지방의회 의원의 임기까지는 폐기되지 않는다.

앞으로는 주민투표 실시하면 모두 개표

지방자치법 제14조 제1항에 의해 보장된 “주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결정사항 등에 대하여” 부칠 수 있는 주민투표의 대상·발의자·발의 요건, 절차 등의 사항을 정한 주민투표법도 개정되었다. 주민투표의 대상이 확대되고, 종전보다 결과 확정 요건을 낮추어 주민 투표권자 총수의 4분의 1 이상 투표와 유효투표 총수의 과반수를 득표한 경우에 주민투표 결과로 확정되도록 했다. 또한 전체 투표수가 주민 투표권자 총수의 3분의 1에 미달하는 경우 개표를 하지 아니하도록 한 규정을 아예 삭제해 앞으로는 주민투표를 실시한 경우에는 모두 개표하도록 했다.

2004년 처음 도입된 주민투표제도는 그동안 투표권자 3분의 1 투표라는 개표 요건 충족을 채우기가 매우 어려웠다. 예를 들면 오세훈 서울시장이 2011년 무상급식 반대를 내걸고 실시한 주민투표도 투표율이 25.7%에 그쳐 개표를 하지 못했다. 종전 개표 요건인 투표율 33.3%를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이 장벽을 없앤 것이다. 개정안에 다르면 투표수에 상관없이 개표를 할 수 있기에 앞으로 ‘오세훈 주민투표’는 모두 개표가 가능해졌다.

여전히 쉬운 일은 아니지만 주민의 직접 참여가 훨씬 강화되는 방향으로 개선되었기 때문에 적극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듯하다.

지방재정법 제39조에 근거를 둔 주민참여예산제도도 시행중이어서 주민이 선정한 사업이 예산에 반영되는 사례가 있다. 역시 미흡하긴 하지만 자치경찰제도도 시행되어 자치경찰이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생활안전·교통·경비·수사에 관한 사무를 수행한다. 모든 구성원이 정치를 할 수는 없으니 ‘대의제’를 택했지만, 주민의 직접 참여는 쉼 없는 주권 행사를 위해 필수적이다. 지방자치단체와 의회는 바쁜 동네 주민들의 정치를 보장하기 위해 더 많이 뛰고 더 많이 다가가야 할 것이다.

기자명 하주희 (변호사)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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