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의원 시절 관용차로 사용하던 배우자 소유 자동차를 정치자금을 사용해 정비한 것으로 〈시사IN〉 취재 결과 확인됐다. 김 후보자는 20대 국회의원 활동 초기 남편 차량을 잠시 관용차로 사용했다. 해당 차량을 렌터카로 대체하기 약 2개월 전에 정치자금 198만원을 들여 소모성 부품을 교환했다. 일부 소모품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교체 주기가 긴 부품들인 데다, 가족 차량의 노후 부품을 정치자금으로 교체한 후 곧바로 가족에게 돌려주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김승희 후보자는 이미 자동차와 관련해 정치자금을 사적 용도로 사용했다는 지적을 수차례 받은 바 있다. 김 후보자는 국회의원 시절 사용하던 관용차 렌트 보증금에 사용된 정치자금을 반납하지 않았다. 이 보증금은 국회의원 임기 종료 이후 김 후보자가 해당 차량을 사적으로 인수하는 과정에서 인수 자금을 할인하는 용도로 사용됐다. 인수 두 달 전에는 정치자금 352만원을 들여 해당 차량을 도색하기도 했다. 정치자금을 사용해 남편 명의의 자동차 보험금을 지불한 사실도 지적됐다. 김 후보자 측은 관련 보도가 나온 이후, 렌트 보증금 1857만원과 배우자 자동차 보험금 34만여 원을 선거관리위원회에 반납했다.
〈시사IN〉 취재와 최종윤·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를 종합해보면, 김 후보자는 정치자금을 사용해 배우자 명의 차량을 수리하기도 했다. 문제가 된 자동차는 김승희 후보자의 남편이 몰던 2010년식 그랜저TG 승용차다. 김 의원은 20대 국회의원 임기를 시작한 2016년 5월30일부터 2017년 3월1일까지 이 승용차를 관용차로 사용했다. 2016년 11월29일에 차를 정비했다. 서울시 목동에 위치한 한 정비소에서 김 후보자는 정비를 받고, 총 198만원을 정치자금으로 지불했다.
〈시사IN〉은 이 차량의 정비 이력과 수리 견적서를 확인했다. 당시 주요 정비 내역은 다음과 같다. 6기통 엔진 점화플러그와 이그니션 코일 교체, 엔진오일 교체, 브레이크 오일 교체, 부동액 교환, 타이어 4개 교체, 전 라이닝 교환, 전 드럼 교환, 휠 얼라인먼트 등이다.
김 후보자는 해당 차를 정비하기 전까지 6개월 동안 약 6000㎞를 운행했다. 엔진오일 교체, 에어컨 필터 교체 등을 제외하면 대다수 노후 부품 교체는 김 후보자의 의정활동 기간에 노후된 것이 아니라, 김 후보자의 의원 당선 이전에 남편이 사적으로 운행하며 노후된 것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김승희 후보자 남편 승용차의 누적 주행거리는 2016년 11월29일 수리 당시 5만5787㎞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후보자가 이 차량을 관용차로 운영하기 전까지 김 후보자의 남편이 7년간 총 4만~5만㎞를 운행한 셈이다. 점화플러그, 브레이크 오일, 타이어, 브레이크 라이닝과 드럼 등을 교체 정비한 이유는 상당 부분 김 후보자의 남편이 ‘7년 동안 운행하며 발생한 노후’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사적 운행에 따른 노후 부품 교환에 공적 정치자금이 투입된 셈이다.
수리 비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타이어의 경우, 일반적인 교체 주기는 대략 3만~5만㎞ 수준이다. 6개월간 김 후보자가 주행한 6000㎞는 타이어 교체 기준에는 미달하는 거리다. 브레이크 오일, 브레이크 라이닝과 드럼 등은 운행 안전을 위해 교체해야 하는 사유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수리 내역상 김 후보자는 오일류, 엔진, 휠 관련 부품을 전부 한 번에 교체했다. 각 부품의 교체 사유가 김 후보자가 운행한 ‘주행거리 6000㎞’ 때문에 발생한 단발성 정비라고 보기 어렵다.
정치자금 총 198만원을 들여 수리한 차량은 이후 다시 김승희 후보자의 배우자가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청문 요청안에 따르면, 김 후보자가 국회의원 시절 관용차로 사용했던 2010년식 그랜저 차량은 2022년 5월 기준 여전히 배우자의 명의로 등록돼 있다. 관용차로 사용하기 이전에 소모된 부품들을 정치자금으로 수리한 후, 다시 사적 용도로 사용했다고 볼 수 있다.
최종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승희 후보자는 정치자금의 사적 사용으로 이미 몇 차례 문제가 됐다”라며 “남편 차를 관용차로 이용하면서 정치자금으로 차량 소모품을 일괄 교체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정치자금을 또 한번 사적으로 유용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라고 말했다.
정치자금을 이용해 과도한 정비를 받은 것 아니냐는 〈시사IN〉의 질문에 김승희 후보자 측은 “주행거리와 오랜 차량 연식 등을 고려하여 정비를 한 것이며, 정치자금의 목적과 절차에 어떠한 문제도 없는 정상적 과정이다. 정비 당시는 관용차 임차(렌트)를 할 계획이 없었고, 관용차 임차는 한참 이후에 결정된 문제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김 후보자가 해당 승용차를 남편에게 돌려주기로 결정한 시기는 정비 시점과 그리 멀지 않다. 2017년 2월15일, 김 후보자는 정치자금으로 관용차를 렌트 계약을 맺었고 이튿날 계약금을 납부했다. 주요 부품을 교체한 뒤 78일 만에 새로운 관용차 렌트를 계약한 것이다.
자동차 정비에 소요된 정치자금 문제에 대해 김 후보자 측은 오히려 배우자 차량을 사용한 덕분에 정치자금을 상당 부분 아꼈다고 주장한다. 〈시사IN〉에 보낸 답변서에서 김 후보자 측은 “처음부터 관용차 임차(월 120만원 소요)를 선택하였다면 오히려 정치자금에서 1000만원 이상 임차비용이 소요되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1000만원 이상 정치자금을 절약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은 〈시사IN〉 제772호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