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부터 시작된 ‘김정운 후계자 소동’을 지켜보면서 최근 1~2년 사이, 우리 사회의 대북 정보 및 정책 기반이 상당히 취약해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우선 국정원의 무게감이 사라졌습니다. 과거에는 언론이 첩보성 얘기로 들끓어도 일정 시점 이후 국정원이 나서서 ‘쿨’하게 사태를 정리해주곤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김정일 위원장 건강 이상설 때 국정원이 정보기관다운 냉정함을 잃은 데 이어, 이번 김정운 문제에서도 엄정함을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대신 ‘정무적 판단’에 따라 대북 정보를 취급하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지울 수 없습니다.
또 한 가지는 바로 전문가들의 침묵 현상입니다. 20여 년의 남북관계 역사를 거치면서 우리 사회에도 내로라하는 전문가가 많이 배출됐습니다. 그러나 이 정부 들어 그들의 목소리를 듣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언론 지면을 통해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해온 사람 중 상당수가 지면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들의 상당수가 직·간접으로 침묵을 강요당한다는 사실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 됐습니다. 이번 김정운 후계 소동 과정에서도 전문가들은 대부분 회의적 또는 부정적이었지만, 그들의 의견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정부로서는 듣기 싫은 얘기가 줄어들어 귀가 편해졌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철저하게 검증되지 않은 섣부른 정책을 들고 국제 무대에 나섰다가 차라리 아니함만 못한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습니다. 정권 초기의 강경한 대북 기조로 남북 대화가 파탄에 이르자, 최근 국제 무대에서 5자회담을 주창하며 ‘대북 포위론’의 선봉을 자임했지만, 돌아온 것은 한국이 빠진 ‘미·중·일 3자대화’의 시작입니다. 남북 대화도 끊기고, 앞으로 한반도 문제 협의에도 끼지 못하게 된다면 한국 외교의 설 자리는 어디인가요? 전문가의 입을 틀어막았다고 손바닥으로 해가 가려지는 것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