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표를 호소했던 서울 지하철 7호선 천왕역 개찰구 앞에서 ‘낙선 인사’ 피켓을 걸고 힘차게 손을 흔든다. 별다른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지나친다면 당선 감사 인사로 착각할 만한 명랑함이다. 진보정당 소속으로 보기 드물게 재선에 성공하며 8년간 의정 활동을 했던 김희서 정의당 구로구의원(45)은 이번 6·1 지방선거에서 고배를 들었다. 1.9%포인트 차이의 석패.
선거운동 못지않게 낙선 인사도 열심이다. 첫 번째 이유는 주민들에게 그들이 행사한 한 표의 결과를 알리기 위해서다. “구의회는 개표방송에서도 잘 비춰주지 않잖아요. 젊은 사람들이야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되지만 어르신들은 그렇게 못하는 분이 많거든요.” 두 번째로는 정말 고맙기 때문이다. 모든 선거가 그렇지만 기초의회는 후보가 아니라 정당을 보고 투표를 하는 경향이 지배적이다. 후보들도 유권자의 마음을 얻기보다는 국민의당·더불어민주당 두 거대 정당의 공천을 얻는 데 목을 맨다. 정의당 후보로서 김희서 의원은 한 표 한 표를 직접 모은다는 심정으로 선거를 뛰었다. 6·1 지방선거에서 얻은 8637표가 하나하나 모두 귀중하다.
2010년 이 지역에서 진보신당 구의원 후보로 첫 선거를 치렀다. 3618표를 받아 5위로 떨어졌다. 왜 구의회였을까? “진보정치의 문턱을 낮추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지역에서 풀뿌리 조직부터 탄탄하게 일궈가며 진보정치를 확산시키는 동력으로 삼아보자 한 거죠.” 2014년 첫 당선 이후 그의 의정 활동은 단순히 민원을 대신 해결해주는 데에 그치지 않았다. 지역사회의 문제를 공론화하고 소통하며 주민들이 정치적 주체로 나설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지역 정치인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지난 8년 동안 가장 많이 들은 소리가 “정의당만 아니면”과 “당을 떠나서”이다. 실제로 ‘당을 떠나서’ 1번 당과 2번 당의 당원들은 민원이 생기면 자당 의원이 아니라 김 의원을 찾아왔다. ‘방사능 안전 급식’ ‘여성 청소년 생리용품 보편 지급’처럼 기초의회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조례들이 그의 손을 거쳐 제정되었다. 김 의원이 의정 활동 초기부터 밀고 있는 ‘서민의 천하장사’라는 문구는 캐치프레이즈를 넘어 현실에 뿌리내렸다.
힘든 선거가 되리라 예상했다. 거리에서 체감하는 민심은 4년 전 지방선거 때와 확연히 달랐다. 정의당이 ‘민주당의 법안을 지지했다’고 또는 반대로 ‘민주당에 비판적’이라고 욕하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그런 이유를 들며 응원을 보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정의당은 이번 6·1지방선거에서 총 9석을 얻는 데 그쳤다.
낙선도 낙선이지만 당이 받은 평가가 무엇보다 뼈아프다. “작은 정당에서 활동하기가 녹록지 않지만 가치와 노선에 확신이 있으면 버틸 수 있거든요. 그런데 국민들이 ‘정의당은 필요 없어. 진보정당의 존재 이유를 모르겠어’라고 선거 결과로 말한 거잖아요.” 지역 정치인으로 주민들과 부대끼며 두 가지를 실감했다. 첫째, 거대 양당 체제가 담지 못하는 정치적 욕구가 있다. 둘째, 그러나 시민들은 그 열망을 담기에 진보정당이 고루하다고 판단한다. 김희서 의원은 “한동안은 공식적인 직책을 맡기보다 진보정치의 새로운 틀을 모색하려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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