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신선영

막 도착한 손하빈 밑미 대표(39)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5층까지 한달음에 올라온 참이었다. 그가 서울 성수동의 ‘석양 맛집’인 밑미홈 건물 옥상에 섰다. ‘나를 만나다(meet me)’라는 의미를 가진 ‘자아성장 큐레이션 플랫폼’ 밑미가 운영하는 공간이다. 설립한 지 2년, 매달 이용자 500~600여 명이 밑미가 제공하는 ‘리추얼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여기서 리추얼은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뜻한다. 손 대표는 5분이라도 멈춰서 자신을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런 시간을 가지면 아무리 바빠도 자신을 잊지 않게 된다. 밑미는 혼자 하기 힘든 리추얼을 함께할 수 있도록 온라인 프로그램을 만든다. 명상, 반려견 산책, 드로잉, 감정 일기 등 다양하며 때로 두 개 이상 결합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비용을 내고 정해진 시간에 리추얼을 수행한 뒤 서로의 경험을 공유한다.

손 대표 스스로 자신의 인생에서 일찍 만나면 좋았을 것 같은 서비스를 구상했다. 2019년 에어비앤비에서 7년 차 마케터로 일할 당시였다. 좋은 성과를 냈지만 번아웃이 왔다. 스스로를 보살펴야 할 것 같아 심리상담을 받았다. 곁들여 집에서 할 수 있는 리추얼을 시작했다. 감사 일기를 쓰고 매일 명상을 했다. 조금씩 뭔가 차오르는 기분이 들고 ‘중심’이 생기는 것 같았다. 그동안 다양한 일을 해왔지만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일이 가장 잘 맞는다. 가치를 공유하는 커뮤니티의 힘을 믿는 편이다. “중요하지만 당장 시급하지 않은 것들은 잘 안 하게 된다. 누군가 옆에서 해야 따라 한다. 경쟁이나 비교를 통해서가 아니라 커뮤니티의 힘으로 ‘오늘도 같이 해냈네요’ 하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한다.”

반응이 좋은 리추얼로는 ‘ㅎ 줍기’가 있다. 행복의 ㅎ이다. 행복하다고 생각한 순간에 대한 일기를 쓴다. 심리상담사와 함께하는 ‘나를 껴안는 글쓰기’의 이용자는 내면의 깊숙한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변화를 눈으로 체감했다. 그림 그리기를 통해 갱년기를 극복한 이용자도 있었다. 예전부터 취미로 그림을 그렸지만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동안 처음으로 남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을 위해 그렸다고 했다.

지난 2년 직원이 12명으로 늘고 스타트업 시장에서 주목을 받았다. 밑미만의 속도에 대해 생각한다. ‘나’를 만날 수 있는 플랫폼을 운영하지만 사업가로서의 자신을 마주하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 손하빈 대표는 잠들기 전 30분간 책을 읽고 감정 일기를 쓴다. 나, 가치, 신뢰 등 언뜻 추상적인 것 같은 단어의 조합으로 이뤄진 이 서비스의 목표는 의외로 간단하다. 잠깐 나에게 시간을 내도록 돕는 일이다.

기자명 임지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tot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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