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서로를 미워하는가
에즈라 클라인 지음, 황성연 옮김, 윌북 펴냄

“양극화한 대중에게 호소하기 위해 정치 기관들과 정치인들은 더 양극화를 자극한다.”

저자는 선택지가 두 개만 주어진 미국 정치 환경에서 상대방을 쉬이 ‘사악한 저쪽’으로 규정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당장 우리 정치도 극단적 양극화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양극화를 자극하는 정당, 언론, 소셜미디어에 모든 책임이 있다고 몰아세우지도 않는다. 미국의 정치사부터 심리학적 분석을 동원해 어째서 양극화에 빠져드는지, 살펴보는 책이다. 무엇보다 독자(유권자) 스스로가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인터넷 매체 VOX 창립 멤버인 저자는 미국 뉴미디어를 상징하는 인물로 꼽힌다.

 

 

 

 

5공 남산의 부장들 1·2
김충식 지음, 블루엘리펀트 펴냄

“우리 정치는 안기부(국정원)의 음습한 그늘에 맞닿아 있다.”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된 〈남산의 부장들〉 후속편. 전작이 3공화국·4공화국 중앙정보부장 10명을 통해 박정희 정권의 폭압 정치를 기록했다면, 이 책은 5공화국 안기부장 5명을 통해 전두환 정권의 정치공작을 폭로한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저자는 대학 강단으로 옮긴 뒤에도 후속 취재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자료를 모으고 인터뷰하고 메모했다. 안기부장들이 주도한 선거 개입, 인권유린 등 팩트를 담았다. 문재인·윤석열·이낙연· 송영길·심상정·권인숙 등 신스틸러가 등장한다. 저자 역시 1985년 8월 특종 보도 뒤 남산(안기부)으로 끌려가 ‘복날 개 잡듯 두들겨’ 맞은 뒤 풀려나기도 했다.

 

 

 

 

이 모든 무수한 반동이 좋다
고봉준·김명인 외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김일성 만세”/ 한국의 언론 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 데 있는데”

시인으로서 자유로우려면 시민으로서도 자유로워야 한다며, 불온사상을 인정할 때만 언론의 자유가 진정으로 보장된다고 믿었던 시인. 1960년에 “김일성 만세”라는 금기를 깨는 시를 썼던 시인. 게재 자체를 거절당한 시에서, 동갑내기 시인 조지훈과 정치인 장면을 실명 직격한 시인. 1921년에 태어나 1968년에 세상을 떠난 김수영 시인에 대한 평론집이다. 문학평론가와 시인 24명이 가족, 일본·일본어, 한국전쟁, 여성혐오, 니체, 온몸, 죽음, 사랑 등 26개 키워드로 김수영의 삶과 문학을 조명했다. 책에 담긴 육필 원고의 초고에서 시대에 갇힌 자유주의자의 번뇌를 덤으로 읽을 수 있다.

 

 

 

 

어금니 깨물기
김소연 지음, 마음산책 펴냄

“엄마가 행복해지기 위해 해온 시도들을 나는 속으로 줄곧 멸시했다.”

엄마가 세상에서 사라지고 난 뒤, 나는 어떤 이야기를 기록할 수 있을까. 행간을 서성이는 동안 화해나 용서 같은 단어들을 만져본다. 언젠가는 시인처럼 “나는 엄마를 오래 싫어했다”라고 과거형으로 적을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어떤 애도는 시인의 바람처럼 “누군가를 뒤에서 안아주는 인기척”이 된다. 산문집에 묶인 대부분의 글은 상실의 시간 언저리에서 기록됐다. 엄마 이야기는 유년의 각별한 순간들로 이어지고, 추억이 된 이야기를 들추는 동안 삶은 시에 대한 지극한 애정으로 번져간다. 미숙하고, 거칠고, 잘 몰라서 무구했던 ‘처음’의 시간들이 어떻게 삶의 등을 떠밀었는지, 내밀한 순간들을 엿볼 수 있다.

 

 

 

 

다만 빛과 그림자가 그곳에 있었고
정멜멜 지음, 책읽는수요일 펴냄

“꼭 남길 필요가 있다는 생각으로 손을 뻗어 찍은 사진들은 왜 다 티가 나는 것인지.”

좋아서 해온 일들이 데려다놓은 자리에서 저자는 깨닫는다. “무언가를 지치지 않고 좋아해왔다는 것 자체도 내가 가진 큰 재능”이라는 것을.
사진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먼 길을 돌아왔지만, 또 덕분에 ‘다른’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눈에 보이는 것과 다르거나, 더 과장되거나, 때로는 부자연스러운 사진을 좋아하고 찍는다. “치우치려고 노력한다”라는 말에서는 직업인으로서 자부와 건강한 욕망이 읽힌다. 저자는 도시를 다르게 만나는 방법으로 카메라를 들고 산책하기를 권한다. “혼자서 할 수 있으면서도 주변과 긴밀하게 접속하는” 취미가 될 수 있다고.

 

 

 

 

지구를 위하는 마음
김명철 지음, 유영 펴냄

“친환경 행동에 나서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중요한 심리적 요인 가운데 하나가 무망감이다.”

“우리 모두 100퍼센트 뒈진다잖아요!” 기후변화 문제를 혜성 충돌이라는 재앙으로 풀어낸 영화 〈돈 룩 업〉에서 제니퍼 로렌스가 이렇게 외친다. 저자는 이 장면을 미국 환경운동 진영이 사회적 소통능력 부족을 자조하는 것이라 봤다. 한국도 다르지 않다. 분명 예전보다 기후위기에 대한 담론은 넘쳐나는데, 개인들의 친환경 행동 지표는 왜 호전되지 않는가? 심리학자인 저자가 이 기묘한 현실을 파고들었다. 절망적인 소식에 꾸준히 노출된 현대인들에게 “일단 아무거나 하나만 시작하자”라고 제언한다. 환경 이슈를 떠올리면 죄책감이 느껴지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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