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집 〈해리스 하우스〉를 낸 해리 스타일스.ⓒUPI

꽤 큰 반응이 있으리라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이제는 어엿한 슈퍼스타라 할 수 있을 해리 스타일스 얘기다. 해리 스타일스가 누군가. BTS 등장 전까지 최고 인기 보이 밴드였던 원 디렉션(One Direction)의 멤버였다. 원 디렉션의 성취는 굉장했다. 총 7000만 장 이상을 판매했고, 음반마다 히트 싱글을 여러 장 배출했다. 그중에서도 ‘왓 메익스 유 뷰티풀(What Makes You Beautiful)’ ‘리브 와일 위아 영(Live While We’re Young)’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Story of My Life)’ 등은 음악적인 면에서도 흠잡을 구석 없는 깔끔한 팝이었다. 팝 역사는 그들을 “2010년대를 지배한 보이 밴드”로 기록할 것이다.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흥미로운 평행 이론이 있다. 바로 저 유명한 로비 윌리엄스와 해리 스타일스 간의 유사점이다. 첫째로 두 가수 모두 영국인이다. 다음으로는 보이 밴드로 커리어를 시작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로비 윌리엄스는 테이크 댓(Take That)의 멤버였다.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치자. 이런 경우가 팝계에 어디 한둘이겠나.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로비 윌리엄스와 해리 스타일스는 모두 팀의 막내였다. 어떤가. 아직 좀 부족한가. 그렇다면 최후의 카드를 들이밀 차례다. 서양에서 나이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 어쨌든 두 가수 공히 막내임에도 멤버들 중 가장 성공적인 솔로 커리어를 쌓았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즉, 로비 윌리엄스가 거머쥐고 있던 대권이 해리 스타일스에게로 이양된 셈이다.

해리 스타일스의 솔로 데뷔는 정말이지 놀라웠다. 이유는 간단하다. 첫 싱글로 발매된 곡이 “정말 해리 스타일스 음악 맞아?” 할 정도로 탁월한 완성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바로 그 곡 ‘사인 오브 더 타임스(Sign of the Times)’(2017)는 현대 팝의 걸작이라고 부를 만한 노래였다. 산모의 시점에서 쓰인 섬세한 노랫말부터 록 뮤지션으로서의 지향을 드러내는 드라마틱한 만듦새까지, 새 출발을 선포하기에 모자라기는커녕 차고도 넘쳤다. 더욱 놀라운 건 곡의 러닝타임이 무려 6분에 육박했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사인 오브 더 타임스’에는 지루한 구석이 조금도 없었다. 그것은 제목 그대로 “(솔로로도 최고가 될) 때가 됐어”라고 선포하는 듯한 노래였다.

이후 해리 스타일스는 2집 〈파인 라인(Fine Line)〉(2019)을 통해 더 큰 찬사를 획득했다. 자신의 록 성향을 더욱 분명하게 드러낸 이 음반은 비평적으로 엇갈렸던 1집과 달리 일관된 찬사를 획득했고, 상업적인 면에서도 대성공을 거두었다. 무엇보다 2집은 CD든 LP든 피지컬로 구입하기를 추천한다. 뒤쪽 커버를 보면 해리 스타일스가 갓을 쓰고 있는 사진을 볼 수 있다. 시기적으로 〈킹덤〉을 보고 반했음이 틀림없다.

지난 6월4일자 빌보드 싱글차트에서 해리 스타일스는 신보 〈해리스 하우스(Harry’s House)〉로 차트를 폭격했다. 톱 20만 놓고 보면 1위 곡 ‘애즈 잇 워즈(As It Was)’를 포함 총 7곡이 한 자리씩을 꿰찼다. 엄청난 기세다. 아직 안 끝났다. 그는 단 1주일 만에 미국에서만 50만 장 넘게 팔았다.

〈해리스 하우스〉를 통해 해리 스타일스는 현대 팝의 흐름과 그가 영향 받은 과거를 융합하는 재능이 절정에 올랐음을 증명한다. 뻔한 표현이지만 어쩔 수 없다. 우리는 손흥민의 시대에만 살고 있는 게 아니다. 해리 스타일스의 시대에도 살고 있다. 1집보다 더 좋은 2집을 넘어 그 2집보다 더 탁월한 3집을 들려준 뮤지션은, 역사적으로 봐도 그리 많지 않다.

기자명 배순탁 (음악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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