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한 북한 소식 하나 전해드리겠습니다. 김정운 후계자설과 관련한 것입니다. 워낙 많은 매체가 북한 측 관계자를 직·간접으로 인용 보도하다보니, 김정운 후계자설에 이제 누구도 대놓고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최근의 정보에 따르면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지난번 ‘편집국장의 편지’에서 북한 특정 세력의 언론 플레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씀드렸는데, 최근 접한 정보는 바로 그 얘기가 ‘가능성의 차원’이 아니라 ‘실제 일어난 일’이었음을 확인해주었습니다. 또한 그로 인해 북한 수뇌부 내부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도 알려졌습니다. 

남문희 편집국장
얘기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극히 최근, 김정일 위원장이 북한 실력자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을 심하게 질책했다고 합니다. 이유인즉슨, 장성택 추종 세력이 아직 정해지지도 않은 후계자 문제와 관련해 고의로 이상한 얘기를 유포해왔기 때문입니다. 바로 올해 초부터 한국 언론에 등장한 김정운 후계자설입니다.

후계자 문제와 관련해 김정일 위원장은 이미 큰 원칙을 밝힌 바 있습니다. ‘강성대국이 완성되는 2012년에 후계자를 발표한다’는 것입니다. 2012년까지는 2년이나 남았기 때문에 그 전에 후계자를 지정해야 할 이유가 없을뿐더러, 그동안 북한 내에서 어떤 절차도 진행된 사실이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올해 초부터 난데없이 남한 언론을 중심으로, ‘대북 소식통’을 출처로 한 김정운 후계자설이 유포되더니, 국제적으로까지 확산되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북한 처지로 보면 몇 가지 곤란한 상황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첫째는 올해 들어 감행한 로켓 발사와 핵실험 등의 강경 행보가 마치 김정운을 후계자로 옹립하기 위한 북한 내부 사정에서 비롯한 것으로 부각되면서 대미 압박 효과가 감소한 것입니다. 또 한 가지는 멀쩡히 집무 중인 김정일 위원장 건강이 갑자기 나빠지기라도 한 것처럼 오해를 불러왔다는 것입니다.

급기야는, 최근에 김정일 위원장이 이런 정황을 파악하고 노발대발했고, 소문의 출처를 조사해보니 바로 장성택 추종 세력 중 일부가 김정운을 후계자로 기정사실화하기 위해 조직적 언론 플레이를 한 게 밝혀진 것입니다. 그래서 장성택 부장이 문책을 당하고 김정운 관련 얘기가 쏙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북한은 최근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주변의 한 국가에 외교 사절을 보내 이런 전말을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후계자를 둘러싼 북한 내부 권력 투쟁에 우리 언론과 정보기관까지 휘둘린 게 아닌가 되돌아볼 시점입니다.

기자명 남문희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bulgo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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