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로 꼽히는 자전거의 미덕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그러나 아쉽게도 자전거가 주는 ‘만복’을 제대로 누리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단순히 ‘탈것’으로 여기고 적당히 페달을 굴리는 탓이다.

앤디 프루트 박사(왼쪽)는 “일주일에 4시간 이상 자전거를 타면 발기부전 위험이 있다”라고 말한다.
지난 6월10일 서울을 방문한 앤디 프루트 박사(미국 볼더 스포츠의학센터 설립자·스페셜라이즈드 메디컬 컨설턴트)는 30년 이상 자전거와 인체공학을 연구한 전문가답게 “자전거는 과학이다”라고 말했다. 자전거 곳곳에 과학이 숨어 있고, 그것을 알면 알수록 자전거 타기의 효과와 재미가 극대화된다는 말이다. 그의 설명과 참고 자료에 나오는 숫자를 토대로, 자전거의 다채로운 매력에 접근해본다.

4 자전거와 관련한 가장 오래된 ‘추문’이 있다. “자전거를 오래 타면 발기부전에 걸린다”라는 말이다.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앤디 프루트 박사는 “근거 없는 말이 아니다. 회음부 동맥이 직접 압박을 받으면 그곳 신경이 손상되어 발기부전을 경험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1997년 외국의 한 연구진이 540km 레이스에 참가한 선수 160명을 조사한 결과 13%가 발기부전을 경험했다. 그렇다고 모든 남성이 고민할 필요는 없다. 주당 4시간 이하로 주행하면 발기부전 위험이 0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나 일주일에 4시간 이상 타는 사람은 다르다. 오래 주행하면 할수록 발기부전 위험과 신체 손상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10 자전거의 무게는 보통 10kg 안팎이다. 그 무게로 체중 80~90kg인 사람도 거뜬히 나른다. 단단한 프레임과 바퀴 덕이다. 물론 에너지는 오롯이 인간에게서 나온다. 그러나 또 다른 이동수단인 자동차는 다르다. 몸무게 75kg인 성인을 운반하는 데 화석연료 2t 정도의 에너지가 소비된다. “도시 인구 10%가 자전거를 타면 자동차 10부제를 실시하는 것과 같고, 20%가 타면 5부제를 실시하는 것과 같다”라는 말은 그래서 나왔다.

16 인체 구조는 자전거보다 걷기에 더 적합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자전거를 탈 때 인간의 관절은 제한적으로 움직인다. 그 과정에서 안장의 높이가 너무 높거나 낮을 때, 또는 핸들 바가 너무 멀거나 가까우면 부상을 당할 수 있다. 최근 자전거 선진국에서는 부상을 줄이려 ‘보디 지오메트리 핏(Body Geom–etry Fit ·BG 핏)’을 활용한다. BG 핏은 의학적으로 검증된 16가지 진단 과정을 거친 뒤, 거기에서 도출된 자료를 토대로 각 개인의 몸에 맞게 자전거를 조립해 파는 새로운 매매법이다. 16가지 진단 과정이란 발·무릎·골반척추·어깨선 구조 진단, 경추 유연성 진단, 어깨관절 유연성 진단, 발목 유연성 진단, 경골 결절 비교 진단, 한 다리로 3분의 1 앉기 테스트 등을 말한다. 수입 자전거 스페셜라이즈드를 판매하는 ‘세파스’에서 BG 핏을 준비 중이라, 우리나라에서도 곧 맞춤형 자전거를 만날 수 있을 듯싶다. 

20 자전거는 몇 시간 타야 건강이 증진될까.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시속 20km(1분당 333m)로 20분 정도 달리면 칼로리가 140㎉가량 소모된다. 이는 시간당 6.4km 속도로 25분간 걷거나, 골프를 40분 정도 한 것과 맞먹는 운동량이다. 체력이 뒷받침되고, 다이어트 목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시속 25km로 1시간을 달려보자. 칼로리 소모량이 720㎉나 되어 등산을 1시간30분 정도 한 것과 비슷한 건강 증진 효과를 맛볼 수 있다.  

주행 시 헬멧 쓰면 사망 사고 85% 감소

30 주행할 때 상체 각도는 지면과 30~ 50°를 유지하는 것이 이롭다. 속도를 낼 때는 ‘공격적인 자세’인 30°가 좋고, 비교적 느릿한 주행에서는 ‘편안한 자세’인 50° 정도가 적합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엉덩이 근육을 많이 쓰면 쓸수록 속도가 올라가는데, 상체 각도가 좁으면 좁을수록 엉덩이 근육과 하체가 많이 움직여 속도가 빨라진다. 

70 간단한 ○× 퀴즈 하나. 심 아무개씨가 소주 한 병을 마시고 자전거를 타고 가다 경찰 검문에 걸렸다. 그는 벌금을 내게 될까? 답은 ×다. 2009년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음주운전 금지 대상은 자동차·오토바이· 건설기계뿐이다. 따라서 ‘차마’에 해당하는 자전거는 처벌받지 않는다. 지난해 경찰청에서 자전거 음주운전 규제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는데, 답변자의 70%가 “시기상조”라고 답했다.

85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에게 헬멧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실제로 자전거 사망 사고의 75%가 머리 부상 탓에 발생한다. 반면, 헬멧을 쓰면 사망 사고의 85%를 줄일 수 있다. 덥다고, 귀찮다고, 멋없다고 처박아두지 말고 꼭 머리에 얹고 다니기 바란다. 헬멧은 신체뿐만 아니라 사고 피해 금액에도 영향을 미친다. 헬멧을 안 쓰고 자전거 주행 도중 차량과 충돌하면 차량이 100% 잘못하더라도 자전거 운전자도 10~20% 과실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130 가장 편안한 안장의 너비는 각 탑승자의 골반(양쪽 좌골 결절) 크기에 따라 다르다. 골반 너비가 70~100mm면 안장 너비는 130mm가 적합하고, 골반 너비가 100~130mm면 143mm가 알맞다. 가정에서 타는 생활형 자전거나 여성용 자전거는 일반 남성의 안장보다 10mm 정도 더 큰 게 좋다. 엉덩이와 안장이 찰떡궁합이어야 하는 까닭은 분명하다. 안장이 골반에 비해 너무 작거나 크면 한쪽 다리가 덜 펴지거나 더 펴지고, 허리가 뒤틀리면서 몸에 무리가 오기 때문이다.

ⓒFlickr
132.5 보통 사람은 자전거로 시간당 약 15km 안팎을 달린다. 사방이 탁 트인 벌판이나 광장에서는 속도가 더 빨라지기 마련이다. 근력이 좋은 사람이라면 시속 40km 이상을 낼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최첨단 자전거’ 바르나디아볼로에 비하면 그야말로 전투기 앞의 경비행기 수준에 불과하다. 2002년 샘 휘팅햄이라는 캐나다 사이클리니스트는 이 ‘괴물’을 타고 무려 시속 132.5km를 기록했다. 대당 1400만~1900만원 하는 바르나디아볼로는 속도만큼 외양도 빼어나다. 리컴번트(누워서 타는 자전거)를 변형했는데, 마치 납작한 봅슬레이에 지붕을 씌워놓은 듯하다.

700 자전거의 휠 지름은 자전거 종류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난다. 도로를 질주하는 로드 사이클은 700C(mm)이다. 반면, 산악자전거의 휠 지름은 26인치(650mm)이다(특이하게도 로드 사이클에서는 휠의 크기를 미터법으로 재고, 산악자전거에서는 인치법으로 측정한다). 로드 사이클 휠은 700C 외에 그보다 조금 작은 650C 사이즈가 있다. 바퀴가 작으면 초기 움직임이 민첩하지만, 그 대신 속도를 유지하는 데 불리하다. 반면, 700C는 순발력은 둔하지만, 일단 속도가 붙으면 그 속도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 650C 종은 경기 특성상 상대 선수 뒤에 숨어서 주행하는 것을 금지하는 종목(철인 3종 경기, 타임 트라이얼 등. 상대 뒤에 따라붙으면 공기저항이 줄어 힘 소모율이 감소된다)에서 주로 사용한다. 산악자전거의 휠이 비교적 작은 것은 가파른 언덕을 올라갈 때 힘이 덜 들기 때문이다. 
 
51800 또 다른 질문 하나. 장 아무개군(18)은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가 푹 팬 웅덩이에 빠지면서 골절상을 당했다. 피해액은 5만1800원. 장군은 이 금액을 보상받을 수 있을까. 당연히 받는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도로상의 하자로 인해 피해를 입으면 국가배상법 제5조 ‘공공시설 등의 하자로 인한 책임에 관해:도로·하천 기타 공공의 영조물의 설치 또는 관리에 하자가 있어 손해를 발생시켰을 때에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라는 규정에 따라 5만1800원을 보상받을 수 있다.

기자명 오윤현 기자 다른기사 보기 nom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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