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작년 9월부터 코로나 피해자인 자영업자 소상공인에게 약 50조 정도의 재원을 시급히 마련해서 손실보상을 해야 된다고 강조를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2월21일 TV 토론)

“제가 당선되면 50조원 추경 또는 긴급재정명령을 통해서라도 확보를 해가지고 기존의 보상되지 못한 손실 다 보상해드릴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3월2일 TV 토론)

1월18일 소상공인연합회 신년 하례식에 참석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왼쪽)와 이재명 민주당 후보.ⓒ국회사진취재단

누가 당선되든 새 정부에서는 집권 후에 대규모 추경을 편성하리라 보인다. 지금까지 나온 말과 공약을 놓고 보면 그렇다. 양강 후보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그리고 정의당 심상정 후보까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들에 대한 손실보상과 지원 확대를 약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역시 자영업자를 지원하기 위해 추가 예산을 편성한다는 새 정부의 방침에 동의할 가능성이 높다. 2월21일 국회를 통과한 2022년 1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두고 여야가 밝혔던 입장에 비춰보면 그렇다. 지난 1월, 문재인 정부는 14조원 규모 추경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소상공인의 피해를 줄이기에 턱없이 적은 액수라며 증액을 주장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 본청 앞에 농성장을 차려 여당이 정부를 상대로 농성을 하는 초유의 장면을 연출하기까지 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각각 35조원, 50조원 규모의 추경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달여 진통 끝에 2월21일 자영업자 손실보상과 지원금을 골자로 한 추경 16조9000억원이 국회를 통과했다. 부족하더라도 신속하게 집행하고 대선 뒤 2차 추경을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으며 민주당 의원들이 정부의 타협안을 받아들였다.

소상공인 지원 확대와 관련해 기준선처럼 언급되는 금액이 50조원이다.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는 모두 50조원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한다. 새로 들어설 정부는 50조원 예산을 만들어 자영업자들의 피해를 복구할 수 있을까? 왜 두 후보 모두 동일하게 50조원을 말할까? 그보다 적게 혹은 더 많이 필요할 수도 있지 않나? 선거를 앞두고 던져야 하는, 대선이 끝나도 물어야 하는 질문이다.

윤석열 후보는 2월21일 경제 분야를 주제로 진행된 TV 토론에서 “지난해 9월부터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위해 50조원 재원 마련을 강조해왔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소상공인 공약에서 50조원은 윤석열 후보의 트레이드마크로 여겨질 정도다. 그러나 50조원이라는 액수만 동일할 뿐, 지난해 9월 윤 후보가 처음으로 50조원을 언급한 이후 구체적인 내용과 재원 마련 방안은 계속해서 변경되어왔다.

50조원 공약이 본격적으로 부각된 건 지난해 11월이다. 윤 후보는 11월8일 〈조선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취임 후 100일 이내에 50조원을 한 번에 투입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코로나 피해 보상에 집중하겠다”라고 밝혔다. 50조원이라는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으로는 초과 세수, 예산 절감 등 여러 수단을 언급했지만 방점은 ‘국채 발행’에 찍혀 있었다.

2월7일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추경 증액을 요구하는 민주당 의원들의 국회 농성장을 방문했다.ⓒ시사IN 신선영

올해 2월25일 발간된 국민의힘 대선 공약집에도 50조원 공약은 가장 앞줄에 실렸다. 다만 ‘취임 후 100일 이내’라는 단서는 사라졌다. 그런데 공약집이 발간되고 다음 날인 2월26일 윤 후보는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방역지원금 600만원을 추가로 지급하겠다고 밝힌다. 현 정부가 지급했거나 지급할 예정인 방역지원금 400만원에, 본인이 당선이 된다면 600만원을 더해 방역지원금 총 1000만원을 채우겠다는 것이다. 이는 공약집에는 없는 내용이다.

3월1일 〈시사IN〉은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캠프에 문의하는 과정에서 50조원 공약에 또다시 변동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윤 후보가 새로 약속한 방역지원금 600만원이 당초 발표한 50조원 공약에 포함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캠프는 지원 규모가 “50조원+알파로 늘어났다”라고 답변했다. 방역지원금 600만원 추가 지급은 본래 계획에 없었다는 뜻이다.

180° 바뀐 재원 마련 방안

무엇보다도 재원 마련 방안이 180° 바뀌었다.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국채 발행’ 등으로 50조원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던 것과 달리, 3월1일 〈시사IN〉의 질문엔 ‘단기적인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하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지출 구조조정’이란 정부 예산 내에서 다른 분야에 배정된 예산을 깎아 재원을 마련한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캠프의 구상대로라면 2022년 정부 예산 604조원 가운데 이리저리 나라 살림살이를 아껴 ‘50조원+알파’를 만들어내겠다는 것이다. 소상공인 이슈만 나오면 공식처럼 들고나왔던 ‘50조원 공약’의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

당초 윤석열 후보의 50조원 공약이 나왔을 때 이재명 후보는 “던지고 보는 식 포퓰리즘이 아니기를 바란다”라고 할 정도로 비판적인 태도를 취했다. 그랬던 이재명 후보가 덩달아 50조원을 언급하고 나선 건 올해 1월28일이다. 이날 대한의사협회 간담회에 참석한 이 후보는 정부가 낸 추경안 14조원으로는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지원하기에 “태부족”이라며 “대선이 끝난 후에 50조원 정도는 긴급재정명령 또는 추가 추경을 통해 반드시 확보하겠다”라고 밝혔다. 이후로도 이 후보는 지역 유세와 3월2일 TV 토론까지 소상공인 보상을 위해 50조원 규모의 예산을 마련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그러나 50조원이라는 액수에 별다른 근거가 없기는 이재명 후보 쪽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캠프 관계자는 “정부가 올린 14조원 추경안이 부족하고 온전한 손실보상을 위해서는 예산 확대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나온 발언이다. 향후 추경 금액을 어떻게 할지는 공약 사항이라기보다는 문제에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성격이라 추계를 다시 해야 할 사안으로 보여진다”라고 말했다. 결국 집권 시 소상공인에게 충분한 지원을 하겠다는 구호성 발언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유행 기간 소상공인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고 걸맞은 보상이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것은 여러 통계로 증명된다. 코로나19 위기로부터 경제회복과 재건은 차기 정부의 피할 수 없는 과제이다. 따라서 자영업자·소상공인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지원 확대를 약속하는 방향은 타당하다. 그러나 발언의 화끈함만 있을 뿐 실효성 있는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 후보가 답하지 못한 질문은 새 정부가 떠안아야 한다.

기자명 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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