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국민의힘 인천공동총괄선대위원장의 “문화예술계 쪽은 좌파들이 많다”라는 말이 문화예술인들을 다시 거리로 나서게 했다.
안상수 위원장은 자신의 말이 얼마나 위험한지 모르는 게 틀림없다. 소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이미 공개된 것이라 하더라도 예술인들의 성향을 수집하거나, 분류하거나, 명단을 작성하고, 관리하고, 지원 배제하는 등의 모든 일은 위법하고 위헌적이라는 게 확정된 판결이다.
그는 ‘좌파’가 많은 걸 어떻게 알았을까? 근거는 무엇일까? 아니면 그냥 느낌으로 하는 말이었을까? 그의 발언은 수없이 많은 ‘블랙리스트’에서 자신의 이름을 발견해야 했던 예술인들이 경험했던 절망의 시간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국정농단 수사로 드러난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는 하나가 아니었다. 대통령비서실장 주재하에 국민소통, 행정자치, 사회안전, 경제금융, 교육, 문화체육, 보건복지, 고용노동 비서관들이 참여하는 TF를 구성하여 ‘좌파’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였다.
문화예술인들이 그 발언에 공포를 느끼는 이유
그래서 국정원, 문체부, 그리고 문체부 산하기관들이 스스로 작성하거나 혹은 전달받은 리스트를 근거로 예술인들을 분류·배제했다. 그들이 한 행위는 하나부터 열까지 유치하기 짝이 없었다. 지원 배제 방침이 관철될 때까지 사업 진행 절차를 중단하거나 사업을 없애기도 하고, 그 대상자에게 불리한 사정을 부각시켜 심의위원에게 전달했다. 지원 배제 업무에 용이하도록 심의위원을 구성하기도 하고, 심지어 지원 배제를 위한 명분을 발굴하는 행위까지 있었다.
이를 확인한 예술가들은 모두 허탈함과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내 이름’을 들고 얼마나 많은 ‘담화’가 오간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다. 문화예술인들은 정책 파트너라고 생각했던 정부와 기관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어버렸다.
그런데 불과 몇 년 지나지 않아 다시 문화예술계 ‘좌파’ 발언을 하는 안상수 위원장은 도대체 무슨 생각일까. 게다가 그는 “특정 세력에 의해 흔들리는 것이 아닌, 진정한 실력과 열정으로 검증받는 문화예술계가 되어야 한다”라고 말하니 예술인들이 다시 공포를 갖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정치인이, 그것도 유력 대선후보의 지역 선대위원장이 한 말을 예술인들이 그냥 넘길 수는 없을 것이다.
본인이 ‘우파’라거나 보수적인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별 문제가 안 된다. 그러나 문화예술 영역에서 이념적 성향, 정치적 입장 등을 이유로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차별적으로 지원을 제한하는 정부 조치는 ‘정책 기조’로 용납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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