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취재를 한 지 꼭 2년이 되었다. 가끔 아무것도 쓰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정부의 방역지침이 너무 복잡하다거나, 익혀도 익혀도 끝없이 나오는 전문용어들 때문만은 아니다(물론 그 탓도 있다).
우습게 들리겠지만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의 한계를 느낄 때 코로나19 기사를 쓰는 일이 한없이 막막해진다.
저널리즘이란 계몽주의의 바탕 위에 서 있다. 문제를 고발하고,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해서 끊임없이 앞으로 진전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코로나19는 이를 무력하게 하는 구석이 있다. 저널리즘이 커버하는 영역의 절대다수에서 문제를 유발하는 원인은 인간이었다. 치졸한 비리이든, 살인사건이든, 수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전쟁이든, 원점에는 인간이 서 있다.
그러나 이번 상대는 바이러스다. 그것도 쉬지 않고 움직이는 과녁 같은 상대다. 지진 같은 천재지변이라면 구조와 재건이라는 목표라도 뚜렷하다. 코로나19는 도통 어떻게 해야 잘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지 시간이 갈수록 헷갈리기만 한다.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이후 카뮈의 〈페스트〉는 빈번하게, 다양한 방식으로 호출되었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의 백미는 페스트가 불현듯 끝났다는 데에 있다고 생각한다. 평범한 어느 날 쥐들의 시체가 늘어나며 오랑 시에 감염병이 찾아왔듯, 예기치 않은 또 어느 날 살아 있는 쥐들이 하나둘 눈에 띄더니 페스트는 도시를 떠났다.
자신의 힘으로 극복할 수 없는 재난을 만났을 때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소설에는 저마다 다른 선택을 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어쩌면 팬데믹에서 얻을 수 있는 최선의 결과는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일지도 모른다. 그럴지라도 힘껏 싸우는 이들에게 마음이 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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