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18일 민변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헌법재판소에 통신자료 무단 수집 관련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를 제출했다.  ⓒ연합뉴스

나는 ‘2016헌마388’ 사건의 청구인이다. 수사기관이 이용자 몰래 통신사를 통해 ‘성명, 주민번호, 주소, 전화번호, 가입·해지일’을 제공받는 것이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제기한 사건이다. 이름은 ‘통신자료 취득행위 위헌확인 등’ 사건이다. 최근 공수처가 기자들을 사찰했다는 이유로 문제가 된 통신자료 조회 건과 똑같다. 당시 국정원·검찰·경찰청·기무부대까지 민변 변호사들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통신자료 취득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500명의 청구인이 자신의 통신자료 제공내역 결과통지서를 붙여 청구했다.

사건번호에서 확인되듯이 헌법소원 청구서를 제출한 것은 2016년 5월18일이었고, 2016년 6월15일 심판에 회부되었으며, 피청구인 기관들은 2016년 7월부터 답변서를 제출하기 시작했다. 국가인권위원회 등 관련기관의 의견제출도 2016년 말에는 거의 마무리되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5년6개월째 심리 중이다. 덕분에 국민의 기본권 문제가 ‘정치’ 문제가 되었다. 예나 지금이나 통신자료 취득행위는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는 행위로서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필요하다.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

나는 ‘대법원 2018다2244**’ 사건의 소송대리인이다. 미군 기지촌 여성들이 국가를 상대로 국가가 성매매를 정당화 조장하고, 법적 근거 없이 여성들을 성병진료소에 가두었다는 이유로 제기한 소송이다. 2014년 6월25일 시작한 이 소송은 3년 정도 심리를 거쳐 서울고등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고, 2018년 3월26일 대법원에 접수되었다.

그동안 소송에 참여하며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인간’임을 얘기했던 원고 중 10여 명이 사망했다. 불과 얼마 전에도 기지촌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과 뮤지컬의 주인공이자, 활동가이자, 증언자였던 한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항상 멋진 패션으로 쉼 없이 말하며, 판결이 확정되기를 오매불망 기다리던 모습이 생각나서 속상했다. 원고들과 관련 단체들은 조속히 선고를 해달라는 의견서를 여러 차례 냈다.

대법원은 4년째 ‘법리·쟁점에 관한 종합적 검토 중’이다. 오랫동안 ‘유령’ 인간으로 살았던 여성들에게 매우 소액이지만 승소한 위자료는 중요한 생계비이고, 피해자라고 얘기해준 판결문은 최고의 명예가 될 것이었다. 대법원이 재판을 안 하고 세월을 보냄으로써 그들이 살아서 느끼고 싶었던 행복을 ‘잃어버리게’ 했다.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고,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도 규정하고 있다. 지나치게 길어진 소송 기간으로 판결문이 쓸모없게 되거나 그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헌법에 정해두었다. 기본권을 수호해야 할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재판을 안 하는 것은 결국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될 수도 있다. 결과를 기다리는 원고와 청구인에게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느린 시간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기자명 하주희 (변호사)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