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는 아프간 전쟁과 관련한 각종 동영상(위)이 올라온다. 미군과 탈레반의 사이버 전쟁이 치열하다.
최근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군의 증파가 본격 이루어지면서 어느 때보다 탈레반과 미군 간에 팽팽한 긴장이 감돌고 있다. 지난 5월3~5일 아프가니스탄 서부 파라 주 게라니와 간자바드라는 두 마을에서 탈레반과 미군 사이에 벌어진 대규모 전투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치열했다. 이 사건을 취재한 아프간 파지왁 뉴스의 아가하 기자는 “당초 알 카에다와 탈레반이 합동으로 미군과 3일간 밤낮 없이 교전하다가 마침내 미군이 공중에서 마을 쪽으로 폭격을 시작했다. 엄청난 굉음과 동시에 마을이 쑥대밭이 되었다”라고 현장 소식을 전했다.

아프간 정부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이날 미군의 공격으로 희생된 민간인 수는 140명이다. 아프간 국방부도 5월16일 공식 조사 결과, 미군 주도의 탈레반 축출 전쟁이 시작된 이래 가장 큰 규모의 민간인 피해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140명 중에는 어린이가 93명이나 된다는 아프간 정부의 발표에 전 세계가 경악했다.

미군에 의한 민간인 사상자 발생 문제가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미군과 아프간 정부 그리고 탈레반의 사망자 수 집계가 모두 달랐다. 미군 수석 대변인 그레그 줄리언 대령은 “탈레반 저항세력 80~95명을 사살하는 와중에 30명을 넘지 않는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했다. 희생자에게 지급되는 보상금을 타려고 주민들이 희생자 수를 부풀려 신고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항변했다. 그는 또한 당시 전투기들이 찍은 영상과 지상 지휘관의 설명을 곁들여 민간인 140명이 숨졌다는 아프간 정부 주장은 억지라고 강조했다.

반면 탈레반 관련 웹사이트에서는 민간인 희생자의 영상을 공개하며 미군의 민간인 폭격을 강력 비판했다. 이 사이트는 “탈레반 대원은 단지 2명만 죽었고 민간인 희생자는 200명이 넘는다”라고 발표했다. 사망자 숫자를 둘러싼 ‘게임’은 갈수록 치열한 논란으로 번져갔다. 민간인 폭격 사망자가 미군이 주장한 대로 30명이 맞는지, 아프간 정부가 주장하는 140명이 맞는지, 아니면 탈레반 측 주장대로 200여 명인지….

자살폭탄 테러 방법도 ‘온라인 전파’

이 논란은 결국 6월8일 미국 국방부가 미군 폭격으로 민간인 100여 명이 목숨을 잃은 데 대해 잘못을 정식으로 시인하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미국 국방부의 조프 모렐 대변인은 “미군이 당시 탈레반 반군을 공격하면서 적절한 전술과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미국이 한발 물러선 것이다. 희생자들의 모습을 담은 충격적인 동영상을 함께 공개한 탈레반의 주장과 미군에 대한 주민의 반감이 여론으로 형성돼가면서 미군 상황이 불리해졌기 때문이다. 미국 처지에서는 KO패 한 것이나 마찬가지가 됐고, 이 일을 계기로 민심을 등에 업은 탈레반 웹사이트의 사이버 전략이 눈엣가시가 되었다.

그동안 탈레반과 알 카에다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이용한 ‘사이버 홍보전’에 능수능란한 모습을 보여왔다. 자신들의 훈련 장면이나 납치자 처형 모습을 녹화해서 언론에 배포했다. 또 자체 웹사이트를 운영할 정도로 대외 활동에 적극적이다. 서방 및 자국 언론도 철저히 이용한다. 전 세계에 자신들의 활동상을 알리며 모슬렘의 동참을 호소한다. 그들의 영상은 끔찍한 참수 장면부터 오사마 빈 라덴의 육성 메시지, 가슴이 울컥할 정도의 비장한 다큐멘터리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프로덕션 규모의 미디어 팀까지 가동한다. ‘알 쉐밥’은 유명한 알 카에다 프로덕션이다. 고성능 카메라와 전문가 못지않은 촬영기법으로 서방 미디어에 배포하는 것은 물론이요, 유튜브에도 자주 영상을 올린다. 알 카에다는 또 세계 이슬람 미디어 전선(GIMF: Global Islamic Media Front)을 통해서 자살폭탄 테러 방법이나 전투 방법 그리고 알 카에다 고위 간부의 근황과 메시지를 전한다.

‘탈레반 온라인’ ‘알리마라’ 등은 탈레반 공식 웹사이트로 미국 FBI나 미군 사이버 부대의 강제 폐쇄에도 불구하고 서버를 계속 이 나라 저 나라로 옮기며 활동한다. 미국이나 서방 세계에 있는 이슬람계 청소년의 상당수가 이런 웹사이트를 보고 자란다. 그리고 사이트마다 영상이나 사진뿐 아니라 채팅까지 할 수 있어서 손쉽게 본토의 이슬람 급진 세력과 대화가 가능하다. 주로 미국 정부의 침략 정책을 비판하며 “지하드(성전)만이 모슬렘의 의무이다”라고 선동한다. 서방 세계에서 아랍계 혹은 이슬람이라는 이유로 차별받거나 실업 상태인 사람은 이런 웹사이트에 빨려들어갈 수밖에 없다. 결국은 자살폭탄 테러의 도구로 자원해가는 경우도 있다.

미군, 탈레반 소탕 작전 동영상 공개

이에 맞서 미군도 아프가니스탄 주둔 병력을 위한 새로운 홍보 전략으로 미국판 싸이월드인 온라인 인맥 구축 사이트 ‘페이스북’ 등에 미군 관련 정보 제공 서비스를 이번 주부터 시작했다. 전투 지역에서 작전을 수행 중인 병력이 일반에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사설 웹사이트 활용에 나선 것은 아프간 주둔 미군이 처음이다. 이렇게 ‘이에는 이’ 식으로 인터넷 홈페이지를 이용한 ‘사이버 홍보전’에 능한 탈레반에 맞서는 것이다. 아프간 주둔 미군은 페이스북 외에 유튜브와 트위터 등 최근 누리꾼에게 인기 있는 주요 사이트에도 홍보 공간을 마련했다.

아프가니스탄 쿠나르 지역의 한 계곡에서 군복 대신 잠옷을 입은 미군(왼쪽)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유튜브에서 ‘미군’이나 ‘아프간’ 따위 키워드를 치면 영상에 등장하는 사람만 미군으로 바뀌었지 탈레반이 올리던 영상과 비슷한 것이 많이 검색된다. 아프간에서 멋지게 총을 쏘는 미군 병사의 모습이나 탈레반 소탕작전 따위 동영상을 웅장한 음악과 함께 소개한다. 심지어는 물방울 무늬의 잠옷을 입고 총을 쏘는 미군의 모습까지 공개되어 높은 조회 수를 올렸다. 영상 밑에는 누리꾼들 간에 갑론을박이나 별이 몇 개냐는 식의 각축전도 벌어진다. 또한 아이폰과 아이팟 터치 사용자를 위한 응용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아이튠스’ ‘앱스토어’에서도 미군 관련 정보를 계속 업데이트한다. 아이폰이나 아이팟 터치에 이들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면 이동 중에도 누구나 미군 관련 뉴스와 동영상을 접할 수 있다. 아프간 땅에서가 아니라 사이버 공간에서 유튜브의 조회 수만으로 미군과 탈레반이 싸우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미군의 새로운 홍보 전략은 신선했다.

대중 눈높이에 맞춘 미군의 첨단 홍보전의 발단이 된 것은 지난 5월20일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상원 소위원회에서 발표한 연설이었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의 언론 전쟁에서 패하고 있으며, 이 같은 상황은 바뀌어야 한다. 이들이 최악의 허위 정보를 퍼뜨리는 가운데 전략적인 통신 측면에서 미국보다 더 효율적이었다”라고 말하며 탈레반의 사이버 홍보전에 ‘많이’ 밀렸음을 시인했다.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도 새로운 전략에는 미군 지도자들의 새로운 사고방식과 다른 접근 방법이 요구된다고 지적하며 최근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과 나토군 사령관으로 스탠리 매크리스털 장군을 지명했다. 이렇게 미군의 아프간 전쟁은 ‘모든 것을 바꿔!’가며 또 하나의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던 미군이 온라인에서의 아프간 전쟁은 어떻게 치를지 주목된다.

기자명 김영미 분쟁지역 전문 편집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