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9일 검찰 수사발표장에서 참사 현장 동영상을 기자단에 브리핑하는 모습.
법원의 제출 명령에도 불구하고 3000여 쪽의 누락 수사 기록 제출을 거부하다 피고인들로부터 고소당한 서울중앙지검 안상돈 형사3부장을 만났다.

3000여 쪽의 수사 기록을 안 내놓는 까닭이 뭔가.형사소송법상 원칙에 관한 문제이다. 검찰은 변호인단이 수사 기록을 전부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형사소송법을 벗어나 억지를 쓰는 것이라고 본다. 미공개 서류는 이 재판과 관련 없는 서류들이다.

법원의 제출 명령까지 거부하는 게 정당한가.법원에서 수사 기록 열람·등사 허가를 결정한 건 맞지만 그게 검사에게 강제 의무를 부과한 것은 아니다. 법원은 일단 수사 기록 전부에 대해 변호인단에 보여주라고 명령은 내리되 안 보여주면 형사소송법 효력 효과로 그 서류를 증거로 쓸 수 없도록 한 것이다. 법원 결정이 강제와 의무 부과를 규정한 것은 아니므로 내놓지 않겠다.

대체 미공개하는 3000여 쪽 수사 기록에는 뭐가 들어 있나.통화내역 조회와 계좌추적 자료가 3분의 2 정도이고, 특공대원들의 진술서, 경찰 지휘부의 진술서 등이 3분의 1이다. 전수조사를 했다. 이들의 진술은 각각 본 방향과 위치에 따라 현장 상황이 달라지는 것이 당연하다. 검찰은 모든 조사를 해보고 합리적으로 종합 판단을 내려 경찰 지휘부에 형사 책임을 묻지 않았다.

농성자들에게 특수공무집행방해죄를 적용했다면 당연히 특수공무 집행의 적정성을 판단할 경찰 지휘 라인 수사 자료는 이 재판과 관련 있으니 내놓아야 하는 것 아닌가.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얼마나 제출하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범인이 누구인지 등을 보여주는 증거라면 피고인 방어권을 위해 내줘야 하겠지만 경찰 지휘부 조사 내용은 그것과 다르다. 가령 폭행사건이 났을 때 쌍방이 각각 자기 책임을 지는 것이 형사소송법 원칙인데 검찰은 경찰에는 형사상 책임을 물을 게 없다고 판단하므로 ‘무기 각자 개발의 원칙’에 따라 경찰 지휘부 수사 자료는 내줄 수 없다. 변호인 쪽도 경찰 진압계획서, 화학차가 현장 출동하지 않은 것 등 피고에 유리한 객관적인 자료는 다 갖고 있다. 미제출 사유로 정치적 악용 소지, 사생활 침해 등을 거론했던데 정치적 내용과 경찰 사생활을 수사했다는 뜻인가.우리가 자료를 내놓으면 전철련 같은 단체의 정치적 선전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뜻이다. 미제출 자료에 서로 상충되는 일부 진술이 있다고 해서 그 부분만 떼어내면 얼마든지 정치적으로 악용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검찰이 떳떳하다면 미공개 수사 기록을 내놓고 ‘변호인 주장은 억지다’라고 당당하게 역공하면 되지 않나.잘못된 선례로 남아 반복될까봐 그런다. 변호인이 요구한다고 해서, 가령 강호순 사건 같은 경우까지도 수사 기록을 다 내줘야 한다는 말이냐. 우리는 이런 원칙을 절대로 양보하지 않겠다.

기자명 정희상 기자 다른기사 보기 minju518@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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