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이혜민씨는 또래인 ‘요즘 것들’을 만나 이들의 삶을 인터뷰하고, 유튜브 채널 ‘요즘 것들의 사생활’에 업로드한다. 결혼제도에 질문을 품은 부부들을 인터뷰한 ‘결혼생활 탐구’ ‘동거하는 요즘 것들’ ‘명절 파업’ 등을 다뤘다. ‘먹고사니즘’ 편에서는 2019년 8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1년5개월 동안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찾아 나선 10명을 만났다. 해당 영상 콘텐츠를 묶어 인터뷰집 〈요즘 것들의 사생활:먹고사니즘〉을 펴냈다.

저자가 만난 이들에게는 아리송한 수식어가 붙어 있다. ‘전업 덕후’ ‘디지털 노마드’ ‘백수 듀오’ ‘N잡러’ 등이다. 긴 설명이 이어지지 않으면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구체적으로 알기 어렵다. 어쨌거나 삶의 중심을 직장에 두지 않고 스스로 쥐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들 ‘먹고살기’ 힘들 것 같은데, 어떻게든 잘 먹고 잘 산다. 생각보다 아주 잘 버는 경우도 있다.

특히 ‘디지털 노마드’ 애나씨의 인터뷰가 인상적이었다. 보통의 직장인은 며칠의 휴가를 손꼽아 기다리거나 퇴사하고 훌쩍 떠날 날을 기대한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애나씨는 4년간 해외와 국내 여러 도시를 옮겨 다니며 일했다.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지향하는 이들이 모인 팀 ‘노마드씨’에서 모바일 서비스를 만들었다. 그간 쌓아온 나름의 규칙이 있다. 1~3개월씩 머물 것, 생활비 마지노선을 지킬 것,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할 것. 경제적으로 넉넉하지는 않다. 다만 ‘하고 싶은 걸 10년 동안 하겠다’는 다짐이 든든한 버팀목이다.

저자 이혜민씨 역시 새로운 일을 찾아 나선 주인공이다. ‘요즘 것들’이 느끼는 삶의 문제를 담아 콘텐츠로 만들고, 인터뷰하며 종종 강연을 한다. 일반적이지 않은 형태의 일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지만 “새로운 먹고사니즘 생태계를 보여주는 것이 유의미한 레퍼런스가 될 수 있다”라고 믿는다.

기자명 송지혜 기자 다른기사 보기 song@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