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이명익

윤이나 작가(37)는 불과 2주 전까지만 해도 주 5일 라면을 먹었다. 책 〈지금 물 올리러 갑니다〉를 출간한 기념으로 라면만 한 게 없었다. 일주일에 평균 3회 정도 먹는다. 인터뷰 전날에는 ‘진라면 순한맛’을 끓였다. 그는 라면에 ‘진심’이다. 자주 먹고 잘 끓이며, 라면에 관한 한 척척박사다. 주변인들은 그를 보며 ‘라면에 이렇게까지 진지할 수 있나’ 싶어서 놀라고, 윤 작가는 ‘아니, 다들 이만큼 안 먹나? 어떻게 라면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지?’ 하면서 놀란다.

그의 삶에 라면이 더해진 순간을 담아 책으로 펴냈다. ‘라면 금지’ 같은 가정교육이 없었던 어린이 시절부터,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저 좋아서 주 5일 컵라면을 먹던 워킹홀리데이 시절, 처음으로 나만의 주방을 가지고 만들었던 냉라면 등. 특히 점심에 라면을 먹자는 말에 비 오는 날 수영을 마다하지 않았던 에피소드는 슬프고 웃기다. 그해 여름, 윤 작가는 ‘글을 써서 원고료로 먹고사는 것이 가능하기는 한가’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라면을 추억하면 다시 오지 않을 날들이 떠올랐다. 책에는 1인분의 라면을 맛있게 끓이는 방법이 세분화돼 있다. 그 가운데 딱 두 가지가 핵심이다. ‘생각보다 물을 적게 잡을 것’, ‘생각보다 빨리 불을 끌 것’. 윤 작가는 “맛있게 끓인 라면은 밥을 말아 먹을 만큼 국물이 남지 않는다”라고 경건하게 말했다. 그가 개발한 ‘라면땅’ 레시피는 에어프라이어 160℃에 10분이 ‘진리’다. 기자가 ‘너구리’로 해먹어봤다고 하자, “굵은 면발은 절대로 안 된다”라고 세 번 강조했다.

그는 라면이 1인분에 최적화된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두 명이 먹을 때에도 가능하면 1인분 두 개를 끓이는 것을 선호한다. 1인분만 끓일 때가 훨씬 맛이 좋다. 그가 지향하는 삶의 방식 역시 ‘한 봉지 라면’과 닮았다. “내 몫인 1인분의 삶을 충실히 살아내고 싶다. 내가 나를 위해 가장 맛있는 1인분의 라면을 끓일 줄 아는 것처럼, 그런 방식으로 나를 위한 삶을 살고 싶다.” 그가 느끼기에 한국 사회는 비혼 여성이 살아가기에 녹록하지 않다.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낳아야만 얻을 수 있는 복지 혜택 등을 보면 마치 ‘2인 이상’이 기본인 것처럼 세팅돼 있다. ‘2인 이상’ 주문하게 되어 있는 음식을 혼자 먹으려면 세트로 시킬 때보다 더 비싼 돈을 지불해야 하는 것처럼 사회 역시 혼자 사는 데 더 많은 비용을 요구한다. 윤 작가는 “적정한 1인분이 필요하다. 그것으로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1인분의 몫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사람만 2인분을 살아낼 수 있는 것 같다”라고도 덧붙였다.

‘1인분의 몫’을 가능하게 하는 건 주변 사람들 덕이다. 그는 미래에도 ‘1인분’을 살아내는 친구들과 함께 라면을 먹고, 힘이 들면 그 핑계로 또 라면을 먹을 것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귀가한 기자는, 뭐에 홀린 듯 라면 물을 올렸다.

기자명 송지혜 기자 다른기사 보기 so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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